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이냐 아니냐를 선택해야 될 시점. 요즘 관심 가는 전기차에 대하여.

 

아우디 Q4 e-트론

도심형 SUV의 디자인 코드는 ‘강렬한 세련미’로 진화했다. 우아한 디자인 언어를 입고 아스팔트 정글을 누비지만 ‘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의 유전자를 버리면 곤란하다. 게다가 이 차, Q4 e-트론은 전기차다. 뼈대를 달리하고 무거운 배터리를 얹지만 우리 몸이 기억하는 익숙한 편안함은 지켜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컴팩트 SUV답게 대중화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표를 붙여야 시장은 열광한다. 과연 아우디는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을까?

아우디는 모터 달린 차라고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전기차는 냉각을 위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지만 그렇다고 테슬라처럼 통짜 범퍼로 밋밋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포링 엠블럼을 중앙에 새겨놓고 두꺼운 선으로 명확하게 경계를 나누고는 입체적인 크롬 장식으로 멋을 냈다. 반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와 LED 헤드램프는 철저히 기능을 담보하지만 최신 기술로 크기를 줄였다. 매끄럽게 흐르는 보디 실루엣에 날카롭게 새긴 에지 라인의 조화가 실로 근사하다. 커다란 바퀴를 최대한 앞쪽으로 배치해 역동적이고 힘이 넘친다. 우아한 디자인 언어의 힘이다.

체격마저 당당하다. 길이는 4.6미터에 육박하고 너비는 186센티미터에 이른다. 소형 해치백을 살짝 키워놓고 SUV라 부르는 민망함을 지워냈다. 둘이라도 좋고 넷이라도 편안하다. 싱글의 화려함, 딩크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아이들 학원 라이드에 여념이 없는 학부모의 책임감 또한 감당해낸다. 자연스레 실내 또한 무척 커졌다. 앞좌석은 10.25인치 액정을 중심으로 화려하면서도 선 굵은 기조로 흐른다. 넓고 낮게 설계한 대시 덕분에 전방 시야가 탁 트였고, 플로팅 변속 레버 아래에는 수납 공간이 즐비하다. S라인 트림 시트에 앉아보니 몸에 꼭 맞는 피트감이 물씬한데 뒷좌석은 가족차로 쓰기에도 충분할 정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최신형 모델답게 편의장비는 빼곡하게 챙겼다.

‘아우디는 콰트로’라는 명제가 이 차에서도 유효할까? 아쉽게도 내가 권하는 모델은 싱글 모터에 대용량 배터리를 품은 Q4 40 e-트론이다. Q4 e-트론은 설계 때부터 고성능 모델이 아닌 실용적인 콘셉트로 만들었다. 가장 균형 잡힌 모델인 Q4 40 e-트론의 주행거리는 넉넉하고 동력 성능은 편안하다. 앞쪽에 모터를 덧붙인 건 앞바퀴 접지력이 필요한 상황을 가정한 설계다. 출력이 적당하기에 겨울철 후륜구동이 걱정된다면 올웨더 타이어를 권하겠다.

Q4 e-트론은 아우디의 ‘모델3’다. 모델S만으로 연명하던 테슬라가 모델3를 내놓으며 세간의 인정을 받은 것처럼 아우디의 이 차를 통해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온라인 클릭 한 번으로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는 있지만 손에 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벌써부터 솔드아웃의 조짐이 보인다.

– 최민관(칼럼니스트)

 

르노 트위지

트위지를 검색하면 혹평 포스팅이 많이 나온다. 창문이 없다. 창문을 달면 덜덜거린다. 항속거리가 짧다. 시거잭이 불편한 곳에 있다. 히터와 에어컨이 없다. 뒷사람은 다리를 벌리고 타야 한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충전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차를 사는 사람들은 완전 ‘XX’다. 그런 말을 살펴도 트위지를 고를 거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트위지는 유럽의 마이크로카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마이크로카는 우리가 아는 자동차와는 조금 다르다. 모터바이크와 자동차 사이에 ATV라는 장르의 차가 있다. ‘전지형 만능차(All terrain vechicle)’라는 뜻의 4륜 바이크다. 나는 트위지를 도시형으로 만들어진 4륜 전동 ATV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EU기준으로도 트위지는 정식 자동차가 아닌 4륜차(Quadricytle, L7e)로 분류된다.

‘비를 맞지 않는 ATV’라고 생각하면 트위지의 개념은 완전히 달라진다. ATV는 사실상 실생활에서 타기가 쉽지 않다. 반면 트위지는 지붕이 달린 4륜 오토바이다. 계절을 조금만 고려하면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탈 수 있다. 트위지는 한국 교통법상 경차로 분류되는데 이것도 굉장한 장점이다. 광화문이나 여의도 등 주차 때문에 빙빙 도는 곳에서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깃털처럼 차를 세워보는 기분은 느껴봐야 안다. 나는 서울 시내에서 무거운 짐 없이 혼자 움직이는 일상을 살고 있다. 내 삶에선 트위지 이상의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

트위지의 별칭 중 NMC라는 게 있다. ‘뉴 모빌리티 콘셉트’의 약자다. 그 말처럼 트위지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제안하는 미래의 모빌리티 콘셉트다. 앞으로 도시는 점차 과밀화되고 방이든 주차장이든 공간의 면적은 비싸질 것이고 내연기관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트위지는 그런 상황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회사가 제안하는 실험적 문제 해결 방안이며, 실제로도 콘셉트 카 당시의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없는 채 출시됐다. 물건에는 그게 무엇이든 만든 사람의 의도와 나름의 세태 전망이 담겨 있다. 콘셉트가 확실한 제품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콘셉트 카는 원래 비싸고 구입하기 쉽지 않다. 나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 콘셉트 카의 싱싱한 상상력을 느껴볼 기회는 많지 않다. 트위지에선 그 의도가 살아 있다. 그 의도를 사서 느껴볼 의향이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의 혹평 덕에 트위지의 중고 시세가 굉장히 낮다. 아주 마음에 든다.

– 박찬용(칼럼니스트)

 

기아 EV6 GT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게 변하더라. <매드맥스>의 워보이들처럼 8기통을 찬양하던 내가, 내연기관 자동차가 우월하다고 떠들던 내가, 이제는 전기차를 탐낸다. 내가 간사해진 건 요즘 전기차가 기대 이상이라 그렇다. 너무 잘 만들었다. 신형 전기차들을 시승하다 보면 드라이빙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이건 어떤 종류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나는 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새로운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나. 뭐 그런 깨달음.

하여튼, 큰 가르침의 계기가 된 전기차들 중 사고 싶은 건 기아 EV6 GT라인이다. 스포츠카 분위기를 내는 전기차 중에서 이만한 가성비를 갖춘 건 없다. 가격은 5천9백80만원으로 체급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지자체 보조금을 최대한 받으면 4천만원 후반대에 구입 가능하다. 내 신용으로 어떻게 비벼볼 만한 신형 전기차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당장 구매 계약을 해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쉬운 차는 아니다.

EV6는 요즘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아이오닉5와는 이란성 쌍둥이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E-GMP라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이다. 아이오닉5가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는 데 열중했다면, EV6는 펀 드라이빙 중심으로 설계됐다. 실내는 아이오닉5만큼 넓지는 않지만 대신 더 날렵한 외모와 날카로운 주행감각을 지녔다.

전기차의 특징은 빠른 가속과 균형감이다. EV6의 초반 가속은 어지간한 스포츠카 못지않다. 평소에도 반응이 ‘빠릿’한데, 주행모드에서 스포츠를 선택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계기판이 붉은 톤으로 바뀌고, 엔진도 없는 것이 엔진 소리를 낸다. 가속페달을 슬쩍 밟아도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가벼웠던 운전대는 무게감이 생긴다. 차량 하부에 배치된 배터리가 균형감을 맞추는 역할도 해 안정감도 강조된다. 고속 주행 시 차체가 노면에 바싹 붙은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 안정감은 고속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내는 부족함 없다. 옵션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다 보니 최신 기능은 모조리 넣었다. 선명하고 화사한 디스플레이, 말을 정확히 알아듣는 음성인식 서비스, 자율주행 기능과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미래 기능으로 무장했다. 주행거리도 길다. 1회 충전 복합거리가 무려 441km에 달한다. 실제 전비는 이보다 더 효율적이다. 급속 충전도 지원해 충전 스트레스도 적다. 장거리도 충분한 수치이지만, 나는 여행보다는 출퇴근용으로 사고 싶다. EV6에는 직장생활의 괴로움을 풀어줄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괴로움이야 내 마음의 문제이긴 하지만 EV6의 쾌적함이라면 평안을 얻는 데 꽤나 도움 되겠다.

– 조진혁(<아레나 옴므 플러스> 에디터)

 

BMW iX3

내 다음 차는 전기차가 될까? 매일 나의 차에 시동을 걸면서, 혹시 이 차가 나의 마지막 내연기관 차일까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디젤의 ‘부릉부릉’한 소리도 그리워지겠지. 이 차를 살 때도 전기차 생각을 안 하지는 않았다. 갖고 싶었던 건 BMW i3였다. 하지만 갖고 싶다고, 그만큼의 돈이 있다고 해도 다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1993년에 지어졌다. 전기차 충전기가 있을 리가 없다. 동네에서 i3도 i8도 테슬라도 보이지만 그때마다 궁금하다. 저분은 회사에 충전소가 있겠지? 테슬라를 소유하고 있는 내 친구는 내연기관 차까지 두 대를 유지한다. 그렇게도 못하는 나는 i3를 바라보면서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요즘 사람들은 차보다 ‘전기차 관련주’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주식에 투자하면 나중에 세 대도, 열 대도 살 수 있다는 투자론에는 관심이 없다. 투자자가 아닌 소비자의 눈으로 새로운 전기차를 유심히 살필 뿐이다.

BMW에서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공개했을 때, 가장 먼저 내 흥미를 끈 것은 한스 짐머가 작곡했다는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었다. 나는 그런 게 좋다. 가속, 힘… 그런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매일 막히는 도로를 다니며, 교통규범을 준수하는 모범 운전자인 내게는 매일 함께하고 싶은 느낌적인 느낌과 안락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2월 영종도에서 열린 ‘디 얼티밋 i 데이’에서 iX를 실컷 보고 iX xDrive 40를 타보았다. 영종도에서 파주까지 왕복하는 동안 전기차의 꾸준한 진화가 몸으로 느껴졌다. 엔진이 없는데도 키드니 그릴이 더욱 강렬해진 것이 흥미로웠다. 실내 목재 패널은 ‘탄소배출 없음’이라는 친환경적 요소가 그대로 들어오고, 크리스털로 된 좌석 버튼도 새롭다. 헤드 레스트와 좌석이 일체화되었는데, 그만큼 넓고 쾌적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1억대의 가격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인 데다 큰 차보다 작은 차를 선호하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7천만원대의 iX3에 관심이 쏠렸다. iX의 DNA를 유지하면서 iX3만의 장점을 살렸다. 1회 주행 가능 거리는 344km다. 여기에 X3보다 낮은 차체 무게중심과 43:57 비율의 앞뒤 무게 배분 덕분에 더욱 재빠른 주행성능을 보인다. iX3는 BMW숍 온라인을 통해 M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퇴근길, 무심코 엘리베이터에 붙은 관리사무소 공고문에 시선이 갔다. ‘단지 내 전기차 충전소 도입 및 설치 완료.’ 오! 나 이제 전기차 사도 되네?

– 허윤선(<얼루어> 피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