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음식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을 비건으로 바꿀 수도 있을까? 호텔의 비건 룸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아차산 자락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는 아주 특별한 룸이 숨어 있다. 기존 패밀리 디럭스 스위트 객실을 비건 전용 객실로 단장한 것. 특별한 만큼 객실은 단 3개뿐이다. 10여 년간 <얼루어 그린 캠페인>을 펼치고, 해마다 4월호를 친환경 특집호로 꾸미면서 나의 삶도 많이 바뀌었다. 텀블러를 사용한다거나, 비닐 및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먹는 것 외에 쓰는 것은 어떻게 할까? 호텔의 비건 객실을 구석구석 체험할 수 있는 ‘비긴 비건(Begin Vegan)’패키지를 돌아보며 친환경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식물과 함께

넉넉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이 천연 공기 청정기와 가습기 역할을 한다. 한쪽을 식물로 만든 벽처럼 꾸민 공간이 눈에 들어오는데, 핀란드산 ‘스마트 그린 월(Green Wall)’로 식물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최신 시스템이다. 식물의 정화 능력을 극대화하는 바이오필터가 적용되었으며, 하루 2회 약 30초~1분간 자동 급수되므로 물을 안 줘서 식물이 죽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비건 재료로 만든 식사

육류 대신 콩고기를 사용한 비건식은 비건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편안하다. 비건 달걀 요리로 달걀 요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노른자는 녹두, 흰자는 콩단백질로 만든 100% 식물성 제품으로 달걀 흰자의 식감과 노른자의 고소함을 살렸다. 패키지에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어, 세 가지 메뉴 중 선택할 수 있다. 클렌즈 주스와 무농약 야채 샐러드, 계절 과일이 함께 준비된다.

 

가죽도 이젠 비건 레더

객실 내 가죽은 닥나무를 소재로 만든 ‘식물성 한지 가죽’이다. 특수 공정으로 만든 한지 가죽은 질감과 내구성이 가죽과 꼭 닮았다. 비건 레더 시장이 눈에 띄는데, 버섯 가죽, 코노넛 가죽, 파인애플 가죽 등 식물로 만든 가죽이 기존 가죽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중.

 

와인과 맥주도 비건의 친구

객실 내 미니바를 빼놓을 수 없다. ‘100% 비건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와인과 비건 맥주와 비건 쿠키, 비건 초콜릿 등을 마련했다. 비건 프렌들리 와인은 재배부터 병입까지 와인의 제조 과정에서의 동물성 재료를 배제한 와인이다. 와인을 거르는 데 사용하는 달걀 흰자와 카제인, 와인을 밀봉하는 밀랍 등을 배제한 와인을 말한다.

 

친환경 이불도 포근하다

춥다고, 폭신하다고 구스이불과 베개를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조금 반성이 된 순간이다. 객실에 비치된 이불과 베개는 한국 비건 인증원에서 인증받은 비건 충전재로 채웠다. 커버로는 친환경 ‘오코텍스(OEKO-TEX)’ 인증 제품을 사용했다.

 

바르는 것, 닦는 것

샴푸, 보디워시, 치약과 로션은 모두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 비누는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환경을 생각하는 ‘동구밭’ 제품이며, 샴푸와 보디워시, 로션은 ‘톤28’의 제품이다. 샴푸바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고 97% 자연 분해된다. 패키지가 버려지는 기존 치약 대신 꼭꼭 씹어 거품을 낸 뒤 양치하는 방식의 제로웨이스트 숍 ‘디어얼스’ 의 고체 치약을 비치했다.

 

오가닉 코튼과 국제 공정 무역

타월과 가운, 욕실 매트, 객실 내 슬리퍼는 국제 공정 무역 라벨이 부착된 친환경 제품이다. 오가닉 코튼 소재는 재배 및 생산 공정에서 환경에 대한 부담이 적다. 국제 공정 무역 라벨은 가장 신뢰도가 높은 공정무역 및 윤리성 라벨로 손꼽힌다.

 

소중한 나의 에너지

발전기가 부착된 실내 자전거는 국내 유일의 특허기술을 보유한 자가 발전기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페달을 돌려 얻은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다. 5% 충전하는 데 하루의 기력을 다 소진했지만, 전기의 중요성만큼은 피부로 깨달을 수 있다.

 

비건 뷰티

막상 찾으려면 찾기 쉽지 않은 비건 화장품. 많은 브랜드가 비건 뷰티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패키지 고객에게 국내 최초 비건 화장품 브랜드 멜릭서(Melixir)의 선크림, 립버터 등이 들어 있는 ‘뷰티 세트’가 제공된다.

 

이왕이면 노 라벨

정부의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이제 투명 페트병을 사용한 경우 라벨을 떼어내고 전용 수거함에 따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라벨이나 이물질이 제거된 순도 높은 페트병만 따로 모아 의류용 섬유 생산이나 식품 용기에 다시 쓰는 고품질 재활용을 늘린다는 의도다. 라벨이 제거된 페트병은 재활용이 쉽고 기존 라벨에 사용된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