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처럼 부푼 귀여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이번 시즌 버블 헴라인에 관하여.

 

꽤 오랜 시간 버블 헴라인에 눈이 가지 않았었다. 모던한 롱 앤 린 실루엣이나 스트리트 감성의 힙한 옷들 사이에 한껏 과장되고 드레시한 버블 헴라인이 서 있을 곳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것’라는 말은 이번 시즌에도 유효한 듯 1980년대를 풍미한 화려하고 과장된 실루엣, 빈티지하고 클래식한 드레스 라인이 돌고 돌아 런웨이를 또다시 찾았다.

잇단 스트리트 감성이 조금씩 평범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과해 보였던 복고풍 실루엣이 돌연 신선해 보인다. 버블 헴라인은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밑단을 안으로 말아 올려 거품처럼 풍성하게 볼륨을 만든 것. 주로 스커트나 원피스 밑단을 둥글게 말아 올려 둥글게 부풀려 마치 풍선을 입은 듯 보이는 실루엣이다. 이번 시즌 다양한 패션하우스가 이 봉긋하게 부풀린 라인에 매료된 듯 보인다.

버블 헴라인은 특유의 드라마틱한 라인 때문인지 역시 드레스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역대 미국 영부인들의 선택을 받아 화제가 된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컬렉션은 풍성한 버블 헴라인을 정석으로 표현한 컬렉션이다. 드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캐롤리나 헤레라는 브랜드의 40주년을 맞아 역대 아카이브 룩을 재해석해 더욱 로맨틱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우아한 벌룬 실루엣의 미니드레스는 단연 돋보였다.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알버 앨버즈를 추모하는 컬렉션을 담은 AZ팩토리에선 특히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가 헌정한 핫핑크 벌룬 실루엣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발렌시아가와 과거 랑방을 이끌었던 그의 DNA를 절묘하게 담아낸 룩이랄까.

그런가 하면 이번 시즌 버블 헴라인의 쿨한 행보도 놓칠 수 없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제틱한 아메리칸 글래머 룩을 선보인 프라발 구룽은 쿠튀르한 버블 헴라인과 스포티 웨어의 편안함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프로럴 패턴의 나일론 아노락과 매치한 버블 미니 드레스는 온통 우아한 드레스만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고, 캐주얼한 데님을 단번에 쿠튀르 드레스로 탈바꿈시킨 로에베의 룩도, 몸에 밀착되는 유연한 저지 드레스 밑을 버블 헴라인으로 마무리한 스포트막스의 모던 룩도 마음에 든다. 클래식한 재킷과 스니커즈로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파티 룩을 보여준 셀린느와 빈티지하게 물이 빠진 데님과 매치한 루즈 후엘은 버블 헴라인의 쿨한 면모를 가득 보여준 베스트 컬렉션.

이쯤 되니 데일리 웨어로도 도전해볼 마음이 생긴다. 우아한 파티 룩에나 오버랩될 것 같던 이 재기 발랄한 실루엣이 사랑받을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해보는 걸 추천한다. 봄바람이 살살 불어올 때면 별안간 입고 싶은 날이 올지 모르니.

 

손목에 찰 수 있는 브레이슬릿형 파우치는 97만원, 로에베(Loewe).

 

버블 모양 유리 꽃병은 49만원대, 얄리 글라스 바이 매치스패션(Yali Glass by Matchesfashion).

 

크리스털을 세팅한 롱 네크리스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버섯 모양의 핸드메이드 유리병은 1백80만원대, 헬레 마르달 바이 매치스패션(Helle Mardahl by Matchesfashion).

 

민트색 파우치 백은 3백49만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볼 모양 유리 꽃병은 37만원대, 얄리 글라스 바이 매치스패션.

 

청키한 플래폼 샌들은 가격미정,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