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미소를 위한 치아의 조건은 꽤 비현실적이다. 옥수수처럼 일직선으로 가지런해야 하고, 색도 희고 균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치아를 태어날 때 타고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교정 혹은 라미네이트와 같은 치료와 시술이 존재하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고된 과정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고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조건을 따라야 할까? 미소에는 정답이 없으며 조건 없이 그대로 아름답다.

 

메이블린 뉴욕의 ‘더 시티 미니 팔레트’ #하이라이즈 선셋으로 강렬한 옐로 컬러가 돋보이는 아이 메이크업을 연출했다. 입술엔 메이블린 뉴욕의 ‘슈퍼 스테이 립 크레용’ #세틀 포 모어를 사용했다. 손톱엔 에시의 ‘익스프레시 네일 폴리시’ #크롭 톱 & 롤을 사용해 물결 무늬를 완성했다. 이어링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FAITH

페이스 본(Faith Vaughn)은 11살에 치아 결핍증을 진단받았다. 치아 결핍증은 선천적으로 영구치가 부족해 정상 치아보다 치아의 수가 적은 상태다. 페이스의 경우 송곳니 두 개가 나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 남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괴롭힘을 당할까 두려워 치아 보조 장치를 사용했지만, 그녀 자신을 숨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입에 가짜 치아 2개를 넣고 다니는 동안엔 제 스스로를 감추는 기분이었어요. 인공 치아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편안하고, 더 외향적인 성격이 되었죠.” 19세의 이 모델은 있는 그대로 치아를 드러낸 채 더 크고 대담하게 웃는다. “활짝 웃을 때 사람들이 제 치아를 보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니크한 느낌이거든요! 또 이런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자신감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는 슬픈 아이였다. 다양한 모습의 건강한 미소가 빛날 수 있는 세상은 우리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 나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는 슬픈 아이였다. 어쩔 도리 없이 웃음이 나올 때는 치아를 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빽빽하고 들쭉날쭉하게 난 치아가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교실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맨 뒷자리에 앉으려 애썼다. 사랑니가 자라면서 안 그래도 제자리를 못 찾던 치아가 더 밖으로 밀리게 되고, 한쪽으로 치우친 치아는 입 안쪽을 파고들어 점점 더 무질서한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엔 충치까지 생겼다.

그렇게 괴로운데 왜 교정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다섯 아이 중 하나였다는 게 충분한 대답이 될까? 기초생활대상자인 우리 가족은 그저 식탁에 음식이 놓이자마자 입에 넣기 바빴다. 스케일링과 같은 기본적인 치과 치료조차 어려웠던 터라, 치아 교정은 감히 꿈꿀 수조차 없었다. 우리 가족은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와 아동보건 프로그램에 해당되었지만, 당시로선 혜택이 극히 적었다. 2016년 내가 뉴욕에서 혼자 살게 되었을 때에나 비로소 내 고향인 플로리다 주에서도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이 치과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환한 미소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음기를 가리거나 참는 것뿐이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찍은 졸업앨범 사진이나 손으로 입을 가린 포즈의 사진을 보면, 그 시절의 난 내 치아를, 미소를 부끄러워했음이 틀림없다. 입을 벌리는 순간 드러나는 무질서한 치아는 내가 저소득층임을 알리는 지표처럼 느껴졌다. 같은 반 친구들이 착용한 반짝이는 메탈 교정기가 마냥 부러웠다. 소셜 활동은 우리 가족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더 널리 알리는 것만 같아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수치심과 불안은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수줍은 척 연기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방패였다.

23살에 나는 비로소 치과 치료를 고려할 수 있었다. 잡지사에 취업한 것이다. 부푼 마음으로 아름답고 완벽한 미소를 찾아준다는 교정 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연봉 3만5천 달러의 편집 어시스턴트, 신입 사원이 6천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드는 인비절라인(Invisalign) 치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미국 치과 협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평균 교정치료 비용은 5천2백~7천5백달러라 한다.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치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여전히 화장품 광고에서 볼 수 있는 희고 가지런한 치아를 가질 여유가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카드 빚을 지는 것. 부담스럽긴 했지만, 뷰티 산업의 중심에서 일하기에, 더욱이 비뚤어진 치아를 바로잡아야 더 당당하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내 마음속 치아 교정은 동료와의 동등함 그리고 자신감을 의미했기에. 그래서 빠듯한 월급에도 3년 동안 부지런히 교정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결국 가지런한 치아를 얻었다. 뒤이어 나 자신에 대한 감정이 바뀌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곧 나의 자신감 성장의 타임라인과 같다. 입을 굳게 다문 경직된 얼굴은 점점 긴장이 풀려 자연스러운 미소로 바뀌었고, 심지어 떠들썩한 미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변화가 모두 교정 치료 덕분일까? 교정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입을 가리는 데만 집중했을까? 이런 표정의 변천사가 고른 치아에서 비롯되었는지, 나의 미학적 기준이 바뀌어서인지는 좀 생각해볼 문제다. 왜냐면 나는 종종 ‘학창 시절에 내가 내 치아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그때는 ‘좋은 피부’나 ‘윤기 나는 머릿결’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미소’는 돈이 없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눈부시게 희고 고른 치아는 신분의 상징이나 사치품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보기 좋은 치아가 반드시 건강한 치아는 아니다. “건강한 치아가 아름다운 치아보다 훨씬 이점이 많아요.” 뉴욕의 치과의사 마크 로웬버그의 말이다. “건강함이 일반적으로 희고 고른 것으로 측정될 수는 없죠.”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치아’로 간주되는 진주처럼 매끄럽고 하얀 형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치과 진료에 대한 기본권을 위해 싸울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용 치료나 치아 교정을 할 형편이 안 될 수도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미소를 위해 최소한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이건 부정교합이나 심한 뻐드렁니와 상관없는 치아 자체의 건강에 관한 권리입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극소수의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천천히 새롭고 폭넓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좋은’ 몸매나 피부톤, 생김새에 관한 생각도 꽤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치아에 대한 인식도 변할 때다. ‘보기 좋은 치아’에 대한 편견과 이별하고 이 기사에 실린 두 장의 사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다양한 모습의 건강한 미소가 빛날 수 있는 세상은 우리 스스로 열어 가야 한다.

글 | 사라 키노넨(Sarah Kinonen) (<얼루어 US> 어소시에이트 뷰티 디렉터) 

 

‘얼티밋 섀도우 팔레트’ #브라이트로 눈 앞머리에 포인트를 주고, ‘에픽 잉크 라이너’ #블랙으로 독특한 아이라인을 그려 넣었다. 입술엔 ‘디스 이즈 밀키 글로스’ #포 무를 발랐다. 모두 NYX 프로페셔널 메이크업의 제품을 사용했다. 시스루 셔츠는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탱크톱은 샤넬(Chanel). 이어링은 랑상퇴르(L’Enchanteur).

SYMONE

시몬 루(Symone Lu)는 몇 년 전 사고로 왼쪽 앞니를 잃었다. 당시 치과의사는 그녀의 턱에서 가는 골절을 발견했고,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수술과 대체 치아 치료를 중단했다. “굉장히 불안했어요.” 그녀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몇 년간 웃지 않았어요. 너무 속상해서요.” 하지만 대학을 위해 뉴욕으로 온 후엔 많은 것이 변했다. “저를 이해하는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웃기 시작했어요.” 그 후 시몬은 뉴욕과 런던 패션위크의 쇼 모델로 캐스팅되었고, 메이크업 브랜드 맥과 어반디케이 광고 캠페인에도 등장했다. 시몬의 모델 경력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앞니가 없는 독특한 제 이미지가 대중에게 어필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모델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모습이 다르더라도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