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장 예민한 곳에 닿아 있는 그것. 팬티야말로 무엇보다 까다롭게 골라야 하는 옷이자 제2의 피부다. 건강과 몸매를 위한 올바른 팬티의 조건에 대하여.

 

지금은 주위에 ‘순면 팬티 전도사’가 되었지만, 사실 에디터 역시 순면 팬티로 갈아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예쁜 속옷에 집착했던지라 줄곧 불편하고 장식이 있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 제품 같은 속옷을 입어왔다. 이런 선택이 내 건강과 몸매에는 독이 되었다는 건 20대를 흘려보내고 서른이 훌쩍 지나서야 깨달았다.

팬티는 속옷이다. 보정용 속옷과 장식용 속옷도 있긴 하지만, 보통 속옷의 기능이라 함은 중요 부위를 보호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 신체에서 분비되는 땀이나 피지 등 각종 분비물을 잘 흡수해 피부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 그래서 팬티의 소재는 흡습성과 통기성이 풍부하고 흡수한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는 투습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속옷 소재로는 순면이 최선이다. 컬러는 오염의 정도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흰색이나 연한 색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몸에 딱 맞게 감싸 안정감을 주되, 벗은 뒤 몸에 자국이 남지 않아야 한다. “속옷은 ‘정말 편안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사이즈로 선택해요. 속옷 라인은 상, 하체를 불문하고 림프절 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부위여서 몸을 누르는 속옷 착용은 림프 순환을 저해합니다. 부종이 심화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몸매를 망치는 원인이 되죠.” 오소록 한의원 김담희 원장의 말처럼 낙낙한 사이즈의 순면 팬티, 이것이 팬티의 정석이다.

에디터가 즐겨 입던 팬티는 이 기준에 한참 어긋나는 것들이었다. 일단 엉덩이를 충분히 감싸주지 않았고 통기성이 좋지 않은 스판이나 나일론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가끔은 옷 맵시를 위해 몸에 맞는 사이즈보다 작은 것을 고르기도 했다. 그 결과는? 고무줄과 팬티 라인 부분의 압박으로 엉덩이에 색소 침착이 있었고(이를 가리는 수영복을 고르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얼굴과 다른 신체 부위 어디에도 없던 트러블이 엉덩이에 생기기도 했다. 생리통도 심각했고, 아랫배가 찬 탓에 변비도 잦았다. 체중에 비해 허벅지 셀룰라이트도 도드라졌었는데, 이 역시 몸을 조이는 팬티의 폐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틀린 팬티’가 주는 신호가 많았는데도 속옷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니!

뷰티 에디터로 일하며 골반 교정, 몸드름 솔루션, 생리통이 심한 원인, 셀룰라이트 줄이기 등 갖가지 주제의 기사를 취재하며 관련 지식을 쌓아가면서도 간과했던 것이 바로 팬티다.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그러다 팬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임신이었다. 임신을 하게 되면 분비물이 많아지는데 이를 위해 순면 팬티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저는 팬티라이너를 하면 태동이 좀 덜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순면 팬티를 왕창 사서 자주 바꿔 입었어요.” 임신 초반에 만난 ‘출산 선배’인 한 헤어 아티스트로부터 경험담을 듣곤 바로 순면 팬티 착용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세상에, 진짜 편하다.’ 매일 레깅스만 입다 후들후들한 파자마로 갈아입은 느낌이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움직임은 되레 편안해졌다.

출산 후에도 나의 순면 팬티 사랑은 계속되는 중이다. 배가 나오지 않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지만 이에 맞는 순면 팬티를 찾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불어온 보디파지티브와 탈코르셋, 웰니스 바람을 타고 무엇보다 여성의 편안함과 건강을 생각해 만든 속옷 브랜드가 늘었기 때문. 혹시 소재가 더 좋고 편안할까 싶어 유기농 순면 아기 옷 브랜드의 주니어 사이즈 속옷을 입어보기도 했다. 소재는 말할 것도 없고, 착용감도 좋았지만, 팬티 라인이 도드라져 겉옷을 입을 때 한계가 있었다. 어른의 옷에는 어울리지 않는 속옷이었다. 반면 스파 브랜드 속옷 중 흔치 않게 면 100%로 등장한 팬티도 입어 보았는데, 이번엔 마치 수영복 하의처럼 Y 존이 깊게 파인 디자인이라 착용감이 영 별로였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몇 개 더 쟁여두고 싶은 팬티를 찾았는데, 바로 르리프의 ‘오가닉 코튼 리프 브리프’와 미언더의 ‘여성 마이크로모달 에어 삼각 팬티’다. 르리프는 국제 유기농 섬유 인증을 받은 100% 오가닉 코튼을 사용,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의 팬티를 선보인다. 속옷을 입는 원래의 목적인 민감한 부위를 보호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에 제대로 부합하는, 팬티계의 ‘공깃밥’ 같은 제품이다. 미언더 모달 삼각은 여기에 약간의 몸매 보정 효과까지 있다. 허리와 Y 존 라인을 도톰하게 밴딩 처리해 들뜨는 부분 없이 피부에 밀착되기 때문. 스킨 컬러로 선택하면 속옷이 비칠 수 있는 얇은 소재 겉옷이나 몸에 피트되는 옷을 입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착용감도 훌륭하다. 샤워 후 벗어놓은 팬티를 보며 하루 더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그렇다고 절대로 하루 더 입진 않았다). 순면 소재는 아니지만 흡수성과 통기성이 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좋고, 탄성이 좋은 모달 소재라 피부가 아주 예민한 편이 아니라면 순면 소재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다.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바른 팬티’를 탐색해보려 한다. 잘못된 팬티 선택으로 놓쳤던 건강과 편안함을 생각하면 팬티에 들이는 정성은 절대 허튼 짓이 아니다. 하체 순환, 생리통 등 여성 건강과 관련된 크고 작은 고민이 있다면 먼저 팬티를 바꿔보자. 어차피 팬티는 5개월에 한 번은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고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