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변화에 몸과 마음을 맡길 줄 아는 에스쿱스의 지금.

 

트위드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십자가 네크리스는 모두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벨티드 팬츠는 송지오(Songzio), 롱 체인 네크리스와 초커는 일레란느(Ille Lan).

데님 베스트와 후디 니트, 트랙 재킷, 비니는 모두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Celine Homme by Hedi Slimane), 왼손에 착용한 반지는 모두 프레드(Fred).

혼자서 찍는 화보는 처음이죠?
단독 화보는 처음이에요. 멤버들과 함께할 때도 즐겁지만, 개인 화보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앨범 재킷이나 단체 화보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옷도 많이 입었고요. 그때그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해봤는데 그게 서로 또 잘 붙더라고요. 뭔가 신기했어요.

도전하는 걸 즐기는, 자유로운 사람인가요?
원래 저는 안전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내 얼굴이 있고 스타일이 있어요. 평소에는 주로 그런 것들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편이에요. 근데 오늘은 처음부터 되게 열린 상태였어요. 뭐든 다 해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안전이라는 울타리를 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랄까.

개인적으로 세븐틴은 좀 특별하게 남아 있어요. 2016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퍼포먼스, 보컬, 힙합 유닛을 세 달간 만난 기억이 선명해요. 힙합팀과는 추운 날 이태원 길거리를 쏘다녔죠. 지금 보면 어쩌자고 그랬나 싶어요.
에디터 님도 그렇고 저희 다 패기 넘치던 시절이라 가능한 일이었겠죠? 유닛별로 아주 색다른 콘셉트로 찍은 기억이 나요. 특히 보컬팀의 화보가 두고두고 회자됐어요.(웃음) 그 촬영을 함께한 목나정 실장님과 나중에 앨범 재킷 촬영도 같이 했고요.

사진가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네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에요? 
데뷔 초의 일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땐 모든 순간순간을 다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그 마음은 지금도 같은데,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든 순간을 다 선명히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당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마치 문이 열리듯 뭐가 열리면서 그 장면들이 기억나요. 그렇게 처음 먹었던 마음을 꺼내보고 다시 다짐하게 되고 그래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면 자극과 환기가 동시에 되는 게 있죠. 
맞아요. 리마인드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해요. 최근 세븐틴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한 것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진짜 그래요. 좀 변한 것도 있어요.

뭐가 변했어요? 
멤버들도 이야기하는 거고 저 자신도 느끼는 건데요.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어요. 원래 그런 편이 아니었거든요.

변화가 얼굴에 묻어나요. 인상이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그 말도 많이 들어요. 마음의 변화가 얼굴에 드러난다고들 하던데, 그거 진짜 맞는 말 같아요. 마음이 정리되고 안정된 후부터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모든 걸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리더요. 저는 잘 웃고 활발한 편이지만 어떤 부분에선 되게 날카로운 사람이었거든요. 일할 땐 특히 좀 예민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모두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요.(웃음)

2016년만 해도 자체 제작 아이돌, 팀 안의 유닛 같은 시스템이 워낙 낯설어서 공부하듯 만남을 준비한 기억이 납니다. 그간 세븐틴만의 시스템은 공고하고 익숙한 것이 됐죠.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처음엔 되게 힘들었거든요. 한창 활동을 할 때도 작업을 쉬지 않았어요. 밤늦게 스케줄이 끝나면 쉬는 게 아니라 작업을 했어요. 우지는 곡을 만들고 다른 멤버들은 새로운 안무를 연구하거나 기존의 퍼포먼스를 발전시키느라 밤을 새우면서요. 그리고 곧장 또 스케줄을 하러 갔어요. 그 시간이 세븐틴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후배분들을 만날 때가 있거든요. 고맙고 뿌듯해요.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롱 니트 카디건은 로에베(Loewe), 그러데이션 니트와 스니커즈는 오프화이트(Off-White),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열세 명의 멤버를 믿고 밀어준 소속사의 선택도 보통 용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증명해 보였으니 가능한 일이겠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고 생각해요. 회사의 믿음을 얻기 위해 연습생 시절부터 우지가 얼마나 열심히 곡 작업을 했는지 몰라요. 나머지 멤버들은 그 노래에 맞는 좋은 퍼포먼스를 고민했고요. 노력은 퀄리티로 이어지고 퀄리티는 성적으로 이어져요.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어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면,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증명해 보이면 돼요. 그게 제일 정확한 거니까요. 그럼 서로 믿게 돼요.

퍼프 슬리브 재킷은 보라미 비귀에 by 아데쿠베(Boramy Viguier by Adekuver), 데님 팬츠는 존 바바토스(John Varvatos), 진주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