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전으로 인해 생활 습관의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당신의 배변활동은 안녕한가?

 

최근 화장실을 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몸이 보내오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지속된 팬데믹으로 우리의 생활 반경은 점차 좁아졌다. 집과 일터가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사무실로 향하는 순간의 발걸음마저 멈춰졌다.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던 모든 보통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배변활동에 문제없다고 자신한 에디터조차 몇 달 전부터는 고민에 휩싸였다. 답답한 잔변감을 포함해 화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스스로 변비인지 의심하게 된 것. 처음엔 변기에 앉아서는 스마트폰 보지 않기, 물 많이 마시기 등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었다. 이에 순천향대학교 가정의학과 김민지 전문의는 “최근 배변활동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본래의 변비 증상이 악화되거나, 변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새롭게 생겨난 거죠. 집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활동량이 줄어든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어요”라며 생활 습관 변화에 따른 장의 운동 감소를 지적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 미국 건강전문 웹사이트인 헬스라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운동량 저하와 ‘칩거변비(Quarantine Constipation)’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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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자가 진단

보통 장 운동이 감소하면서, 대변이 장을 통과하기 어려워질 경우 변비가 발생한다. 변비는 그 자체가 증상으로, 환자마다 호소하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횟수를 기준으로 주 3회 미만의 배변을 변비라고 정의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배변 횟수 외에도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딱딱한 변, 배변 시 통증, 불완전한 배변감,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을 느낄 경우 변비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배변 활동에 있어 불편함을 일으키는 모든 현상을 통틀어 변비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 여섯 가지 증상 중에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전부터 발생했고,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변비를 일으키는 다른 질병이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기능성 변비로 진단한다.

◯ 단단한 변을 본다.
◯ 불완전한 배변감을 느낀다.
◯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준다.
◯ 항문 폐쇄감이 느껴진다.
◯ 배변 유도를 위해 손가락을 이용해 아랫배를 누르는 등 수지요법이 필요하다.
◯ 일주일 동안 배변횟수가 3회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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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의 종류

2018년도에 발표된 <저널 오브 메디슨지>에 따르면 변비는 세계 인구의 약 16%가 겪는 흔한 질환이다. 또 2018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한국인의 16.5%가 변비 증상을 경험한다고. 몸의 컨디션이나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변비를 겪는 경우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심한 만성 변비를 겪는다면 다른 질환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한 원인이 없는 기능성 변비라 하더라도 오래 방치하는 경우 치핵, 치루, 치열 등의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신경성 변비는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으로 현대인들에게 곧잘 나타난다. 신체의 많은 기능들이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데, 소화기능 또한 마찬가지다.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이 소화관에 작용하는 경우 위경련, 설사, 변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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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솔루션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평소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고, 적정 운동량을 채우는 것이 현명하다. 활동량이 적은 경우 장 운동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활동량을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루 20~25g의 식이섬유를 꾸준히 섭취하고, 하루 2~2.5L의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변비 예방법이다.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발효되어 대장 내 물, 이온과 결합하여 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부피를 증가시켜 배변 횟수와 대변 양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며, 충분한 수분 공급 또한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와 더불어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운동’, ‘물’, ‘식이섬유’ 이 세 가지는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비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니 명심할 것! 돌아보면 이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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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적

변비의 최대 적은 소식이다. 다이어트 중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도하게 식사량을 줄이곤 하는데, 활동량은 이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식은 대변의 양 자체를 감소시키고, 신체 활동량을 줄게 만들 수 있어 장 운동까지 더뎌지게 되는 것. 결국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변비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변비를 예방하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민지 전문의는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영양 상태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신진대사 과정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해 포만감이 느껴지는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사가 필요합니다”라며 식이섬유 섭취를 강조했다. 또한 유산균 제품을 추가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장내 세균총(체내에 사는 수백만 개의 박테리아군으로 외부 유해 박테리아 증식을 늦추고 신체를 보호한다)을 정상화시키고 배변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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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성별

나이가 들수록 변비 유병률이 증가한다. 80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변비를 겪는 비율은 50% 가까이에 이른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흐르면 노화는 온몸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신체가 늙어감에 따라 몸의 대사가 느려지고 근육 수축이 줄어들면서 장 운동이 감소하고, 식이섬유 및 수분 섭취가 감소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인일 터.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대사이상질환 등 다른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이나 치료를 위한 약물 사용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성별에 따라서도 달리 나타날까? 통계자료에 따르면 변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임신 중, 생리기간 전, 폐경 후에 변비 증상을 겪는 여성이 많은데, 이는 여성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임신 중에는 팽창된 자궁이 장을 눌러 변의 이동을 느리게 만들 수도 있다.

 

Q&A

속 시원한 장과 건강한 배변활동을 위해 전문의에게 변비 관련한 궁금증에 대해 물어봤다.

Q 변비를 해결하면 ‘똥배’도 줄어들까?
A 보통 화장실을 다녀온 뒤 배출되는 변의 양은 150g 정도다. 사람마다 배변 빈도와 양, 섭취 음식에 따라 변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 및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배변 활동으로 줄어드는 몸무게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배변 후에 몸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배변과 함께 차 있던 가스가 배출되면서 복부 팽만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Q 무른 질감의 변을 보는 것도 변비다?
A 딱딱하고 꽉 막힌 느낌의 배변활동만이 변비가 아니다. 심한 변비를 겪는 사람에게서 오히려 무른 변이 보일 수 있다. 대변의 수분은 보통 대장의 끝 부분에서 흡수되는데, 변비가 심할 경우 장이 부분적으로 막히게 된다. 결국 위로부터 수분 흡수가 덜 된 묽은 변이 내려오면 설사처럼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래되어 딱딱한 숙변 뒤에 내려오지 못하던 묽은 변이 이어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복부 불편감이 존재함에도 불구, 변 자체는 설사처럼 보여 변비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Q ‘모닝똥’이 좋을까?
A 기상직후는 배변을 위한 최적의 시간이다. 자는 동안 소장과 대장은 우리가 전날 먹었던 음식을 소화시키고, 일어난 직후 한 시간 동안 대장은 이를 비워내기 위해 낮 시간에 비해 엄청난 수축과 밀어내기를 한다. 따라서 이때 변을 보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물 또는 커피를 한잔하는 것도 대장 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모닝똥’을 위해 변이 나오지 않는데도 무조건 변기에 오래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Q 변비약, 먹어도 될까?
A 기능성 변비는 대장 운동과 골반근육의 기능이 정상인 ‘정상 통과형 변비’, 대장 운동이 감소되어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무르는 ‘서행성 변비’, 골반저 근육과 항문 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지는 ‘골반저 근육의 기능장애에 따른 변비’ 등이 있다. 또 과민성 장 증후군 형태로 나타나는 변비도 있다.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며, 잘못된 약물 복용으로 인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제 중에서도 내성과 부작용 문제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약물이 있으며, 심한 만성 변비를 겪는다면 기저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니 의사와 먼저 상담할 것을 권한다.

Q 변비 해결을 돕는 배 마사지 방법?
A 장의 흐름을 따라 마사지하면 장 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평평한 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복부의 힘을 뺀 다음 배꼽의 오른쪽 아래부터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오른쪽 갈비뼈 밑 → 왼쪽 갈비뼈 밑 → 배꼽 왼쪽 아래 → 배꼽 밑) 약간의 압박을 주면서 마사지한다. 손가락 2~3개를 이용해 작은 원을 그리며 국소 부위를 눌러주면서 이동하는 것도 좋다. 단, 마사지할 때에는 손이 너무 차갑지 않도록 한다.

Q 변비는 구취를 유발한다?
A 구취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보통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위장에 오래 남아 있거나, 역류성 식도염을 겪는 경우에 소화액의 역류로 구취가 발생할 수 있다. 변비로 인해 장 운동이 감소한 상태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긴 시간을 소비하게 되면 구취를 유발할 수 있는 것! 따라서 변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화기능을 향상시킨다면 이로 유발되는 구취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