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이 꽉 막힌 지금, 그곳의 음식들을 맛보며 그리움을 달랜다. 지난 여행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미지의 여행지를 상상하게끔 하는 세계음식 전문점 6곳의 메뉴.

 

릴린 | 미고랭 

인도네시아 음식점을 찾아보기 힘들던 2017년부터 일찍이 연남동에 자리 잡은 맛집이다. 발리를 숱하게 오가며 현지식을 재현하고자 한 대표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식 볶음면인 미고랭, 볶음밥인 나시고랭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가지 재료와 촉촉하게 볶은 에그누들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맥주와 잘 어울린다. 계란프라이를 얹어 고소하게 먹다가 이따금 레드페퍼를 버무려 톡 쏘는 매콤함을 맛볼 것. 매장 한가운데에는 인도네시아 맥주 빈땅과 탄산수, 콜라가 잔뜩 담긴 아이스박스가 있어 바로바로 꺼내 먹을 수 있다. 색다른 메뉴를 원한다면 발리식 카레를 재해석한 마카난라웃 토멧카리를 추천한다. 토마토를 베이스로 한 카레에 해산물을 듬뿍 넣어 감칠맛을 냈다.
가격 1만1천원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4길 17 2층 문의 0507-1410-6036

 

라오삐약 | 까오삐약

라오스 음식 전문점으로 내추럴 와인과 라오스 맥주인 비오 라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라오스 음식은 인접한 태국, 베트남과 유사한 편이지만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닭고기 쌀국수인 까오삐약은 이른 아침부터 끓인 깊은 육수 덕분에 따끈하게 끼니를 채우기에도, 시원하게 해장을 하기에도 좋다. 직접 뽑아낸 생면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우동과 쫄면 사이의 오동통하고 쫄깃한 식감이 독보적이다. 촉촉한 닭고기와 마늘 플레이크, 수란이 토핑으로 올라가는데 수란을 조심스럽게 갈라 노른자에 면과 고기를 찍어 먹는 게 별미다. 현지에서 공수한 전통 등으로 장식된 공간은 밥맛뿐 아니라 술맛까지 돋운다.
가격 1만2천원 주소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0길 5 문의 02-322-7735

 

홍콩대패당 | 홍콩식닭찜

모든 직원이 현지인으로 구성된 만큼,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홍콩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화려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가정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의 홍콩식 탕수육과 갈비튀김부터 오리알인 함단을 활용한 메뉴까지 다양하다. 홍콩식닭찜은 향신료를 더한 닭을 통째로 찐 후, 파채와 고추를 얹은 뒤 뜨거운 기름을 부어 향을 더한 요리다. 안쪽 살은 연분홍색을 띨 정도로 살짝 익어 야들야들하고, 간장으로 맛을 낸 담백한 양념이 어우러져 질리지 않는다. 새콤한 생강소스를 찍어 먹으면 맛의 빈 공간이 꽉 채워진다. 모든 요리가 맥주와의 궁합을 자랑하지만 직접 우린 밀크티와 레몬티의 향이 남달라 꼭 맛보길 추천한다.
가격 1만9천원(반 마리)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23길 10-8 2층 문의 02-338-0930

 

모로코코 카페 | 쿠스쿠스

해방촌 입구에 위치한 모로코 레스토랑으로 평일에도 주말에도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사장님과 셰프가 모로코 출신이기에 현지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즐겨 찾는다. 미트볼과 타진도 맛있지만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만 주문할 수 있는 쿠스쿠스를 놓치면 안 된다. 고슬고슬한 쿠스쿠스를 봉긋하게 쌓고 병아리콩과 푹 익힌 무, 당근, 애호박을 얹었다. 여기에 완벽하게 캐러멜라이징한 양파를 더하면 단맛이 나는 쿠스쿠스인 ‘Tfaya’가 완성된다. 허전하다면 기호에 따라 양고기, 닭고기, 채소를 추가하면 된다. 천천히 구워 연하디연한 양고기가 향신료와 육향이 느껴지는 국물에 담겨 제공된다.
가격 1만5천원 양 추가 6천원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34 문의 02-794-8367

 

트로이카 | 샤실륵

러시아 정통요리와 러시아산 맥주, 다양한 보드카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메뉴판을 채운 러시아 요리가 낯설다면, 좀처럼 실패하기 어려운 샤실륵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그릴에 구워낸 러시아식 꼬치요리로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중 선택할 수 있다. 손잡이까지 뜨겁게 달구어진 채로 나오기에 고기를 조심스럽게 잘라야 한다. 큼직하게 썰어내 한입 맛보면 풍부한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구운 양파와 샐러드, 토마토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느끼할 새 없이 접시를 텅 비우게 된다. 보드카를 즐기고 싶다면 고기의 풍미가 강한 러시아식 수프와 보드카 안주 플레이트가 마련되어 있다. 곳곳에 마트료슈카, 벽난로 등 러시아 전통 소품과 장식이 채워져 있어 날씨는 춥지만 분위기는 따스한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없이 잘 어울릴 공간이다.
가격 1만9천원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64-1 3층 문의 02-797-7724

 

만가타 | 미트볼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인 만가타에서는 소란스럽지 않은 삼청동과 잘 어울리는 깔끔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은 언뜻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염장과 훈제를 활용한 조리법이 많기에 막상 맛을 보면 생소하지 않다. 무겁지 않고 염도 또한 강하지 않지만 재료 본연의 맛과 훈연향이 은은하게 감돌아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된다. 대표 메뉴인 미트볼은 스웨덴식인데,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캐러멜라이징한 양파와 함께 동그랗게 빚어 기분 좋은 단맛이 느껴진다. 훈연한 감자퓨레로 부드러움을 더하고, 페르시안 오이피클, 라즈베리 잼을 곁들여 산미의 균형을 맞췄다. 더 개성이 강한 맛을 원한다면 염장한 제철재료로 구성한 염장 플래터를 와인과 함께 맛보길.
가격 1만6천원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2길 40-5 문의 02-722-8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