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
못생기면 어때? 울퉁불퉁한 외모로 버려지던 못난이 농산물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환경 보호는 물론, 농가와 상생하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자원 순환 뷰티에 대하여.
못난이의 일생
온몸에 묻은 흙을 털 여유도 없다. 단 한 번 때 빼고 광 내보지도 못한 채, 근사한 옷은커녕 큼지막한 포대 자루에 버려지듯 담긴다.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못난이 농산물’은 신선도, 영양 등 품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나 울퉁불퉁한 외모, 푸르른 멍, 상처 등 약간의 흠으로 인해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에 못 미쳐 버려지는 비규격품이다.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기에 각각의 남다른 개성을 지녔건만, 농가는 이런 못난이를 대부분 헐값에 처분하거나 자체 폐기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잼이나 주스, 즙으로라도 가공되면 다행인데 이 역시 안정적인 수요처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 음식물 소비량의 1/3인 13억 톤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음식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부족한 생김새만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애물단지 취급한 결과가 우리 농가는 물론 지구, 환경까지 위협하고 있다.
가치 있는 변신
불행 중 다행은 지구온난화,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가치 소비까지 떠오르면서 못난이 농산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카카오톡 쇼핑하기에서는 대대적인 못난이 농산물 기획전이 열렸다. 미세한 흠이나 불규칙한 모양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는 토마토, 파프리카, 감자 등을 판매해 지구 환경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았는데, 저렴한 가격과 착한 소비 방식에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라하기만 했던 못난이 농산물이 가치 있는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버려지는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해 자원 선순환을 이루는 뷰티 브랜드들이 줄줄이 등장한 덕이다. 모두 지구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쓰레기 발생을 줄이면서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택했다. 상처, 부서짐 등으로 폐기될 위기의 농산물을 사용하거나 착즙 후 발생하는 농산물의 부산물을 원료화하기도 하고, 상품화되어 쓰인 농산물의 버려지는 부분에 주목하는 등 그 활용법도 다양하다. 꾸준한 뷰티 브랜드의 친환경적인 노력을 통해 골칫덩이였던 못난이 농산물은 핸드크림, 샴푸, 클렌저 등으로 새로운 날개를 펴는 중이다.
못난이를 멋난이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에 새 생명을! 지구를 지키고 농가와 상생하는 자원순환 뷰티 브랜드를 자세히 알아봤다.
UGLY CHIC
어글리 시크는 유기농으로 재배해 품질은 좋지만 상처가 있는 탓에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한다.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그냥 나답게’ 있는 그대로 보자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버려지는 농작물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기농법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는 농부들의 가장 큰 고민이 적은 생산량이에요. 총 수확량의 1/3이 못난이 농산물로 분류된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이런 수확물들은 잼이나 주스로 가공되고 마는데, 좀 더 부가가치를 높여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주로 어떤 농작물을 업사이클링하나요?
어글리시크가 못난이 농산물을 선택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 소농가일 것. 두 번째, 환경과 소비자를 향한 농부의 신념이 있을 것.
어글리시크의 자원 순환 제품이 환경과 농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다양한 지역의 대표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면서 농가는 물론 로컬 소득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요. 매출의 10%를 원료 수매에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많이 판매될수록 로컬의 소득도 높아지죠. 버려지는 농산물을 이용해 쓰레기가 줄어들기도 하고요. 제로 웨이스트는 어글리시크의 지향점이라 자원 순환 제품의 패키지 역시 옥수수 유래 PLA 생분해 용기와 사탕수수로 만들었어요.
소비자들이 그린 워싱 없는 자원 순환 제품을 고르기 위해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자원순환’이라는 키워드가 단순히 브랜드 콘셉트로만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하세요. 못난이 농산물의 재배 과정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 원료의 원산지로 인해 탄소발자국이 생기진 않는지 등 꼼꼼하게 확인하는 소비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B PROJECT
비 프로젝트는 각자가 가진 고유의 삶과 아름다움을 존중한다.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식물이 모두 건강한 삶을 영유하고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버려지는 농작물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뷰티 산업은 한 개의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원료와 자재를 필요로 해요. 때문에 낭비되는 자원도 많죠. 이러한 자원 낭비가 쌓이면서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 닿다 보니 뷰티 브랜드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버려지는 원료를 수급해 낭비를 줄이고 환경과 지구에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자고 생각했어요.
주로 어떤 농작물을 업사이클링하나요?
농산물이 상품화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버려지는 부분을 활용해요. 예를 들어 유자의 경우 다양하게 쓰이지만 씨 부분은 버려지기 마련인데, 유자 씨 안에는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C가 많거든요. 또 당근에서 먹지 않는 부분인 당근 잎도 비타민A가 풍부해서 유용한 자원이에요.
비 프로젝트의 자원 순환 제품이 환경과 농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농가에서는 상품화되지 못한 농작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 상품화되어 쓰였지만 폐기해야 할 남은 부분들을 처리하는 비용을 모두 절약할 수 있어요. 자원이 순환됨에 따라 추가적인 소득도 기대할 수 있죠. 환경 오염까지 줄이고요.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한 뷰티 제품을 만들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고, 순환시킬 수 있는 자원의 종류도 한정적이에요. 원료 선정에도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환경을 지키는 선택인 만큼 감수해야죠. 앞으로 더 다양한 원료로 폭넓은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예요.
INNISFREE
이니스프리는 제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고자 업사이클링 뷰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상처, 부서짐 등 외형적인 흠으로 인해 유통되지 못하고 무심코 버려지는 자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
버려지는 농작물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료를 추출하고 제조, 포장하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어요. 자연스럽게 다시 쓸 수 있는, 혹은 버려지는 자원들을 찾게 됐죠. 가공이 어렵고 수급이 쉽지 않더라도 진정성 있게 못난이 농작물을 활용해보고자 했어요.
주로 어떤 농작물을 업사이클링하나요?
미세한 상처나 흠 때문에 판매되지 못하고 아깝게 버려지는 농작물, 재료로 쓰인 뒤 남은 부산물 등을 사용해요. 이들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꼼꼼히 검토하죠. 화장품의 원료가 되지 못한다면 화장품을 담는 용기나 단상자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니스프리의 자원 순환 제품이 환경과 농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못난이 당근을 활용한 라인은 착즙 주스 브랜드인 ‘아임제주’와의 협업으로 탄생했어요. ‘아임제주’에서 제철 구좌 당근을 수확하고 나면 버려지기 쉬운 못난이 당근과 착즙 후 발생하는 부산물을 이니스프리가 수거해 제품화하죠.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한 뷰티 제품을 만들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업사이클링 원료는 수급 시기가 한정적이라 수확 시즌이 맞지 않을 때는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아쉬워요. 앞으로는 지금 활용하는 원료 외에 새로운 가치를 지닌 농작물을 발견해서 더 자주, 더 많은 자원 순환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못생겨서 착한 자원 순환 뷰티템
어글리 시크의 유기농 사과 페미닌 워시폼 & 풋귤 이너젤
워시폼은 전북 유기농 못난이 사과 추출물로 Y존을 순하게 관리한다. 이너젤은 제주 유기농 못난이 풋귤 성분을 함유해 촉촉하다. 워시폼 150ml 3만5천원, 이너젤 100ml 3만5천원.
비 프로젝트의 스테이 헤어 딥 클렌징 샴푸 & 스테이 헤어 워터 트리트먼트
상품화되고 남은 고흥 유자씨와 제주 당근 잎을 활용했다. 두피 항산화를 돕고 모발 볼륨감을 선사한다. 샴푸 500ml 3만9천원, 트리트먼트 400ml 4만원.
이니스프리의 못난이 당근 핸드솝 & 못난이 당근 핸드크림
제주에서 수확한 제철 못난이 당근을 원료로 했다. 핸드솝이 손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고 핸드크림은 산뜻하게 스민다. 핸드솝 250ml 1만2천원대, 핸드크림 50ml 6천원대.
쏘내추럴의 쏘 비건 어글리 포테이토 마스크
강릉에서 자란 못난이 생감자를 업사이클링했다. 시원한 수분감과 진정 효과로 자외선에 달아오른 피부를 다독인다. 110ml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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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황혜진
- 포토그래퍼
- HYUN JYUNG JUN
- 도움말
- 김지영(어글리시크 대표), 김은영(비 프로젝트 마케팅 팀장), 김경연(이니스프리 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