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그중 잠들어 있는 시간은 약 26년. 그 26년이 아까운 시간이 될지, 가장 편안한 시간이 될지는 수면의 질에 달렸다. 불면증을 극복하는 전문 치료법부터 숙면 주파수의 효능, 수면을 돕는 첨단 슬립 테크 기기까지. 후회 없는 26년을 위한 수면의 모든 것.

 

잠 고픈 밤

나는 잘 자고 또 잘 못 잔다. 안대를 쓰고 양쪽 귀에 이어 플러그를 꽂으면 순식간에 곯아떨어지지만 그렇지 못할 땐 밤을 꼴딱 새워야 한다. 침대맡엔 늘 안대와 이어 플러그 전용 자리가 있고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하다. 이어 플러그는 내 귓구멍에 맞는 사이즈를 찾으려고 구매한 것만 수십 개. 실리콘 소재, PVC 소재 등 안 써본 게 없고 차음력 테스트에는 도가 텄다. 초침 소리가 나는 아날로그 시계를 견디지 못해서 전자 시계만 가득한데, 시력이 안 좋아 LED 백라이트가 환해야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자기 전엔 그 빛 역시 괴롭기 때문에 시계 위에 가림막 역할을 할 안경닦이를 올려뒀다가 잠들기 전 덮어버린다. 참 유난스러워 보인다면 부정은 안 하겠다만, 확실한 건 나도 깜깜한 시야와 침묵만 있으면 업어가도 모르게 잘 자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런데 최근 복병이 하나 더 생겼다. 아끼는 안대와 맞춤 이어 플러그까지 완벽하게 장착했는데도 통 잠에 들 수가 없다. 에어컨을 켜면 춥고, 끄면 더운, 오락가락한 환절기 날씨 때문이다.

나도 코로나섬니아?

실제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기 직전은 불면증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요즘처럼 야간 실내 평균 기온이 25°C 이상 유지되면 침실 기온도 높아져 자는 동안 체온 발산이 힘들어지기 때문. 자연스럽게 우리 몸은 체열을 방출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 쪽으로 혈액을 보내 순환시키려 심장이 더 빨리 뛰게 된다. 심장이 빨리 뛰는 건 교감신경이 흥분했다는 신호다. 숙면을 하려면 교감신경이 진정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 반대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잠을 설치고 잠에 들었다고 해도 쉽게 깨는 것이다. 또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공포심, 스트레스도 불면증의 원인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에 들어서면서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이 확대됐어요. 일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불명확해졌다는 거죠. 이로 인해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면서 불면증상을 겪게 되는 겁니다. 코로나19와 불면증을 합친 ‘코로나섬니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예요.” 코슬립수면의원 신홍범 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근 잠들기가 힘들어진 나도 코로나섬니아일까? 문득 걱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전문적으로 불면증을 진단하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잠자리에 누운 후 잠드는 데 30분 이상이 걸린다거나, 수면 상태 유지가 힘들고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깨는 경우, 이후에 다시 잠들기가 어렵고 수면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모두 다 해당된다면 단기 불면증으로 판단하며 이러한 상태가 3달 이상 지속될 때 만성불면증으로 분류한다. 만성불면증을 방치할 시 수면부족으로 서서히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인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하루빨리 수면 의원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불면증 극복법

수면 의원에서는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인지치료와 잠에 방해되는 행동을 바로잡는 행동치료를 진행한다. 인지치료는 상담을 통해 수면과 관련된 비합리적인 생각들(반드시 몇 시에 잠을 자야 한다, 밤에 잠을 못 잤으니 낮잠으로 보충해야 한다 등)의 강박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행동치료는 잠을 유도하는 행동을 습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침대에서 TV를 본다거나 책 읽는 행위를 금할 것, 침대에 누웠는데 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가서 활동을 하다가 잠이 올 때 다시 침대로 돌아올 것,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일어날 것, 따뜻한 물로 몸을 이완시킬 것 등이 있다. 두 가지 치료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수면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꾸준히 내원하면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편이며 재발 가능성도 낮다는 점에서 불면증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숙면 주파수가 뭐길래

수면 의원 방문이 망설여지는 이들은 침대에 누워 ‘숙면 주파수’ 영상을 튼다고 한다. 민간요법처럼 활용한다는 영상의 제목은 ‘꿈 없는 잠을 위한 델타파’, ‘10분 안에 꿀잠 자는 뇌파소리’ 등이다. 그럴싸한 제목에 이끌려 나도 슬며시 영상을 틀었다. 온통 새까만 화면에 동굴 속에 있는 듯 웅장한 소리가 계속 반복됐다. 왠지 명상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로 보아 마음이 평온해지는 건 맞는 듯한데, 솔직히 말해 온통 거슬려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다시 시도했지만 마찬가지. 나는 시계 초침소리도 힘들어하는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숙면 주파수 영상의 댓글에는 ‘개운하다, 꿀잠 잤다, 모기까지 팔베개하고 자더라’ 등 효과를 느낀 이들도 많았다. 숙면 주파수가 진짜로 숙면을 도운 걸까? 이 역시 신홍범 원장에게 물었다.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s)를 지칭하는 듯하네요.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면, 그 주파수 차이를 보상하기 위해 뇌파가 변하게 됩니다. 즉, 한쪽 귀에는 360Hz, 반대편 귀에는 362Hz의 소리를 들려주면 그 차이에 해당하는 2Hz의 뇌파 진동이 유도되죠. 깊은 잠을 자는 3단계의 델타파 주파수가 6Hz인 것을 고려했을 때, 2Hz는 그 대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면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이용해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가 전달되어야 해요. 단일 스피커 소리로는 효과를 낼 수 없죠.” 숙면 주파수가 잠을 유도할 수 있기는 하나, 양쪽 귀에 서로 다른 Hz를 동시에 들어야 한다는 것. 스마트폰으로 튼 영상은 이에 해당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동굴 속과 같은 안정적인 ‘소리’에 이끌려 복잡한 생각이 비워지고 심신이 편안해진 결과가 아닐까? 아무려면 어떤가. 이유가 무엇이든 잠을 잘 잤다면 그만이니,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한번쯤 시도해봐도 좋겠다.

 

NEW SLEEP TECH

현대인들이 수면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해마다 수면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의 슬립 테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접목해 수면상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숙면을 돕는다. 당신의 26년을 책임질, 첨단 슬립 테크 기기들을 소개한다.

1 포커스의 콤팩트 브레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2백9만원.

기기 안쪽에 전용 패치를 부착한 다음 이마에 착용하면 스트레스, 우울감을 완화해 불면증을 해소하고 숙면의 질을 높인다. 전두엽에 0.5~1Ma의 미세한 전류를 공급해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 하루 2번, 30분간 사용한다.

2 페가시의 수면안경
29만원.

매일 아침 7~9시 사이 30분씩 7일 이상 안경처럼 착용하면 밤 동안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쓰며, 직접 빛을 바라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면 된다. 안경에서 나오는 그린라이트가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해 낮에는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고 밤에는 활성화시키는 원리. 전용 앱을 연동하면 눈의 예민도에 따라 그린라이트의 광량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해외여행 시에는 시차 모드를 이용해 현지 시간에 적응하도록 착용 시간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3 슬리핑가이즈의 슬리핑 톤
출시 예정.

<슬립테크 2021>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제품.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스마트폰과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착안, 무선 충전 기능이 탑재된 블루투스 스피커 무드등에 ‘디지털 디톡스’를 접목했다. 제품 뚜껑을 연 뒤, 하단부 무선 충전기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뚜껑을 덮어 가두면 알파파, 세타파 사운드가 재생된다. 개인의 입면, 수면 시간에 따라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다. 조명도 켜지는데, 멜라토닌 분비가 가장 잘되는 0.3럭스에서 시작해 평균 입면 시간인 15분간 점점 줄어들다가 소등된다. 사운드와 라이트는 별도로도 사용 가능하다.

4 다이브의 슬립센서 플러스
19만5천원.

매트리스 밑에 깔아둔 상태에서 잠이 들면 수면 습관을 기록하고 패턴을 분석해 수면 데이터 보고서를 만들어준다. 센서가 수면리듬, 코골이, 심박스, 무호흡, 뒤척임, 침대이탈 등을 측정해 일일, 주간, 월간으로 분석하는 식. 결과에 따라 환경 개선, 제품 추천 등 전문가의 조언까지 제공한다. 생체 활성화 모듈 기술을 적용해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를 상쇄시켜 숙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가족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면 멀리 떨어진 가족들의 수면 건강도 확인 가능하다.

 

5 제레마의 인공지능 스마트베개
28만원.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감지해 스스로 높이를 조절하는 베개. 자기 전, 앱을 켜두면 인공지능이 코골이 소리를 감지한다. 코를 고는 순간, 기도 확보를 위해 베개가 목 부분의 높이를 상승시키는데, 수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 6단계에 걸쳐 천천히 움직인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젖혀지면서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줘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것. 코골이가 멈추면 베개는 다시 원래 설정했던 높이로 돌아간다. 연동된 앱을 통해 수면 시간, 뒤척임 정도, 녹음된 코골이 확인 등 다양한 수면 데이터를 주간, 월간, 연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6 아모랩의 아모핏 S
24만8천원.

목걸이, 클립 형태로 착용하는 웨어러블 수면 향상 디바이스다. 미세한 전자기 신호로 가슴 부위의 미주신경을 자극하면서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깊은 수면을 돕는다. 터치 방식으로 작동하며 불면, 스트레스, 불안을 개선하는 안정 모드와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집중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작고 가벼워 일상생활에서, 자는 동안에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고 비접촉 신경자극 방식이라 피부에 부착하거나 닿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7 엠씨스퀘어의 슬립스퀘어
77만원.

베개 속에 뇌파동조화 기술을 담아 수면 유도, 수면 모니터링, 수면 유지 등 복합 수면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초 입면 시, 60분간 뇌파동조화 기술과 3D 서라운드 자연의 소리 등 수면유도 사운드가 재생된다. 파도 소리, 계곡 물소리, 빗소리 등이 흘러나와 뇌파를 깊은 수면상태인 델타파로 빠르게 유도한다. 또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수면 중 뒤척임을 모니터링해 1분에 2회 이상 뒤척임이 감지될 경우, 30분간 수면유도음이 자동 재생되어 다시 수면을 유도한다. 수면에 방해되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하기 위해 모든 기능은 리모컨 하나로 작동하도록 했다.

 

+SLEEP ASSISTANT

1 머스카의 슬리핑보틀
100ml 10개입 5만원.

수면연구팀이 찾아낸 12가지 천연성분을 함유해 수면리듬을 개선하는 혼합음료. 식약처에서 수면 효과를 인정한 L-테아닌, 수면에 도움을 주는 타트체리 등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했다. 적당히 상큼하고 달달한 맛으로, 잠들기 2시간 전 마시는 걸 추천한다.

2 킨트리의 잘자커피
티백 타입 오리지널, 다크 각각 8개입 1만2천5백원.

한방과 양학이 어우러진 커피.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아 한밤중에 즐겨도 좋다. 한방의 볶은 산조인과 양학의 글루콘산 마그네슘이 카페인의 부작용을 상쇄시킨다. 카페인이 막아버린 수면 활로를 되찾아주고, 예민해진 몸의 긴장도를 낮춘다.

 

3 라이프필의 코자요 뽑아쓰는 베개패드
15매입 1만4천9백원.

베개 속 곰팡이, 진드기, 세균 등을 차단하는 베개패드. 매일 위생적인 새 커버로 쾌적한 수면을 돕는다. 대나무에서 추출한 재생 섬유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줄였으며 항균, 항취 기능이 있다. 1장당 1~2일 사용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