책공장더불어는 동물 전문 1인 출판사다. 반려동물과 그 외 동물이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며, 2006년 첫 책을 출간한 이래 지금까지 55종의 책을 출간했다. 창업부터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고 한다. ‘망하지 말자.’ 

김 보 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책공장더불어는 국내 유일의 동물 전문 출판사다. 어떻게 시작되었나?
1993년생 개와 살았다. 그가 늙고 떠나는 힘든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책이 당시 국내에는 전혀 없었다. ‘코가 촉촉한 개를 고르시오’ 류의 책이 몇 권 있던 시절이었다. 뭐든 문제가 생기면 책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터라 아마존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책들로 도움을 받았고,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출간 리스트가 곧 정체성이다. 주로 어떤 책을 기획, 출판하는가?
말 그대로 동물과 관련된 책만 출간한다. 줄기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반려동물 책과 반려동물 외 동물에 관한 책이다. 반려동물 책은 반려동물과 살다가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문제행동, 질병, 노화, 펫로스 등의 어려움으로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버리지 않도록 돕는 역할이다. 또 하나는 우리가 잘 모르는 동물원 동물, 야생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믈 등에 관한 책이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알려서 우리의 연민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이다.

혼자 운영하는 1인 출판사로서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매월 정산까지 혼자 다 해야 한다는 게 버겁다. 출판사를 시작하기 전에 매거진 기자로 10년 일했는데 그때는 취재하고 글만 쓰면 끝이었다. 이후 일은 제작부, 영업부, 총무부가 맡아서 해줬는데 그걸 혼자 다 해야 하니까. 하지만 뭐든 명암이 있다고 생각한다. 힘든 것보다 좋은 게 더 많다. 

시행착오도 겪었을 것 같다.
우리 출판사 책은 사진집이나 그림책을 제외하면 재생지를 사용한다. 숲이 살아야 숲속 생명도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생지를 사용하는 출판사가 거의 없어서 단행본용 재생지도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제작 사고를 꽤 쳤다. 처음에는 재생지 사용에 대해서 불만을 말하는 독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재생지 사용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생겼다.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지금까지 출간한 도서 중 절판된 책이 없다. 운영에 부담이 되진 않나?
현재 출간된 55권 중 절판된 책은 한 권도 없다. 판매가 적은 책을 절판하지 않고 안고 있기는 어렵다. 물류비가 드니까. 하지만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책이어서 앞으로도 절판하지 않고 가보려고 한다. 출판사의 똥고집이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그 책을 찾는 독자가 있고,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면 그걸로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작비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는가?
국가에서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체급이 없는 무한 경쟁이다. 그러다 보니 대형 출판사의 기획, 그들이 보유한 유명 저자를 제치고 1인출판사가 선정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다. 그저 내가 기획안을 못 쓰는 것일 수도.(웃음) 

책공장더불어의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한 생명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런 생각으로 기획한다. 개들이 너무 짖어서 힘들었던 독자가 우리 출판사의 반려견 교육 책을 읽고 집 안이 너무 조용해져서 심심하다는 말을 전했을 때의 기쁨. 개는 보호자가 공부를 하더니 자기의 몸짓언어를 알아들어서 행복했을 것이고, 그런 개를 보는 인간도 행복해졌을 테고.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를 가리지 않거 펴낸다. 어떻게 선정하나?
언제나 기획이 먼저다. 이어서 기획에 맞는 글을 실현해줄 저자를 찾는 편이다. 먼저 국내에서 저자를 찾는다. 최근엔 국내에도 저자가 많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다양한 동물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글을 써줄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 국내 저자가 없으면, 그 다음에 기획한 주제의 외서를 찾아보는 편이다. 

백과와 같은 실용서부터 에세이, 사회과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판했다. 그동안 출판했던 도서 중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편집자는 자기 기획이 아닌 책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1인출판사는 다 본인이 기획한 책이다. 어느 하나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책이 없다. 어릴 때부터 내 독서 성향은 잡식이었다. 문학, 과학, 만화, 그림책 등등. 그래서 그럭저럭 여러 장르의 책을 큰 무리 없이 내고 있다. 한 장르의 책을 오래도록 만들어낸 편집자가 본다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책공장더불어의 첫 책인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의 저자 리디아 히비와 함께한 동물상담 이벤트를 15년 동안 진행했다.
리디아 히비는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미국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다. 저자는 동물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과 동물 사이에 생기는 많은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그래서 매년 독자들에게 동물과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15년 동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동물들의 많은 사연에 울고 웃을 수 있었기에 길게 이어가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독자의 감상이 있나?
책을 읽고 내 삶이 바뀌었어요!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 있다.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를 읽고 버리라는 압박에도 반려동물을 지켰다는 이야기, <고양이 천국>을 읽고 아이와 잘 이별했다는 이야기, <개 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를 읽고 병명도 모르고 앓던 아이가 건강해졌다는 이야기 등등. 너무 많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두 가지 동력이 있다. 블로그, 인스타 등 출판사의 온라인 계정을 통해서 듣는 독자들의 피드백은 긍정적인 동력. 책을 통해 끊임없이 알려야 할 동물들의 고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부정적인 동력이 된다.

그사이 동물권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실감하는가?
첫 책이 나오고 15년이다. 당연히 실감한다. 도둑고양이라는 명칭이 길고양이가 되었고,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캠페인 문구도 익숙해졌다. 물론 동물 학대 산업은 더 악랄해지고 잔인해졌지만 그만큼 동물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의 관심과 실천도 높아졌다. 그 길에 함께하고 있어서 고맙다.

책공장더불어가 당신의 삶은 어떻게 바꿨나?
반려견과 살고,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으면서 나는 조금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책까지 만들면서 더 많은 현실을 알게 되고 마주하면서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덕분에 불편하게 살게 되었으니까. 

생명의식 고양을 위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너무 큰 주제의 질문이지만, 동물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보이지 않고 우리가 모르는 것들에게까지 연민의 발자국을 넓혀야 한다. 환경윤리학자인 알도 레오폴드는 우리는 우리가 보고, 느끼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믿음을 갖는 것들에 관해서만 윤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눈앞의 반려동물뿐 아니라 동물원 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 경주마, 사육 곰 등등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많은 동물이 고통받고 있으니 연민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책공장더불어는 앞으로 어떤 출판사가 될까?
출판사 창업 때부터 목표는 하나다. 망하지 말자! 망하지 않는 출판사가 되는 것, 그게 목표다. 망하면 어떤 출판사가 되고자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