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봄/여름 내 옷장 안에 무엇을 담아둘지 고민된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2022년 봄/여름 시즌엔 이렇게.

CLEAN LOOK 

2022 봄/여름 시즌엔 화려한 컬러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지만 정적인 클린 룩도 만만치 않다. 기본에 충실한 미니멀리스트들을 위한 최고의 선택. 맥시 드레스, 스리피스 세트업 슈트 등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간결하고 미니멀한 무드는 변치 않는다. 클린 룩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가? 새하얀 테일러드 슈트 세트업을 선보인 펜디와 견고한 실루엣의 코트를 포함한 피터 도의 컬렉션을 본다면 그 생각은 기우에 불과할 듯하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화이트 위에 컷아웃이나 스티치 같은 작은 디테일을 더해 새로운 변주를 꾀했으니. 클린 룩이 결코 심심하지 않은 이유다. 

 

HANDMADE CROCHER 

여름엔 로맨틱한 휴양지 분위기 물씬 풍기는 크로셰를 결코 등한시할 수 없다. 이번 시즌 특히 밀라노 디자이너들의 애정을 듬뿍 받은 보헤미안 감성의 크로셰. 에트로, 알베르타 페레티, 질 샌더의 런웨이에선 꽃 모양 나비 모양 할 것 없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아기자기한 룩이 즐비했으니 말이다. 패턴은 물론 할머니 옷장에서 막 꺼낸 듯한 빈티지한 크로셰 니트와 시원한 서머 드레스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크로셰를 눈여겨보자. 

FISH NET 

어부의 그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네트가 다시 돌아왔다. 레지나 표, 수프리야 렐레, 끌로에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여름을 겨냥한 시원한 그물 디테일을 곳곳에 매치했다. 그물의 시원한 느낌을 모던하게 풀고 싶다면 같은 톤의 이너 웨어로 통일감을 줄 것. 반면 독특한 원형 패턴 드레스 위에 컬러풀한 네트 드레스를 레이어드한 니나리치의 룩을 추천하고 싶은데, 복잡할 것 같은 패턴과 그물을 활용한 꽤 유니크한 스타일링으로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데일리 룩에서도 네트를 활용할 수 있다. 

 

LOWRISE-SLUNG JEANS 

Y2K 트렌드의 영향 때문일까. 유난히도 헐렁하고 느슨한 핏의 로우라이즈 슬렁 진이 지난 시즌에 이어 다양한 모습으로 눈에 비친다. 골반 라인이 보일 듯 말 듯 허리 라인을 과감하게 내리고 긴 길이로 여유 있게 입는 것이 특징이다. 발렌티노, 토가, 미쏘니, 블루마린, 에트로 등 럭셔리 브랜드는 이 헐렁한 핏의 청바지를 저마다의 스타일링으로 다채롭게 선보였다. Y2K 스타일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넉넉한 팬츠 라인에 비해 상의는 짧고 페미닌하게 매치하는 걸 추천!

 

MICRO MINI

한동안 편안한 원 마일 웨어에 빠져 긴장감 없이(?) 살았는데,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할 때가 왔다. 펜디, 프라다, 미우미우, 에밀리오 푸치 등 다양한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더 이상 짧아질 수는 없다!’를 경쟁이라도 하듯 마이크로 미니 룩에 심취했다. 특히 교복처럼 단정한 듯 보이지만 아슬아슬한 커트라인으로 벌써부터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붙인 미우미우는 그야말로 이번 시즌의 키룩이 되어버렸다. ‘이 치마 정말 입을 수 있을까?’ 걱정은 뒤로하고 일단 겨우내 찌워왔던 뱃살부터 빼야겠다. 

 

VIVID COLOR MATCH 

이번 시즌만큼은 컬러에 과유불급이란 없다. 더구나 쨍하디쨍한 비비드 컬러끼리의 강력한 매치라니. 발렌티노, 베르사체, 데이비드 코마, 록산다 등의 패션하우스는 눈이 시릴 듯한 컬러들만 선별했으며 거기에 다이내믹한 컬러 블로킹까지 선보이는 호기로움을 보였다. 평소 컬러풀한 룩을 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라면 눈여겨봐도 좋겠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따라 해보면 된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SEE SHEER 

대놓고 드러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더 묘한 매력을 준다. 가볍게 비치는 시어한 소재가 주는 그 경쾌한 맛도 그렇고, 켜켜이 쌓이면 또 다른 컬러를 보여주니 시스루 소재가 여자를 신비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발렌티노의 다채로운 오간자 셔츠도 딱 그랬다. 매니시한 실루엣에 한없이 정교한 디테일을 가득 담으니 분명 다 가렸는데, 이렇게 섹시할 수가. 에스틱한 레이스 시스루로 색다른 느낌을 전한 에밀리오 푸치도 풍성한 드레이프로 여신의 면모를 더한 릭 오웬스의 룩도 그렇다. 우리가 원하는 관능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DRAWING EFFECT 

현실도 이렇게 천진난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마치 꽁꽁 얼어붙어 있던 팬데믹 시대를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듯 드로잉을 활용한 룩이 런웨이를 물들였다. 잘 그린 아티스트의 그림이 아니다. 제멋대로 낙서한 듯 그려내 더 위트 있고 매력적인 동심의 맛이랄까? 베트멍, 지방시, 아서 아베서는 아마도 우리를 본인들의 무질서하고 창의적인 꿈 같은 세계로 인도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게 뭐든 어쨌든 환영이다. 

BACK TO Y2K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가장 메가 트렌드는 단연 Y2K. 지난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가로지르는 인싸 스타일! 벨루어 트랙 슈트와 본더치 모자가 거리를 점령했을 때의 패션 그것이다. 혹자는 다시 돌아보면 안 되는 패션의 암흑기로 꼽기도 하는데, 영민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패션의 다음 세대를 이끌 GEN Z 세대를 겨냥한 듯 작정하고 밀레니얼 시대로의 역행을 꿈꿨다. 결과는 성공적! 지금도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Y2K의 폭풍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ALL DENIMS 

우리들 옷장에 언제나 함께 있기에 제일 익숙하게 느껴지는 데님. 하지만 그만큼 변화를 꿈꾸는 데 제약 없는 것 또한 데님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데님이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블루마린이나 MSGM처럼 2000년대로 끌고 가는 타임머신이 되기도 하고. 1980년대를 풍미한 디스코의 시대로 소환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로에베처럼 형태를 왜곡해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 아티스트의 실험 대상이 되기까지. 이토록 다채로운 데님의 모든 것을 또 한 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