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츠 스커트의 변신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된다.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가 레이디라이크다. ‘Ladylike’ 이름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리고 여성성을 잔뜩 강조한 옷차림을 의미한다. 레이디라이크 패션이 주목받을 때면 어김없이 여러 가지 실루엣의 스커트가 인기를 끈다. 1940~50년대를 이끈 뉴룩 스타일의 잘록한 스커트나 입체적인 주름이 장식된 플레어 또는 플리츠 스커트, 무릎을 덮는 미디, 그리고 맥시한 롱 스커트처럼 말이다. 이번 시즌 접하게 될 레이디라이크의 중심엔 날렵하게 각이 잡힌 플리츠 스커트가 있다. 기본에 충실한 전형적인 스타일부터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스타일, 스트리트 무드를 한껏 살린 과감하고 역동적인 스타일까지, 어느 하나의 키워드로 규정짓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한 게 특징이다.

먼저 소개할 브랜드는 레이디라이크 룩의 근간이 되는 디올이다. 1947년, 디올의 창시자 크리스찬 디올이 탄생시킨 뉴룩은 레이디라이크 룩을 대표하는 패션이다. 당시는 전쟁이 막 끝나던 때였고 여러 가지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며 여성성을 강조한 옷이 인기를 끌었다. 종전 후 안정을 되찾으며 다시금 옷장이 화려해졌고 그만큼 허리 라인이 잘록하고, 치마 실루엣이 풍성해지는 시기였던 것. 이번 시즌 디올이 제안하는 스타일은 차분하고 고혹적이다. 다양한 길이의 스커트가 출시되었는데 공통적으로 실루엣이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플리츠가 가미된 그레이 컬러 헤링본 스커트 슈트가 단연 돋보였으며 위, 아래를 같은 색으로 통일하고 옷과는 상반되는 청키한 레이스업 부츠를 매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깔맞춤 패션을 선보인 건 샤넬도 마찬가지다. 샤넬은 슬릿을 더해 관능적인 매력을 살린 플리스 스커트 세트 업을 제안했고 메탈릭한 질감의 가죽과 안이 비치는 시스루 소재를 활용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클래식한 프레피 룩을 연상케 하는 플리츠 스커트의 등장도 이어졌다. 질 샌더는 깨끗한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한 가녀린 스커트 룩을 선보였고 플랜 C는 자줏빛 스커트 슈트 안에 선명한 오렌지 컬러 이너를 레이어드한 경쾌한 컬러 플레이를 구사했다. 안정감 있는 톤온톤 컬러 매치도 도드라졌는데 대표적인 브랜드가 3.1 필립림이다. 오버사이즈 보우가 장식된 베이지 블라우스와 블랙 플리츠 스커트를 매치해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룩을 완성했고 막스마라 역시 카키와 베이지 컬러를 선택해 캐주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아웃핏을 연출했다.

이렇듯 가을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스타일도 가득했지만 지극히 요즘스러운 새로운 레이디라이크 룩을 제시한 패션 하우스도 있었다. 바로 에디 슬리먼이 이끄는 셀린느다. 셀린느의 컬렉션에도 여러 가지 디자인의 플리츠 스커트가 등장했다. 잔잔한 타탄 체크 무늬, 움직일 때마다 반짝거리는 글래머러스한 시퀸 소재, 바람에 불 때마다 펄럭이는 얇고 로맨틱한 플라워 패턴 실크 스커트가 대표적이다. 모두 재킷이나 코트 대신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점퍼와 매치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하나같이 투박한 로퍼나 미디 부츠, 워커와 어우러진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시즌 레이디라이크는 그저 여성스러워 보이기만을 원하지 않는다. 젠더 간의 경계가 날로 사라지는 요즘, 성별을 기준으로 옷차림을 명명하는 게 조금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패션에는 언제나 당시의 문화가 담겨 있다. 그나저나 이만큼이나 가을 날 입기 좋은 플리츠 스커트가 많다. 보는 재미도, 입는 즐거움도 가득한 반가운 계절이 시작되는 중이다.

 

볼드한 주얼 네크리스는 65만9천원,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메탈릭한 플리츠 스커트는 가격미정,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

 

화려한 주얼 장식 슈즈는 32만원,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프릴 블라우스 69만9천원, 이자벨 마랑 에뚜왈(Isabel Marant Etoile).

 

스터드 장식 토트백은 1백10만원대, 알렉산더왕(Alexander 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