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달리 박강현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지난 것을 무던히 넘기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힘이 그에겐 있다. 

헤비 오버사이즈 셔츠는 아더(Ader).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꽤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죠?
너무 재밌어요. 여러 가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서요. 보는 분들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노출에 대한 부담도 없는 편이에요. 대신 운동을 하고 와야겠네요. 

당신에 대한 수식어가 꽤나 많아요. 가장 눈에 띄는 건 도화지 같다는 말이었어요.
사실 제가 처음 생각해낸 거예요. 제가 저를 봤을 때 무난무난했거든요. 딱히 어떤 튀는 부분 없이 얼굴도 체형도 키도 성격도 다 무난해서. 

배우에게 무난하다는 건 고민의 대상인가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 덧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처음에 이도 저도 아니게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음식에서도 간이 센 게 직관적으로 맛있을 때도 있지만 좀 싱겁긴 한데 지나고 나면 계속 생각나는 음식도 있잖아요. 

평양냉면 같은 음식 말이죠.
오히려 그런 음식에 빠지면 더 무서운 거잖아요. 주기적으로 생각나고 그렇죠. 

연기 전공인데, 노래를 하는 뮤지컬 배우가 됐어요.
그냥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할 거 없을 때 노래방에 자주 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조금씩 발전시켜나갔던 것 같아요. 다들 전공까지는 아니어도 노래나 음악을 배웠을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배웠다면 조금 더 잘했을 거예요. 전에는 배울 만한 여력도 없었고 무엇보다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었어요.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실전 경험이 가장 큰 선생님이었죠. 연기도 그렇지만, 학교에서 연습을 하고 수업을 듣는 건 한계가 있어요. 어느 정도까지는 실력이 향상될 수 있지만, 실제로 하는 건 다른 차원의 세계 같거든요. 재능보단 습득력과 적응력이 좋은 편이에요.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버려야 할 것과 가져가야 할 부분이 생기는데 그런 걸 판단하는 센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밖에서 볼 땐 금세 스타가 됐어요. 스스로 느끼기에는 어땠나요?
운이 좋았던 건 맞아요. 그리고 힘들었던 것도 맞아요. 그런데 크게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이 아니에요 제가. 자기 최면일 수도 있는데 살면서 ‘아 진짜 힘들다’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냥 약해지기 싫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분명 힘들었는데 자꾸 안 힘들다고 생각하니 그런 대로 버틸 만했던 것 같아요. 

자기 최면으로 넘기기 힘든 날도 있었을 텐데요. 오디션에서 떨어진 날이라든가?
예전에는 저도 많이 떨어졌어요. 세상의 모든 오디션은 정말 떨려요. 그런데 가끔 안 떨릴 때가 있어요.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떡하지 하다가도 막상 편안하게 잘하고 나오는 날이 있거든요. 그럴 땐 항상 됐어요. 반대로 떨어질 만하다고 생각될 땐 확실히 안 됐고요. 그래서 떨어지더라도 스스로가 모자란 사람이다,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하다고 질책한 적은 없어요. 단지 오늘 내 기량을 다 못했구나, 마인드 컨트롤이 부족했구나, 다음번엔 이런 걸 신경 쓰자고 생각했죠. 늘 하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초에는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어요. 큰 상이죠?
상을 받으면 좋잖아요. 하하. 그런데 그만큼 부담이 되는 것도 있어요. <하데스타운> 초연으로 받게 된 상인데 되게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뻐요. 안 그래도 좋아하는 작품을 사랑하게 됐죠. 

오르페우스로 <하데스타운>에 오른 지 거의 6개월이 다 됐어요. 박강현의 오르페우스는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나요?
<하데스타운>은 계속 순환하는 구조예요. 예를 들어 2회 공연이 있는 날이면 낮 공연 끝난 후에도 저녁 공연으로 마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처럼 흘러가요. 그래서인지 참 많이 했다, 참 많이 울고 기쁘고 아팠구나, 이런 마음이 하나하나의 공연이 아니라 그저 긴 기억처럼 이어져요. 하지만 그 긴 기억을 갖고도 매일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적어도 제가 연기하는 오르페우스의 모습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기타가 조금 더 능숙해진 정도? 처음엔 기타를 잡기만 해도 덜덜 떨었거든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 3월호에서 확인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