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은 지속가능성.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디지털 런웨이로 막을 연 2022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의 주요 키워드 또한 마찬가지다. <얼루어 코리아>는 한국 패션의 초록빛 미래를 찾아가는 4개의 브랜드에 주목했다.

 

VEGAN TIGER

‘채식하는 호랑이’라는 반전 있는 브랜드 네임의 비건 타이거는 양윤아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다. ‘크루얼티 프리’라는 슬로건으로 모피는 물론, 동물 실험을 통해 생산된 어떠한 소재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선인장 가죽, 한지 가죽, 포도 찌꺼기로 만든 와인 가죽 등을 사용해 지속가능한 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데 공들인다. 비건 패션은 밋밋할 것 같다고? 이들의 컬렉션을 보면 이러한 편견은 단번에 깨진다. 다양한 컬러와 대담한 믹스매치, 볼드한 프린트가 특징이다. 이는 2022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잘 드러났다. 테마는 1980년대 뉴 로맨틱 무드 기반의 ‘지구인 패션쇼’. 성별을 초월한 글램 룩과 펑키한 페미닌 룩을 함께 선보였으며, 우주를 유영하는 버섯과 날개 달린 고양이 등 사이키델릭하게 탄생한 캐릭터들이 컬렉션을 더욱 위트 있게 만들었다.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것이 공존하는 세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비건 타이거는 수익금 일부를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으니, 비건 패션을 시도하고 싶다면 이번 컬렉션에 주목해볼 것.

 

UL : KIN

예술은 과연 대중과 얼마만큼의 거리에 있을까? 그 간극을 고민하고 줄이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소셜 패션 브랜드 ‘얼킨’이다. 디자이너 이성동은 ‘얼킨 LSD 컬렉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주제 삼아 실험적인 실루엣을 전개하고 있다. ‘Everlasting’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2022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해 탄생한 웨딩드레스가 어마어마하게 버려진다는 현실에서 시작됐다. 무려 일년에 170만 벌이다. 버려지는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고민을 업사이클링으로 풀어낸 것. 여기에 얼킨 수익금의 일부는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재능 순환 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하니 예술문화와 자연을 사랑한다면 더욱 눈여겨봐야 할 브랜드다.

 

SAINT MILL

고즈넉한 운현궁에서 펼쳐진 명유석 디자이너의 세인트 밀. 새로운 소재와 신체의 아름다움과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2022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소재에 한층 집중한 모습이었다. 안전, 자연, 지속가능한 환경이라는 3가지 콘셉트로 환경 위기로 피폐해진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쇼를 펼쳤다. 안전 장비에 많이 사용되는 재귀반사 신소재를 사용한 점프슈트와 화려한 메탈릭 원피스로 험난한 일상 속에도 안전하게 살아남은 쿠튀르 룩을 표현했다. 더불어 돌, 잔디, 숲 등 자연을 고스란히 담은 프린트도 돋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해 환경 보전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쿠튀르 룩부터 원 마일 웨어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지속가능한 패션을 보고 싶다면 세인트 밀이 답이다.

 

HOLY NUBMER 7

송현희, 최경호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홀리넘버세븐은 매 시즌 성경 속 긍정적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제는 ‘Right Hand’. 지난 2021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였던 “변화는 우리 손에 달렸다”의 메시지를 2022 봄/여름 컬렉션으로 이어가고 있다. 오른손은 성경 속 사랑과 화해, 언약, 능력을 상징하며 동시에 ‘옳은 손’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며 컬렉션 전반을 이끈다. 이들의 ‘옳은’ 일에는 환경 파괴에 대한 날 선 경고와 홀리넘버세븐을 포함한 패션 업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컬렉션의 80% 이상에 비건 레더, 한지 가죽, 리사이클 데님 등과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또한 안경 제품은 리사이클 아세테이트로 제작하고, 케이스도 남은 자투리 원단을 활용했다. 더불어 앞으로 모든 포장재에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생산부터 포장까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홀리넘버세븐의 이와 같은 움직임이 환경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