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의 집 / 공승연
공승연의 가족은 늘었다, 줄었다 한다. 요즘 공승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임시보호 중인 유키를 사랑해줄 새 가족을 찾는 일이다.
계속 좋은 작품으로 만나네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도 드라마 <불가살>도 새로운 공승연을 만나게 된 작품인가요?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는 잘 안 어울릴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유독 그 작품을 할 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진아는 콜센터의 가장 유능한 직원이지만, 늘 혼자임을 선택하는 인물이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승연 씨에 대한 이미지와 다르다는 점이 걱정이었어요?
네, 맞아요. 심지어 저도 저에 대한 선입견 같은 걸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역할 못할 거야 하면서 제가 먼저 겁먹었어요.
결국 그 작품으로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았네요. 배우 공승연에게는 첫 장편 영화였고요.
너무 감사해죠. 이럴 줄 몰랐거든요. 연습도 많이 하고, 둘째 동생이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동생에게도 많이 물어봤어요. 고 감독님이 얼굴은 무표정인데 목소리는 높고 상냥하게 내달라고 하셨어요. 그게 어려워서 평소에도 입에 붙이려고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수상 소감이 뭉클하더라고요.
그래요?(웃음) 다들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신기해요.
너무 진심인 것 같았거든요. 진심이 전해지는 거겠죠. 구체적으로는 어떤 마음이었어요?
배우로서 한 번은 청룡에 가보고 싶다, 가서 상을 꼭 받고 싶다. 제가 너무 꿈꿔왔던 거였어요. ‘나는 꼭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싶다’ 이런 거요. 그래서 제가 청룡영화제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되게 뜻깊었어요. 상까지 받았으니 너무 감사하죠. 또 다들 신인상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셨어요. 지금밖에 못 받는 거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제를 즐겨 봐요?
네, 매년 봤죠. 모든 영화제와 연말 시상식을요. 볼 때면 부럽기도 하고 불편했어요. 부모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제 또래의 배우들이 나와서 상도 받고 앉아도 있는데 엄마가 ‘우리 승연이는 내 옆에서 뭐 하고 있나’ 할까봐.(웃음) 그냥 저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혼자 살지 않죠. 오늘도 대가족이 왔어요. 가족을 소개해줄 수 있어요?
지금은 동생인 정연(트와이스 정연)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오늘 같이 온 탄이는 부모님 집에서 동생과 푸들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고, 저희 집에서는 땅콩이랑 임보 중인 유키, 고양이 한 마리 이렇게 같이 살고 있어요.
모두들, 언제 어떻게 가족이 되었나요?
원래 저희 집에서는 푸들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파양된 고양이를 제가 맡으면서 가족이 됐어요. 다른 세 아이 중에선 탄이가 제일 먼저 왔고, 탄이는 아버지가 예전에 잠깐 일하셨던 공장에 사는 강아지였어요. 쇠사슬에 묶여서 1m의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고무통 하나가 자기 집인 아이였는데 아버지가 일하러 왔다 갔다 하시면서 그 아이를 굉장히 예뻐하셨죠. 그러나 탄이가 다른 데 보내진 거예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저희 딸들이 그랬죠. “아빠, 뭐 하고 있어. 빨리 찾아오자.”
탄이가 걱정되었던 거군요?
어디 팔려가서 안 좋은 일을 당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전처럼 묶여서 살 것 같았어요. 우리가 데리고 있자고 하고, 아빠가 바로 수소문해서 강원도 어딘가에 있던 탄이를 데려왔어요. 그렇게 탄이를 데려왔을 때 아차 싶었어요. 너무 큰 강아지를 너무 갑자기 들인 거죠.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집도 알아보다, 조금 더 넓은 평수 아파트로 이사를 했어요.
탄이를 위해서 이사하게 된 거네요.
맞아요. 안 그래도 엄마가 탄이 덕분에 큰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고 탄이가 복덩이 같다고 하세요.(웃음) 그 다음에는 땅콩이가 왔어요. 땅콩이는 저희 부모님이 다니시던 주말농장 옆에 살던 할아버지가 키우시던 아이였어요. 할아버지는 땅콩이를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았고 가끔 다니러 오는 손주가 예뻐하니 키우고 계셨죠. 그러다 할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요양 병원에 가게 됐어요. 땅콩이 거처가 없어진 거죠. 그래서 땅콩이도 데려오게 됐어요.
땅콩이도 줄에 묶여서 살고 있었나요?
다행히 뜬장은 아니었고 묶여 있었죠. 시골에서 강아지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이 하시듯이 그랬죠. 저도 주말농장에 가면 볼 때마다 안쓰러웠지만 겨울에 담요 넣어주고, 목줄 살짝 풀어주고, 밥 조금 더 맛있는 거 넣어주고, 물 갈아주는 게 다였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기견을 입양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한 거군요.
저희가 안 맡았으면 이 아이는 정말 떠돌이 유기견이 될 것 같았거든요.
탄이, 땅콩 외에 오늘 만난 유키는 임시보호 중이라고요. 새 가족을 찾고 있나요?
유키는 12월부터 임보를 해서 같이 산 지 3개월이 조금 넘었어요. 제가 계속 봉사 다니던 보호소에서 데리고 온 아이예요. 유키 형제들이 두 마리가 더 있는데 그중에서 유독 피부병이 심하고 사람을 무서워하고 낯을 가리는 친구를 데려왔어요. 혼자만 까맣기도 하고요. 사진을 정연이한테도 보여줬는데, 정연이가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유키를 데리러 갔어요. 정연이는 세 마리 다 데려오고 싶어 했는데, 제가 극구 말려서 그중에 제일 아픈 아이 한 마리만 데리고 오고, 나머지 아이들은 또 다른 임시보호하시는 분들께 맡기자고 했죠. 유키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정연이에요.
유기견을 입양한 트와이스 멤버들이 있는데, 이제 보니 승연, 정연 씨한테서 시작된 거군요? 오늘 스태프분들도 다들 반려견 보호자더라고요.
저한테서 시작됐다기보다는, 모모도 쯔위도 저랑 같이 보호소 봉사를 같이 몇 번 간 적 있는 친구들이에요. 사실 매니저님이나 정환 실장님은 같은 봉사 멤버예요. “나 오늘 봉사 가는데 같이 갈 사람?” 해서 저한테 코가 꿰였죠. 사실 저 혼자 가면 힘들어서 제가 계속 크루를 만드는 거예요.(웃음)
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유기견에 관심이 생겼어요. 연예인 봉사단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갔다가 앞으로도 보호소 봉사를 열심히 해보고 싶다, 강아지를 케어하시는 보호소 소장님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지속적으로 가게 되었어요. 가면 정말 노동이에요. 똥 치우고, 밥그릇 갈아주기 바빠요. 아침 10시에 봉사를 시작하는데 해가 떨어질 때쯤 끝나요. 견사도 있고, 묘사도 있고 사택 아이들도 있어서 그 아이들을 그 시간 안에 다 케어하지도 못해요. 너무 바빠요. 정신없이 일하다가 다음 날 앓아누워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년 4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에디터
- 하윤선
- 포토그래퍼
- MOK JUNG WOOK
- 스타일리스트
- 이윤경
- 헤어&메이크업
- 박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