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물도 담아내는 새하얀 종이 같은 홍경의 얼굴에 주근깨를 가득 그렸다. 

티셔츠와 레더 팬츠,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경이 조금 느릿하게 말할 때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라이프 온 마스>, <호텔 델루나>, <D.P.>, <홍천기> 속 모습 어느 것 하나도 지금의 홍경과 닮지 않았다. 영화 <결백>의 자폐성 장애인 정수 역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그는 <콘크리트 마켓>의 촬영을 막 끝낸 참이다. 

머리가 많이 자랐네요. <콘크리트 마켓> 촬영 때문인가요?
극중에서는 이거보단 짧지만 그래도 길긴 해요. 촬영은 작년에 끝났어요. 올해 나옵니다. 

벌써부터 궁금한 작품이죠. 젊은 배우들이 잔뜩 모였을 때 에너지가 기대되거든요.
되게 재미있었어요. 정만식 선배님이나 김국희 선배님처럼 제가 평소에 되게 좋아하는 선배님들도 계시고, 제 나이 또래 배우님들도 많고 또 저보다 어리신 분들도 많아서 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동안은 쟁쟁한 선배와 한 작품이 많았죠. 유독 기억에 남는 선배 배우도 있나요?
다 기억에 남아요. <결백>에서는 배종옥 선배님과 함께 촬영했는데 너무 털털하시고 좋으세요. 그만의 ‘오라’가 있으시죠. 가장 최근에 연기를 같이 맞춰서인지 김국희 선배님도 너무 기억에 남아요. 저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연기를 할 때 매번 새롭거든요? 모든 선배님이 그러시지만 최근에 국희 선배님이랑 하면서 좋았던 건 제가 뭔가 발버둥치고 애쓰지 않아도 그 장면의 공기나 그 장면에서 요구되는 것들을 선배님이 만들어주세요. 그럼 저는 그냥 거기 맞춰서 따라간다는 느낌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듣고, 반응하고, 듣고, 반응하면서 따라갈 수 있다는 게요. 

정확한 용어로 발음하네요. 보통 ‘아우라’라고 하는데, ‘오라’가 맞죠. 책 많이 읽어요?
그런가요?(웃음) 국어는 못했는데 책은 많이 읽어요. 

어떤 책을 좋아해요?
장르는 가리지 않아요. 최근에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었어요. 매거진도 좋아하고요. 매거진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요. 글과 이미지를 종합적으로 보시는 걸 알기에 그런 부분이 존경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셔츠는 세프르 바이 매치스패션(Sefr by Matchesfashion). 팬츠는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 느끼는 리스펙트 같기도 한데요?
저는 그러려고 노력하고 진심으로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요. 작품마다 매번 새로워요. 

촬영과 촬영 사이 휴식기인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원래 테니스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못하고 있어요. 주로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책 읽고 영화 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냥 그거 하다 보면 하루의 시간이 뚝딱 가 있는 것 같아요. 일정이 없어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나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HBO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유포리아>나 <석세션> 같은 작품들이죠. 

작품 할 때마다 매번 새롭다고 하셨는데, 언제까지 새로울까요?
꽤나 긴 시간 새롭지 않을까요? 이 불안함과 어색함과 이 낯섦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언제까지 연기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늙어서도 이런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매번 긴장되고 낯설고 가기 전에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이런 것들이 힘들지만 사라지진 않았으면 해요.

1996년생 배우가 생각하는 ‘늙어서’란 어디쯤인가요?
글쎄요. 한 50~60대?(웃음) 

배우 하면서 들은 말 중에 인상적인 말이 있나요?
‘너는 너무 말랐어.’(웃음) 자주 들어요. ‘너무 말랐어, 운동 좀 해.’ 제가 가진 작은 고집이고 작은 가치관인데요. 마른 배우도 한 명쯤 있어야 하지 않나 하거든요. 너무 다들 몸이 좋고 그러니까, 변명 아닌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는 건데요. 사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몸이 좋은 사람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 자체는 그런 쪽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혼자 변명하듯 살고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홍경은 어떤 사람이에요?
뭔가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도 싫고 정의 내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당연히 부모님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친한 사람들을 만나서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매 순간 경청하려고 하고 내가 한마디를 하더라도 내 마음을 담아서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누구를 만나서든.

가족들은 홍경의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해요?
작품이 많지 않아서 이제 많이 열심히 해야 하는데요.(웃음) <결백>에서 맡은 역할을 제일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저한테도 좀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고, 가족들도 제가 그걸 하면서 용썼던 걸 아니까. 

그 <결백>으로 백상 신인상을 수상했잖아요. 준비하면서 봉사도 많이 했다고요.
너무 짧은 기간이었지만 찾아가서 옆에서 많이 뵈려고 노력했어요. 몸으로 많이 부딪혀보려고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 3월호에서 확인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