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국물 한 숟갈이면 몸도 마음도 스르르 풀어져버리는 계절이다. 찬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훈훈한 기운을 품은 나베와 전골을 맛봤다.

 

매거진스탠딩 | 하카타 모츠나베

신촌 골목에 따뜻한 불빛을 밝혀둔 매거진스탠딩은 제대로 된 모츠나베를 선보인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배운 방법 그대로 현지의 맛을 재현하는데 일본 간장인 쇼유를 기반으로 한 맑은 육수를 사용한다. 깨끗하게 손질한 대창과 두부, 버섯, 부추를 한가득 담는데 감탄이 나올 만큼 가지런한 담음새다. 서로 어우러지면서도 각 재료의 식감이 살아 있는 나베의 정석으로, 이곳의 특제소스인 마늘간장소스와 타레소스에 번갈아 찍어 먹다 보면 물리기는커녕 금세 동이 난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남은 국물에 면을 넣어 먹거나 죽을 끓여 먹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마지막 남은 국물이야말로 오랜 시간 끓인 감칠맛의 정수이니까.
가격 3만9천원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길 34-6 문의 02-6449-1009

 

버섯집 | 버섯생불고기전골

냄비를 가득 채운 여러 가지 버섯은 흐드러지게 핀 한 송이 꽃을 닮았다. 성수동에서 5년째 꾸준히 단골을 늘려가고 있는 버섯집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순수하게 버섯에 집중한 버섯 요리 전문점이다. 흰목이버섯, 황금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흰색느티만가닥 버섯 등 모양도 식감도 모두 다른 여덟 가지 버섯으로 채운 버섯생불고기전골이 대표 메뉴다. 가운데 담긴 생고기는 그대로 구워 먹고, 가장자리에 담긴 버섯은 간장과 과일, 채소로 맛을 낸 달큰한 육수를 부어 국물이 자작한 샤브샤브처럼 즐긴다. 신선함을 위해 매일 근교농장에서 공수하는 버섯이 그 자체로 맛의 비법이다.
가격 1만6천원(1인분)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5길 9-10 문의 02-309-8896

 

시추안하우스 | 마라곱창전골

재료의 맛을 살린 대중적인 요리도 많지만 정통 사천요리 전문점인 만큼 사천 지방 본연의 뜨겁고 매운맛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대표메뉴는 마라곱창전골로 둥글고 납작한, 고풍스러운 전골냄비에 오동통한 곱창이 넉넉하게 들어갔다. 연근과 숙주, 청경채 등 각자의 아삭함을 간직한 채소 아래쪽에는 깊은 육수의 맛을 한껏 머금은 쫄면이 숨어 있으니 과감하게 젓가락을 넣어볼 것. 부족하면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 고량주를 포함한 중국술뿐 아니라 의외로 와인과의 궁합도 재미있다. 검붉은 마라의 늪에 중독되어 입술이 얼얼해질 때쯤, 수제 망고 푸딩으로 부드럽게 입안을 달래는 것도 잊지 말자.
가격 5만원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 854 안다즈호텔 지하1층 문의 02-511-1162

 

온마을 | 들깨야채전골

지난 20년간 매일 아침마다 따끈한 두부를 빚고 있는 두부 전문점으로 그 신선하고 고소한 맛은 비할 데가 없다. 직접 담근 김치와 포실포실한 두부가 들어간 두부김치전골과 순두부, 야채가 차곡차곡 들어찬 들깨야채전골의 인기가 높다. 배추와 버섯, 다시마, 콩나물이 고루 들어가 끓일수록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직접 농사지은 들깨는 진한 맛과 향이 일품이며, 자연스럽게 채수에 녹아들어 녹진한 고소함을 자랑하는데 한입 맛보면 속까지 다 뜨끈해진다. 전골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육수를 사용하지 않아 비건 사이에서도 이미 소문난 맛집이기도 하다.
가격 1만2천원(1인분)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7 2층 문의 02-738-4231

 

가고싶은 선리네 | 조개크림스튜

연희동 한켠에 위치한 작은 가게는 아늑한 공간만큼이나 따뜻한 동서양의 가정식을 선보인다. 인기 메뉴인 조개크림스튜는 오목한 냄비 가득 진한 스튜가 고소한 바게트와 함께 서빙된다. 좋은 선도를 자랑하는 바지락과 가리비 등의 조개는 제철을 맞아 살이 오동통하게 차올랐다. 조갯살을 야채와 닭으로 우린 육수에 생크림을 넣어 졸졸 끓인 국물을 푹 찍어 먹으면 부드러움과 감칠맛이 폭발한다. 솔솔 뿌려진 감태는 향긋함을 더하는 훌륭한 감초다. 조개를 다 먹은 뒤 남은 육수에 꼭 면을 추가할 것.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투박하지만 진한 맛의 크림파스타가 새로운 요리로 등장한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예약은 필수다.
가격 2만4천원대 주소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53 문의 0507-1347-6736

 

히비 | 히비커리나베

삿포로식 수프 카레에서 모티브를 따온 수프 카레 누들숍으로 점심에는 정갈한 한 그릇을, 저녁에는 푸짐한 나베를 판매한다. 깔끔하게 우린 기본 야채육수와 농후하게 우린 닭육수인 ‘극’ 버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바삭하게 튀기듯 구운 갖가지 채소가 숭덩숭덩 들어가 있는데 더 풍부한 맛을 원한다면 꼬치 메뉴를 추가하면 된다. 양등심, 소대창 등을 비장탄에 구워 불향을 입혀 단품으로 먹어도, 수프에 담가 먹어도 잘 어울린다. 안쪽에 들어 있는 얇고 야들야들한 호밀면의 식감을 즐기며 맥파이 브루어리의 개성 있는 수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삿포로의 미식 여행이 부럽지 않다.
가격 2만4천원 주소 서울 용산구 백범로87길 24 문의 02-777-0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