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도착한 10권의 신간 소식. 이달엔 이 책이다.

 

<단절> 링 마

2011년 중국 선전 지역에서 발발한 질병이 세계를 덮친다. 20대 중국계 여성 캔디스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게 하는 ‘선 열병’이 초래한 종말을 그린 이 소설은 2018년에 출간되었고,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다시 조명받았다. 작가 스스로는 2011년 시카고 폭설 경험이 소설의 단초가 되었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모든 것이 붕괴될 때의 공포를 전유한다. 밀레니얼의 문화와 고민을 소설적으로 읽는 재미. 황금가지

 

<이상한 날씨> 올리비아 랭

유튜브도 지루하다고 틱톡을 찾는 시대, 대체불가토큰(NFT)이 득세하는 이 시대에 예술의 본질과 역할을 찾는 것이야말로 사치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올리비아 랭이 ‘위기 속의 예술’을 주제로 써 내려간 에세이는, 바로 그런 사치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먹고사는 것 이상을 생각하는 일.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위안받는 일. 그리고 올리비아 랭의 글을 읽는 일. 1만7천원으로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사치가 또 있을까. 어크로스

 

<쿠사마 야요이> 엘리사 마첼라리

뭉크, 반 고흐, 달리, 피카소, 프리다 칼로, 바스키아 등을 다뤄온 ‘아티스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은 <쿠사마 야요이>다.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노블 작가인 엘리사 마첼라리의 작품으로 책 전체에 배치한 물방울무늬는 쿠사마 야요이의 삶과 작품을 지배한 강박을 보여준다. 미메시스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와 <개인주의자 선언>의 작가 문유석 판사의 신작은 다름아닌 ‘헌법’을 다룬다. ‘헌법’으로 에세이를 쓸 수 있나 싶지만, 헌법이야말로 연약한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방패임을 다시 상기시키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은 모두 헌법에서 보장된 가치로,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의라는 것. 문학동네

 

<페어플레이> 토베 얀손

‘무밍’의 창조자이자 <여름의 책>을 쓴 토베 얀손의 또 다른 글을 만나볼 시간. 창작과 사랑을 주제로 한 <페어플레이>는 작가가 쓴 마지막 장편 소설이다.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 속 주인공은 마리와 욘나다. 마리는 글을 쓰고, 욘나는 그림을 그린다. 작가 스스로 자전적이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작품 속에 동성 연인인 툴리키 피에틸레와의 시간이 담겨 있음을 부인한 적도 없다. 민음사

 

<우타강의 시간 1> 요시다 아키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원작이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의 만화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영화 이후에도 만화의 이야기는 계속 흘러 연재 12년 만에 9권으로 완결되었다. 작은 온천마을을 배경으로 한 <우타강의 시간>은 바닷마을 자매들의 이야기에서 흘러나온 새로운 줄기다. 주인공 격인 이다 가즈키가 막내 스즈의 배다른 남동생이라는 설정이다.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으며 삶의 의미를 발견해나가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하다. 문학동네

 

<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최근 2-3년 동안의 주택 가격 폭등을 겪는 사이, 주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소설도 등장했다. 제목부터가 <세대주 오영선>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스물아홉 오영선은 갑작스럽게 엄마가 사망하며 세대주가 된다. 집주인은 찾아와 집을 비워달라고 하고, 가진 것은 엄마의 장롱에서 발견한 16년 전 청약 통장과 전세 보증금 1억2천만원이다. 주인공의 선택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게 된다. 이것은 소설일까, 르포일까, 교양서일까? 아무튼 장하다, 오영선. 사계절

 

<계절 산문>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후 4년 만에 펴낸 산문집이다. 시인 박준을 만난 적이 있거나, 혹은 그가 진행하는 심야라디오를 들었다면 그가 평소에도 다정한 말씨로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다정함이 산문집에도 가득 담겨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때로는 너무 춥거나, 너무 더워서 짜증스러운 계절의 면면을 세심하게 살핀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지금을 느끼는 일이 곧 계절을 지켜보는 일이라는 것도. 달

 

<심플 푸드> 앨리스 워터스

마치 <수학의 정석>처럼 ‘요리의 정석’이 있다면 앨리스 워터스의 이 책이 마땅하다. 앨리스 워터스는 ‘슬로우 푸드’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오가닉 푸드의 여왕이다. 200여 가지 요리법이 담긴 이 책만 있으면, 어디서든 내 요리 선생은 앨리스 워터스라고 으스댈 수 있다. 바세

 

<케이팝의 역사, 100번의 웨이브> 여러 작가들

연말, 서울에서 울진 덕구온천까지 달렸다. 그럴 때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좋아하는 케이팝 음악을 듣는 것. 서로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달리다 보면 저기 목적지가 보인다. ‘케이팝 100대 명곡 리뷰(1992~2020)’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도 그렇다. 나만의 케이팝 명곡 100이 있지만 다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춰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재미. 안온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