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별 / 비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세던 비오가 단단한 땅을 딛고 선 순간, 저 별처럼.
우리가 만난 정오는 당신의 하루 중 어디쯤에 있나요?
밤에 잘 못 자는 편이에요. 주로 아침이 밝아야 잠이 드는 편인데, 스케줄이 없는 날은 이 시간까지 깨어 있다가 잠을 자기도 해요. 그러니까 일이 없는 날이면 지금 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라고 볼 수 있죠.
이 훤한 대낮이 오밤중인 셈이네요?
좀 그래요.(웃음) 어제는 최대한 일찍 자려고 노력했어요. 잠을 아예 안 자고 나오는 거랑 조금이라도 자는 건 확실히 다르거든요. 좀 피곤한 것 같긴 한데 몇 시간 정도 잠을 자고 나와서 괜찮아요.
세례명 비오를 이어받은 교황이 많다는 거 알고 있어요?
당연히 알고 있죠. 저의 세례명이기도 하니까요.
성당에는 자주 가는 편인가요?
<쇼미더머니10> 출연 전에는 그래도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미사에 갔는데요. 바빠진 이후로는 통 못 가긴 했어요. 집에서 어머니랑 기도드리는 정도만 하고 있어요.
바삐 살다 보면 소홀해질 법도 한데, 독실한 편인가 봐요?
네, 지금은. 지금은 단단하게 믿고 있어요.
‘지금은’이라는 단서를 남기는군요?
원래는 안 그랬으니까요. 천주교가 모태 신앙이라 태어나면서 바로 비오라는 세례명을 받았죠. 제가 선택한 게 아니어서 그런지 그 존재를 부정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필요할 때만 찾거나 아니면 탓으로 돌리기도 하면서요. 근데 살면서 어떤 순간 그 존재를 확 느끼게 됐고, 그때부터 정말 많이 의지하게 됐어요.
그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나요?
살면서 제가 정말 힘들었던 순간이요. 진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단지 구원만 해달라고요.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까 우울한 감정과 마음속 짐을 조금씩 떨쳐버릴 수 있게 됐어요.
맨 처음 고해성사를 한 날을 기억해요?
워낙 어릴 때였어요. 고해성사할 때 기본적인 방법과 순서가 있거든요. 그땐 그걸 틀리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진짜 고해를 못했던 것 같아요. 진정한 고해성사는 고등학생 때인 것 같은데요. 스스로에게 진짜 실망스러운 두 가지 내용을 고해했어요. 저의 죄를 고해하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했던 기억이 나요. 뉘우치게 됐고요.
고해는 영영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원칙이 있으니 더 묻진 않을게요.
그건 원래 말하면 안 되는 거니까요.(웃음) 절대로.
자신이 믿는 종교를 이야기할 때 되게 신중한 얼굴이 되네요.
덕분에 휘둘리지 않고 여기까지 잘 온 것 같긴 해요.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안 좋은 유혹이 슬며시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저는 종교의 힘으로 버틴 것 같아요. 그게 정말 기준이 돼요.
그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비오는 좀 다른 사람일까요?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솔직히 장담을 못하겠어요.
<쇼미더머니10> 에서 처음 ‘Counting Stars’를 부르던 모습으로 모두가 당신을 기억하게 됐어요. 반짝반짝 빛이 났으니까요.
그 말이 진심이라면, 그 이유는 저조차도 아주 드물게 100%의 진심을 담아 쓴 노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가사를 어떻게 썼는지 저도 잘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되 구차하거나 불쌍해 보이고 싶진 않았어요. 최대한 담담하게 그때 마음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처음 쓴 버전에서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어요.
해가 지났지만 ‘Counting Stars 밤하늘에 펄 Better than your LV Your LV’이라는 가사는 2021년을 대표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세련된 요즘 시처럼 와 닿아요. 어때요? 부담스럽나요?
부담스럽진 않아요. 그냥 영광스럽죠. 제가 시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 가사를 시처럼 생각해주신다면 그건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부담되진 않는다고 딱 선을 그을 때, 뭔지 모를 당당함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런 믿음이 있어요. 특히 음악에 있어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어요.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력하는 거죠.
<얼루어> 디지털 콘텐츠 주제로 ‘비오의 흑역사’를 이야기해보자는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한 일도 떠오르네요. 그게 비오인 거죠?
저는 일단 흑역사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 자신이 과거의 제 모습을 흑역사로 규정해버리는 건 좀 슬프고 자신에게 너무 미안한 일인 것 같거든요. 대단한 거든 사소한 거든 상관없이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안 해요?
그런 사람인가 봐요. 트러블도 많이 있었어요. 어릴 때는 완곡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몰랐거든요. 유연하게 거절하고 선을 긋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전보다 유연해진 지금 마음은 어때요?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일하다 보면 다 보이는데 모른 척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땐 마음이 아픈 것 같기도 해요. 바로바로 표현하지 못하고 우선 넘기는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어리고 바보 같고 이기적이더라도 다 표현하고 살면 그래도 속은 좀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질문을 이렇게 해볼까 봐요. 비오는 가사와 가사가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상상할 수 있는지 그걸 제일 먼저 생각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가사를 보고 뭔가 느껴지지 않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바로 지워버려요. 그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거창하거나 정확한 생각이 아니어도 좋아요. 제가 쓴 가사를 보고 갑자기 보라색이 떠오른다? 그럼 저는 만족해요. 되게 그럴 듯한 문장인데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마디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캔슬하고 버려야 해요.
어쩌면 시인의 마음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지향하는 건 확실히 시인의 마음인 것 같아요. 곡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요. 어떤 노래에선 스토리텔러가 되기도 하죠. 여전히 노력해야 할 부분인데, 아주 직설적인 주장을 최대한 직접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시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바람이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년 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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