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비타민D가 면역력의 치트키로 떠올랐다. 최근엔 고용량 비타민D 주사가 성행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비타민D 주사, 누구나 아무 때나 맞아도 괜찮은 걸까?

 

팬데믹 이후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나날이 성장 중이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고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부동의 1위 홍삼을 비롯해 종합과 단일 비타민, 유산균, 오메가 3, 프로폴리스 등의 판매율이 모두 늘었다. 미국도 최근 1년 동안 건기식 섭취율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비타민D다. 트럼프의 코로나19 처방약 중 하나로 알려진 탓도 있겠다. 국내 시장에서도 새로운 비타민D 영양제가 쏟아지듯 출시되었고, 데일리 영양제 구성에 비타민D를 추가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엔 간편하게 근육 주사 한 방으로 혈중 비타민D 수치를 높이고자 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내과와 가정의학과는 물론, 이비인후과, 소아과, 정형외과에서도 비타민D 주사 홍보 포스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격도 3~5만원 선으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 에디터는 감기로 들른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비타민D 주사 광고물을 보았다. 나도 한번 맞아볼까 싶었지만 ‘혹시 제약 회사의 상술이 아닐까?’ ‘아무나 맞아도 되는 걸까?’라는 의심이 드는 거다. 그래서 직접 알아보기 위해 비타민D 전문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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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 보충이 왜 이렇게 중요해진 걸까? 비타민D 주사는 정말 누구에게나 권장할 만한 것인가?
‘비타민D는 알고 보면 비타민이 아니라 호르몬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비타민D가 실제로 인체의 수많은 세포와 조직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는 데도 기여한다. 비타민D는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합성되는데, 요즘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기가 쉽지 않고 음식으로도 충분한 섭취가 어렵다. 한국인의 약 90%가 비타민D 부족이며,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비타민D 결핍이야말로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면역력 증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비타민D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관계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가 충분한 군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과 중증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이토카인 스톰이라 불리는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이 되레 코로나 중증이 되는 현상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타민D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비타민D 주사는 요즘 같은 시기에 권장할 만한 것은 맞다. 하지만 1회당 용량이 매우 높으므로 자의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하에 처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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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대사 진료를 보는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를 통해 혈중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한 후 주사를 처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혈중 비타민D의 정상 범위는 30ng/ml ~100ng/ml이고, 이상적인 농도는 50ng/ml다. 필드에서 수년간 검사해온 바로는 정상치에 달하는 사람이 굉장히 드물었다. 20~30ng/ml일 경우 불충분, 20ng/ml 미만일 경우 결핍으로 진단하는데, 결핍과 불충분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만 건기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인지, 최근엔 정상 범위에 가까운 사람을 더러 본다. 문진해보면 보통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하고 있는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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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 생기는 증상이 궁금하다.
약간 결핍의 흔한 증상으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결핍이 심하면 골밀도가 낮아져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눈 떨림 증상도 생길 수 있다. 또한 비타민D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당뇨의 위험을 낮춰준다. 바꿔 말하면 비타민D가 부족하면 살이 쉽게 찌고, 근육량은 줄어들며 자주 피로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비만한 환자들에게 특히 결핍되기 쉽다는 것이다. 지방이 많으면 비타민D가 혈중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지방에 갇히게 된다. 이에 미국 내분비학회에서는 비만하다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비타민D를 2~3배 더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최근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찌는 것 같다거나, 크게 넘어지거나 부딪힌 것도 아닌데 골절이 됐다거나,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늘지 않고, 피로, 우울감, 수면 장애 등을 겪고 있다면 한 번쯤 비타민D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이 밖에 간이나 신장 질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도 수시로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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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생략하고 결핍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고용량의 비타민D 주사를 맞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있나?
비타민D가 넘쳐서 생기는 독성은 극히 드물다. 혈중 총 비타민D 농도가 150ng/ml 이상이면서 동시에 고칼슘 혈증이 동반되는 경우 독성이 있을 수 있으며, 탈모, 식욕감퇴, 소화장애, 긴장, 쇠약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희귀 질환인 사르코이드증 환자의 경우 비타민D 독성이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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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비타민D가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도 적정 용량을 넘어설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나?
이 역시 좀처럼 독성이 오기 쉽지 않다. 고용량을 한 번에 섭취한다 해도 몸에서 일정량을 쓰고 남은 비타민D는 간과 체내 지방조직에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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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청소년, 젊은 여성과 남성, 중년의 여성과 남성, 고연령층, 임신부에게 각각 권장하는 비타민D 적정 용량이 있는가?
식약처의 비타민D 일일 권장량은 성인의 경우 600-800IU이며, 노년층은 800IU다. 소아와 청소년의 경우 400~600IU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예전만큼 햇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 권장량이 너무 낮다는 의견이 많다. 대한 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는 12개월 미만 유아는 하루에 400IU의 비타민D를, 소아 및 청소년에게는 하루 600IU를 권장하고, 아이가 정기적으로 햇빛에 노출되지 않거나 음식으로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 이 권장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내분비학회는 소아의 경우 하루 1000IU, 성인의 경우 2000-4000IU를 권장하고 있다. 임산부의 경우 비타민D가 부족하면 임신성 당뇨 및 임신중독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정확한 섭취량은 개인별로 다르다. 비타민D를 보충하고자 한다면, 먼저 혈중농도를 검사하고, 그에 따라 용량을 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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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타민D 주사를 홍보하는 병원이 너무 많다. 주기적으로 맞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매일 먹는 것보다 주사 한 방이 더 효과적인 걸까?
비타민D 주사는 효율적이고 간편하다. 검사에서 결핍으로 진단된 경우 실비까지 적용되고 있다. 주사제와 경구제제 중 어떤 것이 더 우월한가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견해가 갈린다. 다만 주사의 경우 유소아에게는 적용이 힘들고, 일부 논문에서 골절에 대한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한 번에 20만IU의 고용량을 주사하는 경우 효소들의 작용을 저해해 오히려 비타민D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논문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구제제를 먹는 것을 선호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넣기보다는 꾸준히 먹는 것이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챙겨 먹는 것이 힘든 사람에게는 주사가 손쉬운 선택이며 권장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혈중 농도를 측정한 후라면 말이다. 비타민D 혈중 농도 검사 비용은 2만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