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리트리트 #1 네일숍이라는 해우소
낯선 이에게 손을 맡긴 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 네일숍은 에디터에게 해우소와도 같은 존재다.
BEAUTIFUL CONFESSION
낯선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마주 앉아 있는 그곳, 네일숍이다. 직업상 늘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가끔은 날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에디터는 네일숍으로 향한다.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컬러의 칩 중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작은 손톱 위에 올려질 컬러를 신중하게 고른다. 그런 다음 네일 테라피스트에게 손을 ‘척’ 내어준 채로 사각사각 손톱을 파일에 가는 소리를 배경 삼아 수다를 왕창 떠는 거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신나게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손톱은 반짝반짝하게 가꿔져 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러한 후련한 기분은 비록 네일숍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우나에서 묵은 때를 밀고 난 뒤에도, 오롯이 내 보디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난 뒤에도 비슷한 효과를 종종 누리곤 하니까. 하지만 에디터가 그중에서도 네일숍을 가장 애정하는 이유는 예쁘게 칠해진 네일 아트가 마치 부적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기분을 전환시켜주기 때문이다. 마법이 사라질까 노심초사하는 신데렐라처럼 손톱의 광택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다시 네일 케어 예약을 잡아야 마음이 놓이곤 했다.
이런 에디터이지만, 최근 일년이 넘도록 네일숍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마음을 도닥여주던 낯선 이와의 친밀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기에. 결국 에디터의 손톱은 민낯으로 남겨졌다. 견디다 못해 마스크를 꽁꽁 싸매고 네일숍을 향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의 씨앗이 예전처럼 무장해제시켜주진 못했다. 그러다 최근 재미를 붙인 것이 네일 스티커다. 스스로도 네일숍에서 받은 것처럼 감쪽같이 손톱을 장식할 수 있다. 물론 네일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에디터의 우울감이 사라지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숍에서 받는 것만큼이나 오랫동안 손톱이 예쁘게 물들어 있다. 마치 사라지지 않는 마법처럼 말이다! 다시 결심한다. 오늘 밤에는 마음에 쏙 드는 네일 스티커를 골라 손톱에 잘 붙여봐야지. 하루라도 빨리 네일숍에서 마음 놓고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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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서혜원
- 포토그래퍼
- JUNG WON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