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하다가도, 박장대소하듯 웃는 모습이 좋다.
우리가 아는 한선화의 모든 모습.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미우미우(Miu Miu). 슈즈는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새해 첫 스케줄로 화보 어때요?
<얼루어> 촬영이라고 해서 진짜 반가웠어요. 저는 인연을 믿는데, 이게 제 새해 첫 화보라 너무 기분이 좋아요.

곧 새로운 작품의 촬영을 시작한다고요?
다음 주부터 영화를 촬영해요. 특별출연 개념으로 찍는 작은 장편 영화예요.

계속 저예산 영화에 참여하고 있죠.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예전부터 독립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까 그거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어떤 로망이에요?
내가 연극영화과를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꿈이에요. 활동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까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독립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기회들이 주어져서 하고 있어요.

저예산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상업 영화보다 매력적일 때가 많아요.
대중성이 강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결이 다른 작품이 많다 보니 저로서는 그런 작업들이 큰 수확이었어요.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팬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 슈즈는 렉켄(Rekken).

그럼에도 어떤 부분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될 텐데요?
아무래도 제일 큰 건 시간이에요. 여유가 없으니까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타이트해요. 근데 또 배워가는 게 있어요. 그런 환경을 겪어보는 것 자체가 저한테 공부이기도 하니까요. 좀 더 치열해져요.(웃음)

그런 마음의 배우라면, 감독님이나 제작자는 더없이 고마울 것 같네요.
<영화의 거리>로 처음 독립영화 현장을 경험하며 뜨거운 사명감에 불타올랐어요. 이렇게 좋지 않은 조건에도 영화를 만들려고 모인 사람들은 그런 뜨거운 마음으로 하거든요. 불편함보다는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내가 여기서 도와줄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역할을 제대로 하자’라는 마음이 생겨요. 예산이 적더라도 내 감독님이고, 내 현장이고, 이 작품에서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연기할 인물이니까요. 그런 게 좋더라고요.

그런 사명감이 전해져요. 한선화가 나온다고 하면 저 같은 기자도, 대중도 한 번 더 보게 되니까요. 그렇게 본 <영화의 거리>는 <라라랜드>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와! 감사합니다. 너무 로맨틱한 리뷰다. 제가 나와서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그럼 정말 정말 감사하죠. 제가 도움이 된 거니까요.

작년엔 영화 <영화의 거리>도 <강릉>도 개봉했고, 또 <술꾼도시여자들> 드라마가 있었어요. 2021년은 어떤 해로 남았어요?
아주 알찬 한 해였죠.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영화가 영화관에 걸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거든요. GV 일정과 언론시사회로도 보고, 몰래 부모님이랑 같이 가서도 봤죠. 그리고 <술꾼도시여자들>을 만나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게 됐고요. 끝나자마자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도 바로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정말 ‘하늘아 감사하다!’ 했죠.(웃음)

순도 백 퍼센트 기쁨과 감동이 전해지네요.
촬영하는 것도 좋은데 찍어놨던 작품들이 대중들 앞에 설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어요. 돌아보면 너무 뿌듯해요.

드레스와 롱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술꾼도시여자들>이 시즌 2를 예고했고, 스핀오프격인 등산 예능 <산꾼도시여자들>을 하잖아요. 등산 예능이라니, 괜찮을까요?
아직 촬영 전인데, 원래 등산을 좋아해요. 혼자 시간 비면 청계산 자주 가고 그랬거든요. 한라산에 오르는 게 제 버킷 리스트였어요. 그래서 한 살 더 먹기 전에 한라산을 한번 가보자 해서, 작년에 예약하고 다녀왔거든요. 거기 다녀왔더니, 등산 프로그램이 섭외가 오더라고요.

하하! 프로그램이 한선화 때문에 생긴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럼 안 되는데, 애들한테 미안한데.(웃음)

산을 오르는 건 자신 있나요?
어떤 방식인지, 어디를 오를지는 저도 전혀 몰라요. 그런데 저는 한라산 두 번 다시는 안 가고 싶거든요.(웃음) 어제 TV 보는데 전현무 오빠가 <나 혼자 산다>에서 한라산에 올라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방영되는데, ‘저 마음 내가 알지!’ 했어요. 빨간 구간 지났다는데 빨간 구간 안 지났거든요. 노란 구간으로 되어 있는데 노란 구간이 사실 아니고요. 저도 다큐가 될지, 예능이 될지 궁금해요.

그것도 정은지, 이선빈 씨까지 배우 세 분이 산을 올라야 하는 거니까요.
다 체력은 좋으니까 기대하고 있어요. 등산이라는 건 같이는 가지만 각자의 페이스가 있으니까요.

재킷은 미우미우.

등산이 인생이라더니, 인생 같은 말이네요. 요즘은 한선화의 여러 모습을 보게 돼요. 실제로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질 정도로요.
제 모습은 영화와 드라마 중간 같아요. 그래서 양쪽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술도녀>처럼 밝은 역할 처음 해봤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촬영하면서 이렇게 많이 웃은 건 처음이에요. 여자 셋이 함께한 것도 좋았고, 그러면서 은지랑 선빈이를 만나 좋은 동료를 두게 되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정반대의 모습을 빠르게 오가야 하는 것도 배우의 몫이 되잖아요?
드라마 끝나자마자 10일 후에 바로 <교토에서 온 편지>를 촬영했는데, 걱정도 좀 됐어요. 너무 신기한 건, 내던져지면 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100일 같은 10일을 보낸 것 같아요. 제가 인연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작품을 하게 되는 것도 소중한 인연이지만, 작품을 못하는 것도 그만의 인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 제 짝이 있고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곧바로 영화를 촬영한 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것 같아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