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에도 로맨스는 필요해.

 

끝을 알 수 없는 팬데믹 시대는 우리를 한없이 지치게 만든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일상은 점점 더 지루하고 날카로워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조금 더 유연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이럴 때 에디터는 옷을 바꾼다. ‘낭만적’이라고 하면 조금 간지러울까. 평소 같으면 손도 못 댈 반짝이고 사랑스러운 것을 찾게 된다. 예뻐 보이고 싶다기보다는 일종의 기분 전환용이다. 패션 신에서 ‘로맨티시즘’은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클리셰이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 트렌드의 한 축을 잇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자들을 가장 사랑스럽고 기분 좋게 만드는 묘수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만족시킨다.

요즘처럼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시몬 로샤는 언제나처럼 풍성한 실루엣과 프릴, 러플 장식 등이 가득한 컬렉션으로 우리의 환상을 채워준다. 이번 시즌에는 다채로운 꽃무늬까지 더했다. 너무 과한 것 아니야 생각한다면 고민은 접어도 좋다. 터프한 하네스나 투박한 워커 부츠로 반전미를 더했으니까. 시몬 로샤와 더불어 동심을 자극하는 사랑스러운 룩을 선보이는 세실리에 반센은 아스라이 살이 비치는 시스루 소재부터 누빔 실크, 포근하게 감싸는 니트 등으로 볼륨감 있고 입체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소녀 감성, 사랑스러움의 정석 미우미우는 그저 감탄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인상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하우스 고유의 파스텔톤 컬러를 담은 스키복과 란제리를 레이어드한 생경한 느낌의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짝이는 스팽글 드레스에 마치 곰발처럼 거대한 퍼 부츠를 신고 하얀 설원을 딛는 미우미우의 걸들을 보고 ‘귀여워’ 소리를 어찌 참을 수 있을까?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의 로맨티시즘을 즐기고 싶다면 정교한 레이스 디테일을 과하지 않게 더한 질 샌더의 룩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로 화제를 모든 펜디의 컬렉션을 참고하자. 특히 킴 존스의 새로운 펜디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차분한 색감 그리고 여자의 몸을 잘 이해한 듯한 자연스러운 실루엣으로 펜디의 새로운 여성상을 드러냈다. 곳곳에 보이는 액세서리 하나하나가 여자의 마음을 훔치기엔 더없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로맨티시즘을 논할 때 환상적인 판타지를 선사하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빼놓을 수 있을까? 그는 이번 구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또다시 패션계의 철학가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구찌의 역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이번 아리아 컬렉션에서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다양한 모티브와 함께 시퀸 자수, 깃털, 레이스 등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룬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액세서리까지 합세하니 브랜드의 새로운 유토피아가 완성되었다. 2021년 버전의 로맨틱 룩을 선보인 루이 비통은 또 어떤가.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프릴이라니… 조각상 같은 거대한 실루엣에 드레시한 러플과 자수 등을 더하는 방법으로 루이 비통 룩을 조합한 그였다.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옷, 기쁨과 희망을 주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에너지 넘치는 룩이 여기에 가득하다.

이토록 다양한, 저마다 다른 얼굴로 로맨티시즘을 이야기하는 오늘의 패션하우스들을 떠올려보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순간, 패션하우스식 낭만주의는 우리를 충분히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도 로맨스는 언제나 필요하니까.

꽃무늬 코튼 셔츠는 1백만원대, 시몬 로샤 바이 매치스패션(Simone Rocha by Matchesfashion).

 

핑크빛 메시에 스톤 자수를 장식한 슬링백은 1백45만원, 펜디(Fendi).

 

심장 모양을 한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구찌.

 

아르데코 스타일 실버에 하트를 담은 반지는 가격미정, 구찌(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