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와 긴긴 밤을 달래줄 무서운 이야기.

 

1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황선우
일은 지긋지긋하고 싫기만 한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일 또한 사랑이며, 그 사랑이야말로 나를 성장시키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피처 디렉터로 오래 일한 후 작가로 뜨겁게 사랑받는 황선우가 일과 함께하는 마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썼다. 완벽주의자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완벽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사람이다. 매일 몸을 일으켜 출근하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2 <살림 비용>, <알고 싶지 않은 것들> – 데버라 리비
에세이 시리즈인 ‘생활 자서전(Living Autobiography)’ 3부작 중 두 권이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작가는 이혼을 겪은 경험과 함께 여성으로서, 특히 ‘어머니’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무게를 적어 내린다. 작가 스스로 인용한 뒤라스의 글처럼 ‘어머니는 모두 제정신이 아닌’ 존재다. 병중인 어머니의 머리맡을 지킨 챕터에서 데버라 리비의 놀라운 통찰과 재능을 동시에 느꼈다.

3 <거짓의 조금> – 유진목
내가 아닌 모든 것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다른 것이 되지 못한 나는 나인 채로 살고 있다는 시인의 말이 시리게 다가온다. 세상은 기쁨과 환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인생은 잠깐의 행복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깊고 아픈 마음을 꺼내어 읽을 때에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예쁜 말로 위로하는 책에 전혀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

4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소설에 집중해온 정세랑 작가의 첫 에세이는 어느덧 요원해져버린 여행을 다룬다. 여행의 모든 순간, 여행에서의 우연한 사건과 만남들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쳤노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추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5 <저녁의 비행> – 헬렌 맥도널드
자연과 멀어질수록 자연의 것을 선망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갈 것도 아니지만, 어딘가에 자연적인 삶이 남아 있고 모두가 생존과 적응을 위해 애쓴다는 진실이 위로가 된다. <메이블 이야기>의 헬렌 맥도널드가 쓴 에세이 41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그린다. 마천루의 하늘에도 철새는 오가고, 개발현장에서 씨앗은 발아한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도 잡초가 자라듯, 그렇게.

6 <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도리스 되리는 영화 <파니핑크>로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지금 영화팬들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당시 시네필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화제의 작품이었다. 그는 요즘은 영화보다 작가로서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가 미식가라는 걸 이 책을 보고서 처음 알았다. 그는 아시아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외국인이 김치에 대해 이토록 정확하게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다른 음식에 대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1 <버터> – 유즈키 아사코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피비(임성한) 작가는 팥죽과 손칼국수로 혈당을 올려 남편을 보내버리는 여성 캐릭터를 썼다. ‘못생긴 여자와는 살아도 요리 잘하는 여자와는 못 헤어진다’는 말이 농담으로 횡행하는 시대에 <버터>는 남자를 먹여 살려온 여자들의 역습 같다. 주인공 가지이는 요리로 세 명의 남자를 죽여버리고, 유즈키 아사코의 섬세한 요리 묘사는 독자들을 몹시도 괴롭힌다. 책을 읽다 말고 명란 파스타를 사 먹으러 뛰어갔다.

2 <낯선 자의 일기> – 엘리 그리피스
2020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을 수상한 작품으로 ‘루스 갤러웨이 시리즈’의 작가 엘리 그리피스가 고딕 소설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의 가까운 동료 엘라가 살해되고, 시체 옆에는 소설의 구절을 쓴 메모가 놓여 있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여성, 문학, 사건이 뒤섞여 있는 우아하고 지적인 미스터리 소설. 고딕 소설 애호가라면 더욱 빠져들 것.

3 <쾌 : 젓가락 괴담 경연> – 마쓰다 신조, 찬호께이 외
수학여행에 모인 아이들이 제각기 아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처럼, 미쓰다 신조, 쉐시쓰, 예터우쯔, 샤오샹선, 찬호께이 등 내로라할 아시아 작가들이 괴담을 풀어놓는다. 일본, 홍콩, 타이완의 작가들이 소재로 삼은 것은 젓가락. 젓가락 문화와 금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무섭다. 무심코 쪼개던 나무젓가락이 다시 보인다.

4 <세이프> – S. K. 바넷
여섯 살 소녀 제니 크리스털이 실종되고 12년이 흐른다. 그 제니가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온다. 스스로를 제니라고 주장하는 여자. 그런데 의심스러운 일은 계속된다. 비밀은 내부에도 외부에도 있고, 의문의 메시지처럼 그 집은 안전하지 않다. 거짓말을 하는 건 누구이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비밀은 무엇일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화가 떠오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드림웍스가 출간 전 판권을 구매했다.

5 <열쇠 구멍으로 엿보는 소년> – 스티븐 자일스
아홉 살 영국인 소년 새뮤엘. 엄마 품에 안겨 있을 나이인 그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아버지는 죽고 아버지의 사업은 위태롭다. 어머니는 자금을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새뮤엘에게는 큰 저택과 가정부 루스 아줌마, 이따금 도착하는 엄마의 엽서밖에 없다. 새뮤엘이 할 수 있는 건 관찰하는 것뿐이다. 대체 엄마는 어디 있는 걸까? 새뮤엘의 불안한 마음과 슬픔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6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 쯔진천
중국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 쯔진천.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 드라마화되며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로 불리기도 한다. 증거 불충분을 다룬 <무증거 범죄>, 소년 범죄를 다룬 <나쁜 아이>가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였다면 이번엔 범죄소동극이다. 절대 잡히지 않을 ‘한탕’을 궁리하던 2인조 강도는 뇌물과 비리가 집중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주목한다. 강도와 경찰, 부패 기업이 엮이며 한마디로 ‘점입가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