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도 일회용품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로 재사용 문화를 만들어가며, 일회용품의 감소를 고민하는 스타트업이다. 유령을 잡았던 고스트버스터즈처럼, 일회용 쓰레기를 잡기 위해서 어디든 출동한다.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최안나(트래쉬버스터즈 공동창업자, 대표, CBO) 

트래쉬버스터즈가 하고 있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란 무엇인가?
기존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곳에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수거, 세척까지 하는 통합 솔루션 서비스다.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을 고려한 합리적인 비용으로 환경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다.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나?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가 서울시 산하 축제 기획자로 일하며 어마어마한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를 위해 스터디를 하던 동료들과 쓴 기획서가 서울시 청년 프로젝트 투자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되었고, 그 동료들이 창업멤버로 함께하고 있다.

일회용기를 재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은 어땠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디자인, 설치 미술, 경영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처음엔 ‘플라스틱’과 ‘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는 것이 어려웠다. 환경 오염의 주된 문제가 플라스틱, 그 자체가 아니라 ‘일회용’이 문제라는 점, 재사용되는 다회용기는 환경에도 좋고 더 깨끗하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사내카페 모델로 피봇을 하는 과정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사업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 같다.
현재 월 약 30만 개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있고, 현재까지 누적 사용량이 2022년 2월 기준으로 200만 개를 넘었다. 사내카페 및 탕비실에 다회용컵을 대여하는 서비스는 도입 9개월 만에 사용량이 47배 가까이 성장하며 이룩한 성과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코로나19 속에서 사업은 어떻게 달라졌나?
축제나 페스티벌을 주 타깃으로 하다가, 회사 사내카페와 탕비실 모델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서비스 론칭 쇼케이스를 하고, 정말 많은 곳에서 서비스 문의가 들어왔다. 1년 동안 출동 스케줄이 꽉 찰 정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후 예약 취소도 줄기차게 들어왔다. 덕분에 시점을 앞당겨서 사업 분야의 확장을 도모하게 되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을 견디면서 새로운 모델을 시장에 도입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 서비스로 쓰레기의 양을 어느 정도로 줄일 수 있나?
75리터 쓰레기봉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평균적으로 100~150개 정도가 들어간다. 다회용컵을 쓰면 이 쓰레기봉투를 사용할 일이 없어진다. 일반적으로 사내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을 하루 약 800개라고 치면,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하루 75리터 쓰레기봉투 7개, 월 140개, 연 1680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2021년 4월부터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KT 광화문지사의 경우 현재 쓰레기봉투의 사용량이 기존의 1/10 정도로 감소했다. 그 쓰레기봉투에 들어갈 쓰레기가 모두 줄어드는 거다.

흔히 생각하는 흰색 일회용기가 아닌 알록달록한 캔디 컬러를 사용하고, 고스트버스터즈에서 따온 브랜드명을 쓴다. 어떤 의도였나?
우리의 이름처럼 유쾌함과 친근함을 지향한다. 환경 이슈는 자칫 무겁고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비춰질 때가 종종 있는데, ‘It’s not a big deal!’이라는 우리의 슬로건처럼 트래쉬버스터즈와 함께하면 별거 아니라는 것을 유쾌하고 친근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서비스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파트너사의 효율과 사용자의 편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파트너사는 기존에 일회용품을 사용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효율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들은 따로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등 개인의 습관을 바꾸지 않아도 시스템을 바꿔 자연스럽게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것이 당연해지기 위해 하나의 ‘문화’로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기 세척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할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치나?
기존 식당, 카페에서는 자연스럽게 식기 재사용이 이루어지는데 ‘다회용컵’ ‘다회용기’라고 명명하니 심리적인 허들이 있는 것 같다. 트래쉬버스터즈의 6단계 전문 세척 시스템은 초음파세척, 애벌세척, 고압세척, 열풍소독, UV 살균건조, 정밀 검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회용기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깨끗할까?’에 대한 의구심과 심리적 허들을 해소하기 위해 트래쉬버스터즈가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다. HACCP 인증에 사용되는 ATP 오염도 측정기로 오염도(미생물)를 테스트한 결과,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식품 위생 안전 기준인 200RLU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인 19RLU로 확인되었다.

다회용기의 회수율도 중요할 텐데. 어떻게 재사용을 유도하나?
맞다. 다회용기를 한 번만 쓰면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다. 우리의 서비스는 ‘재사용’을 해야 그 가치가 있기 때문에 회수가 잘되어야 한다. 회수율을 ‘반납률’이라고 부르는데, 사용된 다회용기를 ‘반납함’에 넣도록 서비스 프로세스를 기획했다. 다회용기와 반납함은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다. 단순히 다회용컵을 쓰는 것을 넘어, 그 다회용컵이 계속해서 순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이다. 마치 스마트폰과 충전기 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의 반응은 어땠나?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을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재사용’된다고 하는 것에 반신반의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고객들은 우리의 서비스에 대해 호의적이고 더 많은 곳에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신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확실히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우리의 방식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아무래도 관심이 많은 분야이다 보니, 곽재원 대표가 인터뷰를 하거나 강연을 하러 갈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어떻게 알고 찾아와주시거나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구나, 우리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트래쉬버스터즈의 분위기는 어떤가?
매우 밝고 유쾌하다. 사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 내부 인원들이 실천하는 것이 우리를 ‘찐’으로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모두 환경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종종 모여서 스터디를 하거나, 비건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일회용품 사용,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실감하는가?
예전엔 소수의 목소리로 환경 이슈를 인식했다면, 요즘엔 일상에 이러한 인식들이 묻어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실제로 소비자가 움직여 음료 제품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부착하는 것이 금지된 사례도 있듯이.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다시 쓴 것도 다시 쓰는 것!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버렸던 물건을 재사용 가능한 것으로 바꿔본다면, 자신의 일상뿐만 아니라 환경, 나아가 미래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트래쉬버스터즈의 이름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우리를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서비스 지역 확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더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의 변화와 문화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누구나 함께하고 싶은, 친근하고 유쾌한 재사용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우리 트래쉬버스터즈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