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원래의 인연마저 느슨해지는 때 어떻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겠냐고? 다 방법이 있다. 가고자 하는 곳에 길이 있으니, 시공간을 뛰어넘는 요즘 연애와 데이트의 현주소.

SWIPE RIGHT!

데이팅 앱 틴더가 국내 상륙한 2015년부터 이용했으니 자칭 ‘틴더 고인물’이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연애를 하고 있을 때나 정서적으로 휴식이 필요한 기간 등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의 휴식기가 중간중간 있었고, 다시 돌아갈 때마다 틴더의 분위기나 흐름은 조금씩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데이팅 앱 업계에 미친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우선 사용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모바일 시장분석 서비스 ‘앱에이프’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데이팅 앱 사용자 수는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55.3% 증가했다. 구글 앱스토어의 매출 순위 상위 25위 중 데이팅 앱을 포함해 친목을 다지기 위한 앱이 11개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의 몸집도 커졌다. 그동안 앱 내부의 변화도 상당하다. 텍스트 채팅만 가능하던 이전과 달리 앱 내의 영상 채팅이 가능해졌고 프로필에 백신 인증 스티커를 추가할 수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틴더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틴더 내 평균 대화 지속 시간이 무려 32%나 길어졌고 일일 메시지 건수 역시 19% 증가했다. 또한 사용자의 절반이 영상 채팅으로 대화를 나눴으며, 그중 40%는 팬데믹 이후에도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영상 채팅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직접 보고 말하는 건 또 느낌이 다르니까.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약속을 잡기 부담스럽지만 상대가 더 궁금해질 때 영상 채팅을 하는 편이야. 솔직히 실물이 궁금한 마음도 없진 않고.” 틴더 앱으로 영상 채팅을 경험한 친구A의 말이다. 데이팅 앱 특성상 실제 만남이 늦어지면 연락만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것에 한계가 있다. 만남에 앞선 사전미팅이자, 이완된 관계의 끈을 팽팽히 당기는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 A의 설명이다. 데이팅 앱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한 만남의 통로가 아니다. 애인을 어떻게 만났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어, 음, 당황하며 얼버무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꽤나 능청스럽게 답한다. 틴더에서 만났는데요? 

줌개팅을 아십니까?

묘한 어감의 줌개팅은 줌으로 하는 소개팅을 말한다. 비대면으로 전환한 대학의 줌 수업과 학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긴 문화에 가깝다.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 중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개인 채팅을 보내 관심을 표한 후,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줌으로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관심 있는 사람이 도서관 자리를 비운 사이, 간식과 연락처를 남겨놓던 캠퍼스의 낭만의 디지털 변주가 아닐까. 다만 그 시작은 일방적인 방식이니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사실 좀 놀라고 당황스러웠어요. 수업 중간에 채팅을 보내와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연락처를 주기엔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고, 줌으로 대화를 하기엔 어색할 게 뻔했죠. 카페처럼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침묵의 순간이 정말 숨막힐 거 아니에요?” 줌개팅을 하진 않았지만 줌으로 호감 표시를 받아본 적 있는 친한 동생 B의 말이다. B에 따르면 주변에 줌개팅을 경험한 사람의 대부분은 수업보다 교내 커뮤니티와 전문 플랫폼을 이용했다고 한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선을 자처하는 사람이 ‘셀소(셀프소개)’를 모집하고, 들어온 소개글을 바탕으로 서로 어울릴 만한 사람들을 소개해준다고 한다. 놐놐은 이와 비슷한 구조를 취하는 비대면 소개팅 플랫폼이다. 참가자의 성향을 사전조사한 후 지역과 나이, 관심사를 기준으로 줌개팅을 진행한다. 특이한 것은 15분 간격으로 4명의 사람과 연달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모든 만남이 끝나면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싶은 상대와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다. 너무 어색하지 않도록 대화를 돕는 질문지 가이드까지 있으니, B가 걱정했던 숨막힌 침묵의 순간은 조금 덜하지 않을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 어제 모르는 사람한테 디엠으로 고백했어.” 카페 옆자리에서 우연하게 들려온 이야기에 귀가 쫑긋 세워졌지만 그들에게는 그렇게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던 듯하다. ‘차였다’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금세 다른 화제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아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본 모르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이 그렇게 아무 일이 아닌 건가?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친구 C가 ‘요즘 애들’ 이야기를 해줬다. “모르는 사람에게 디엠, 페메 보내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닌 거지. 오히려 자기가 먼저 보내달라고 광고하듯이 걸어놓기도 해. 인스타 스토리나 페이스북 오늘의 하루에 디엠할 사람? 페메할 사람? 모집하듯이 써놓으면 사람들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거나 자기 흔적을 남겨놓거든.”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만 보이게 할 수 있는 스토리의 특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혹은 상시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걸 수 있는 오픈카카오 링크를 프로필에 걸어놓는 사람도 많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기도 하고, 연인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실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온라인상의 연애로만 시작하고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막상 만나자고 했을 때 한쪽이 거부해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자신감이 부족한 걸 수도 있고, 어떤 환상을 지키고 싶은 게 아닐까? SNS에서는 어쨌든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는 거니까.” 친구 C의 주변에는 그런 식으로 만나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했다. 그럼 데이트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연락을 하루 종일 하는 편이고, 통화만 수시간을 하니 그들에겐 통화가 곧 데이트 개념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오래가는 커플은 보기 드물었어. 길어야 3개월 정도일까? 헤어지는 이유도 대부분 연락하는 다른 사람이 생겨서라고 하더라.” 만난 적 없는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일은 뜨악할 만큼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영화 <접속>의 PC통신부터 <그녀>의 인공지능까지, 인간의 관계형성 욕구는 기술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