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PARADIGM,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 3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 세 곳. 이들이 있어 오늘도 패션계는 변하고 있다.
SLEEPER | @daily_sleeper
슬리퍼는 공동 대표가 함께 만든 라운지웨어 브랜드다. 어떤 계기로 둘이 함께 하게 되었나?
케이트 주바리에바(이하 케이트)&아샤 바렛사(이하 아샤) 케이트는 패션 매거진 <핑크> 편집장, 아샤는 <엘르 러시아>의 패션 에디터로 일하며 만났다. 각자 원하는 성취를 이뤘다고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은 열망이 생길 때였다. 함께 영화 <내 사랑 컬리수> 속에서 스트라이프 로브를 입은 그레이 엘리슨 역의 켈리 린치를 보고 영감을 얻어 2014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슬리퍼를 창업했다. 첫 컬렉션 론칭 두 달 만에 <보그 이탈리아> 편집장 프랑카 소차니에게 이달의 브랜드로 선정되었고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린드라 메딘, 다코타 패닝 등 여러 셀러브리티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켈리 린치 또한 우리의 고객이 되었다.
슬리퍼를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아샤 사회적, 경제적, 환경 분야 등 총 세 가지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의식 있는 생산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제품은 키예프 현지 아틀리에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공정한 근무 조건을 보장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안전한 일터와 경쟁력 있는 급여를 제공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현명하게 우리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소재별로 아이템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제작해 의식 있는 소비를 촉진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슬리퍼가 추구하는 가장 최우선의 가치는 무엇인가?
케이트&아샤 낭비 없는 생산. 판매할 수 있는 만큼의 제품만 생산해 버려지는 원단을 줄이고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투리 천으로는 패키지, 헤어밴드, 벨트 등의 아이템을 제작한다. 또한 2020년부터 효율적인 재고 처리를 위해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더리얼리얼과 파트너십을 맺어 샘플 및 결함 제품을 위탁하고 있다. 제휴 두 달 만에 재고판매율 86%를 달성했다.
웹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케이트 컬렉션의 약 90%를 리넨, 면, 실크, 에코베로 레이온 등 100% 천연 섬유로 생산한다. 에코베로 레이온 비스코스는 오코텍스(OEKO-TEXⓇ) 스탠더드 100 인증을 받은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섬유다. 특히 리넨을 가장 애용한다. 식물에서 추출해 완전히 생분해되기 때문인데, 포장재도 리넨 백으로 전부 교체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30년까지 천연 섬유 사용률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홈웨어 브랜드로 시작해 지금은 브라이덜, 수영복 등 점차 다양한 카테고리로 컬렉션을 확장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아샤 슬리퍼는 ‘여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집에서 독서를 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갈 때처럼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와 상황에서 슬리퍼를 찾았으면 한다. 이 마음으로 우리의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 세상을 바꿀 수있을까?
케이트&아샤 물론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환경과 지구,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풍부한 사랑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진심으로 믿는다.
BEHNO | @behno_official
베노는 어떤 브랜드인가?
2018년 뉴욕을 기반으로 탄생한 가방 브랜드로 윤리적인 생산 과정을 거친 가죽 제품을 선보인다. 베노는 힌디어로 ‘자매’를 뜻하며, 의류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인 사실에서 착안했다.
베노에서는 어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새들백, 숄더백 등 간편한 사이즈의 가죽 가방과 카드홀더, 지갑 등의 스몰 레더 굿즈를 제공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전공과 경력이 인상적이다. 가방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논문 연구로 인도의 의류 공장 노동자를 접하면서 열악한 환경과 임금 문제를 인지했다. 그러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라나플라자 의류 공장 붕괴사고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패션계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안전한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한 ‘베노 스탠더드(The Behno Standard)’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비영리 단체와 함께 의류 공장 MSA Ethos를 설립했다.
베노 스탠더드란 무엇인가?
베노 스탠더드는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역할과 지위를 보장하는 여성 인권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외에 아동 노동 착취 금지, 공정한 임금, 의료 서비스 제공, 퍼 프리, 원단 폐기물 최소화, 탄소 배출량 감소 등 다양한 원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베노가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지역 공동체를 이해하고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 투명하고 친환경적인 제조공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의 행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다양성과 인권을 중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해왔다.
미국 다운증후군 인권 단체 NDSS와 파트너십을 맺어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다. 다운증후군 환자이자 나의 사랑스러운 여동생인 니니에게 영감을 받은 ‘니니 토트백’을 포함한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며 컬렉션 수익의 20%를 NDSS에 전달하고 있다.
지금 패션계에는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이야기하는 곳이 많다. 그만큼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콘텐츠로 내미는 곳도 많은 게 사실이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곳곳에서 발생하는 그린 워싱을 경계해야 한다. 몇몇 브랜드는 실제 생산 프로세스에서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저 금전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올바른 지속가능성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당신에게 가장 보람 찬 순간은 언제였는가?
세계적인 비영리 단체인 패션 그룹 인터내셔널(Fashion Group International)이 주최한 라이징 스타 어워즈를 수상했을 때. 브랜드를 시작했을 당시 지속 가능한 패션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다. 꾸준한 노력이 언젠가 기존의 체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호명된 순간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는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OMNES | @omnes
옴네스의 소개를 부탁한다.
옴네스는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다. 라틴어로 ‘모두를 위하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지속 가능한 패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목표 아래 시작했다. 흔히 친환경 패션은 가격이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자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프린팅 기법의 다양한 프린트 드레스를 위주로 일상에서 입기 좋은 레디 투 웨어를 선보인다.
옴네스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컬렉션을 꾸리는 것. 지속 가능한 패션에서는 원단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다. 옴네스는 울, BCI 코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텐셀과 면을 혼합한 데님 등 천연 및 재활용 소재를 중심으로 한, 환경에 무해한 원단을 사용한다. 현재 울을 사용하고 있지만, 동물 복지 또한 우리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에 향후 RWS 인증을 받은 유기농 울만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나?
원단 선택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의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80%는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우리의 옷을 최대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장식을 최소화하고, 제품이 수명을 다했을 때에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한다. 옷에 부착하는 라벨은 바다에서 수집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포장재 또한 폐지와 목재 펄프를 혼합한 FSC 인증 카드지로 만든다.
지금 실천하는 패션계의 지속가능성이 지구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가 패션업계에서 발생한다. 친환경 패션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는 패션계 인권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와도 연관이 있다. 직원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 되었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환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패션 노동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일상에서는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슬로우 패션을 지지한다. 개인적으로 옷을 구매할 때 이러한 기준을 따르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또한 사무실 내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컬렉션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우리의 미션,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오해를 없애는 것. 책임감 있게 생산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는 모든 노력에서 영감을 얻는다. 패스트 패션에 대한 해독제가 되길 바란다.
설립한 지 1년 차지만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행하는 등 옴네스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를 전개하며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지속가능성과 상업성 사이의 간극.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신생 브랜드로서 상반되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가고자 한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런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의 편집숍과 접촉하고 있다. 옴네스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니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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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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