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처음이고, 누군가는 열 번 이상의 특집호를 함께한 그린 얼루어. <얼루어>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낸 에디터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얼마나 ‘그린’해졌나요? 

1년차

조금씩 조금씩
부끄럽지만 스스로 ‘그린’하지 않은 사람임을 시인하며 그 어떤 노력조차 하지 않음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얼루어>에 합류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를 탐구하는 ‘서스테이너블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먼저 자리잡은 해외 브랜드와 이야기하며 단지 친환경 소재만이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고 알았던 나의 좁은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지속가능성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나의 작은 노력이 큰 변화를 만듦에 기여할 수 있음을 배우게 됐다. 다 마신 페트병의 라벨을 떼고 납작하게 구겨본다. 스스로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 박민진 (패션 에디터)

보다 넓은 즐거움
‘잇아웃’과 ‘플레이스’는 주제에 맞는 음식과 공간을 소개하는 나의 고정 기사다. 지난 두 번의 그린 얼루어 특집에서는 비건 레스토랑과 제로웨이스트 숍을 소개하기도 했다.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 비건 칵테일을 선보이는 ‘포인트 프레드릭’ 등 다양한 곳을 거쳤다.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은 입을 모아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어떤 희생도 전제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즐거움을. 그 이후 나 또한 보다 넓은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음식 기사에서는 의식적으로 비건을 포함하고, 가능하다면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하고 싶다. 공존이란 단어는 작은 움직임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다. – 정지원(피처 에디터)

3년차

나 클린 뷰티 좋아했네
<얼루어>에 오자마자 뷰티팀의 가장 큰 행사인 ‘베스트 오브 뷰티 어워드’에 투입되어 ‘클린 뷰티 어워드’를 위해 몇백 개에 달하는 제품의 성분과 친환경 활동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클린 뷰티 브랜드의 굳건한 소신과 제품력에 수없이 감동받았다. 환경을 고려하면 효능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랜 기간 클린 뷰티 제품을 사용하니 오히려 피부가 편안해졌다. 자연스럽게 화장품 쇼핑 기준에 ‘친환경적인가’를 추가하게 되었다. 친구들의 화장품 추천 요청에도 클린 뷰티 브랜드를 적극 전파한다. 이 좋은 걸 나만 알 수 없지. – 신지수(뷰티 에디터)

나의 모순
나는 원래 그린과 저만큼 떨어진 채 끊임없이 소비하고 배출하는 삶을 살았다. 이곳에서 맞은 두 번째 봄인 작년 3월 11일,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당연한 일상을 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청(소)년 기후위기 활동가 열 명과 마주 선 늦은 밤. 민망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서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세 번째 봄, 환경부 기후행동 홍보 대사 폴킴을 만났다.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격앙된 말이 난무한 어떤 밤. 나는 여전히 ‘낭만적 그린’에는 시큰둥하다. 대신 지난 일 년간 부쩍 자주 언급되는 기후위기 행동에 귀를 기울인다. 뭘 또 딱히 행동은 하지도 않으면서. – 최지웅(피처 에디터)

4년차

희생없는 아름다움
어느덧 네 번의 그린 얼루어를 거치며 크루얼티 프리 마크에 집착하게 되었다. 재작년 뷰티팀에서 진행한 ‘착한 마스카라’ 기사는 마스카라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이용되는 토끼 이야기였는데, 이 기사를 계기로 동물실험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이후 작년 이맘때는 동물실험을 배제한 마스카라 화보인 <Ethical Lashes>를 기획하기도 했고, 그 영향으로 올해는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영화 <#랄프를 구해줘>를 소개할 예정. 여전히 모든 제품을 동물성 원료가 없는 비건 뷰티로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고 느끼지만, 적어도 동물실험만큼은 배제한 크루얼티 프리를 고집하고 싶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위해 애꿎은 생명의 희생이 뒤따를 필요는 없으니까. – 황혜진(뷰티 에디터)

느리더라도 꾸준히
<얼루어>에 몸담은 지 벌써 햇수로 5년. 수없이 많은 화장품을 접하고 기사를 써 내려가며 ‘비건’과 ‘클린’ 이슈를 돌보아왔다. 매년 진행하는 ‘베스트 오브 뷰티 어워드’에서는 그린워싱되지 않은 진정한 친환경 제품을 가려낸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했던가? 그린한 라이프를 제시하기 위해 해왔던 다양한 시도는 어느덧 스스로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리필 제품을 출시하거나 재생 원료를 이용한 화장품엔 아무래도 더 눈길이 간다. 제품력까지 좋다면 그저 대견할 따름이다. 친환경 브랜드는 이제 메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옳은 방향으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 김민지(뷰티 에디터)

6년차

소비를 줄일 순 없어도
<얼루어>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읽고 쓰고 말한 단어를 꼽으라면 다섯손가락 안에 ‘지속가능성’이 들 거다. 사실 처음엔 그 뜻도 생소했다. 이는 비단 오가닉 소재로 옷을 만들고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만들어지는데 너무 많은 물을 낭비하진 않는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이 착취당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무분별한 동물의 희생으로 완성되는 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지속가능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브랜드를 더 많이 구입하고 사용하게 된다. 소비를 줄일 순 없지만 최소한 지속가능한 패션만은 더 ‘지속가능’하게 하고 싶은 패션 에디터의 마지막 보루랄까? – 이하얀(패션 에디터)

클린 뷰티 테스터
2015년, 나에게 질병이 있음을 알았다. 전신 홍반 루푸스는 내 라이프스타일을 초록빛으로 변하게 했고, 이 습관들을 하나 둘 <얼루어> 뷰티 칼럼을 통해 공유해 나갔다. 가장 주목했던 분야는 ‘화장품 성분’이다. 때마침 뷰티 업계에는 ‘클린 뷰티’ 바람이 일었고 관심 있는 주제였던 만큼 적극적으로 기사를 진행했다. 관련 취재들은 작년 <얼루어> 클린 뷰티의 기준을 세우는 일에도 도움이 됐다. 새로운 클린 뷰티 브랜드가 론칭하면 우리의 클린 기준에 맞는지 체크해 보고, 정말 피부에 자극이 없는지 직접 발라본다. 클린 뷰티 테스터 6년 차가 된 지금의 나를 ‘민감성 피부 화장품 컨설턴트’로 자칭해 본다. – 이정혜(뷰티 디렉터)

10년차

끝없는 질문
<얼루어>에서 ‘십장생’ ‘암모나이트’ 소리를 들으며 장기간 일해오면서 4월호 그린 특집호를 12번, 남산에서 열린 그린캠페인을 10번 열었다(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이 또한 12번). 당연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소문난 미트러버였는데, 지금은 채소와 해산물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 의류 쓰레기에 충격을 받고, SPA 브랜드 쇼핑을 끊었다. 여행을 할 때에는 공정 여행이 되도록 신경 쓰고, 친환경적인 것도 ‘그린 워싱’은 아닌지 의심한다. 환경적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국 질문과 의심인 것 같다. 내 차는 디젤 차량인데, 이 차를 구입할 당시에는 디젤이 친환경적으로 여겨졌다. 그런 인식이 몇 년 새 뒤바뀌었듯이, 늘 새로운 이슈와 뉴스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정말 친환경적인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다음 차는 전기차로 바꿀 생각이다. – 허윤선(피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