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해를 회고하고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며 그리운 얼굴을 마주하기 좋은 때다. 잔을 부지런히 채우고 경쾌하게 맞댈 일만 남았다.

 

한라봉 칵테일과 석화.

숙희의 시그니처인 자개 장식.

명동숙희

독보적인 콘셉트와 확실한 맛으로 애주가라면 한 번쯤 방문했을 을지로의 위스키바 숙희. 2호점은 명동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다. 간판이 없고 입구 역시 거울 뒤에 은밀하게 가려져 있어 아는 사람만 올 수 있지만 줄곧 만석이 이어진다. 숙희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자개장과 전통문양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연말연시와 더욱 어울린다. 바텐더의 섬세한 추천으로 나에게 딱 맞는 위스키를 찾을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바뀌는 생과일 칵테일을 꼭 맛봐야 한다. 한라봉과 딸기, 토마토 등 과일의 향과 맛을 절묘하게 녹여낸 실력이 일품이다. 주류만 주문할 수 있었던 을지로 지점과 달리 먹물 가리비 튀김, 오리 떡갈비 등 술에 곁들일 수 있는 주안상 메뉴가 다양해졌다.
주소 서울 중구 명동10길 7-9 4층
문의 070-4124-9767

 

모던한 내부.

산수인의 인기 메뉴.

산수인

삼청동에 위치한 내추럴 와인바로 한옥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보이는 커다란 창, 돌과 나무의 질감을 곳곳에 활용했다. 좌석 간의 거리가 여유로운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선보이는 한식 기반의 메뉴는 산뜻한 내추럴 와인뿐 아니라 고즈넉한 한옥 공간과도 잘 어울린다. 색감부터 예쁜 구절판부터 낙지볶음을 활용한 파스타까지 맛볼 수 있다. 예약 경쟁이 꽤 치열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주류는 와인 보틀 주문이 필수이며, 테이크아웃 시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86-2
문의 @sansooin_seoul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내부.

치킨 수프와 버터 론지노 파스타.

OPNNG

‘Open Your Own Taste’의 의미를 담은 상호와 같이 취향을 깨우는 공간을 추구하는 와인바다. 취향은 와인과 미식에 그치지 않고 예술과 공간으로까지 확장된다. 오프닝의 공간이 갤러리를 닮은 것 역시 와인과 미술의 조화를 시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박서보, 이우환 화백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디자인 가구를 툭툭 들여놨다. 와인은 포시즌스 서울 출신의 정선아 소믈리에가 엄선했다. 프랑스 와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400여 종으로 방대하게 구비되어 있어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품종도 시도하기에 좋다. 프라이빗한 룸 공간도 있으니 예약을 추천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34길 22 지하1층
문의 02-2088-5844

 

전형성을 탈피한 내부.

밀전병과 고등어 초절임.

한국술집
안씨막 걸리

8년째 꾸준히 우리 술을 소개해온 안씨막걸리는 한국술집의 새로운 원형을 만들고자 한다. 놋주전자와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정겹지만 우리술에 모던한 옷을 입히니 꽤나 근사하다. 매끈한 대리석 테이블에 떨어지는 과감한 핀 조명 속으로 파인 다이닝을 방불케 하는 요리가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막걸리를 포함한 탁주, 증류주, 청주 등 전통주와의 페어링은 기본이다. 술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메뉴판에 부드러움과 담백함을 기준으로 상세하게 정리한 표가 그려져 있어 선택하기 어렵지 않다. 익숙한 메뉴라 할지라도 한식의 포인트를 더해 특색을 갖추었는데, 고등어 초절임에 흑임자 소스를 곁들이는 식이다. 고슬고슬한 우엉 소고기 솥밥과 후식인 간장 캐러멜 소스를 더한 가래떡 구이까지 무엇 하나 빼놓기 아쉬우니 천천히 모두 맛보길 추천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
문의 010-9965-5112

 

깔끔한 화이트톤의 내부.

신선한 콜드 바 메뉴.

인스테드

이태원 앤티크가구 거리에 자리 잡은 인스테드는 샴페인과 위스키, 와인 등 다양한 주류를 갖춘 다이닝바다. 깔끔한 화이트톤의 내부와 군데군데 걸린 익살맞은 그림까지 두 대표가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그린 것이다. 채끝스테이크와 파스타와 같은 양식 메뉴 사이사이 과메기, 굴전, 해장국수가 있다. 하나의 장르를 고집하기보다는 맛있고 재미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경계 없이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기획한 공간이라고. 케이터링 경력을 갖추어 음식과 술의 페어링이 좋은데 지금은 손바닥만 한 삼배체굴과 샴페인의 조합을 맛봐야 한다. 3년산 이상으로 엄선한 굴은 신선한 단맛이 가득하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주류 주문 후 인당 1만5천원의 가격으로 스몰플레이트 오마카세를 제공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셰프의 요리를 양껏 즐길 수 있는 기회로 예약은 필수다.
주소 서울 용산구 보광로55길 3
문의 @instead_seoul

 

분위기 좋은 조도의 내부.

봉골레 쇼유라멘과 하이볼.

콘부

디귿자의 바 형태와 그윽한 분위기까지 드라마 속 심야식당을 그대로 옮겨놓은 라멘집 겸 이자카야다. 대표메뉴인 라멘과 인기메뉴인 오뎅 모두 따끈한 국물이 강점으로, 깊고 진한 맛에 자꾸 잔을 채우게 된다. 봉골레에 착안한 쇼유라멘은 다시마와 조개로 육수를 내 개운한 감칠맛이 좋다. 오뎅모리아와세는 오뎅과 채소, 스지, 소시지, 곤약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다. 국물은 오뎅이 적셔질 정도로만 자작한데, 요청하면 추가로 제공된다. 하이볼과 사케가 구비되어 있으며 잔술도 판매한다. 조도가 낮은 조명과 경쾌한 음악, 훈기를 머금은 국물까지. 술을 마시기에 더없이 좋다.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42-19
문의 070-4240-0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