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 권유리가 말한다. 이제는 나란 사람을 조금 더 알 것 같다고.

 

블랙 컷아웃 드레스와 슈즈는 오프화이트(Off-White). 이어커프는 페페쥬(Pepezoo).

최근 종영한 사극 <보쌈-운명을 훔치다>를 보면, 실내 장면인데도 입에서 하얀 김이 선명하게 보여요. 매우 추운 환경이었던 거겠죠. 
하하! 최대한 김이 나는 장면의 컷은 빼고 쓴 걸 거예요. 어제 다이어리를 보니 <보쌈> 첫 미팅날이 작년 7월 31일이었어요. 10월 말부터 시작해서 가장 추운 한파에 촬영을 했어요.

그랬는데 어느새 한여름이네요. 다시 찾아온 여름을 즐기고 있나요? 
시간이 너무 빨라요. 촬영 끝난 지는 이제 한 달, 종방한 지는 이틀밖에 안 되었죠. 아직 수경이라는 캐릭터와 <보쌈>을 떠나보내진 못했어요. 아, 목이 좀 아팠었거든요.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고 있었던 후폭풍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좀 아프거나 다쳤던 부분을 재활하면서 지냈죠. 대본집도 얼마 전에야 겨우 정리했고요.

사극에서 수경으로 사는 동안 당신의 대본은 어떤 모습이었어요? 깨알같이 메모를 하는 편인가요? 
메모를 잔뜩 써놨어요. 긴 장면이나 대사가 너무 많은 장면은 저만의 쪽대본을 만들어서 현장에서 바로 바로 볼 수 있게끔 만들어놓는 편이에요. 다른 배우분은 아예 현장에서 대본을 안 보시거나 책을 통째로 들고 다니며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권유리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첫 사극 주연작이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어요. 그런데 주변에 <보쌈>이 재밌다고 하면 잘 안 믿더라고요. 이름이 끌리지 않는다면서. 
저도 그런 말을 들었어요. 이해해요. 공감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어요.

그렇듯 원래 이 작품은 기대작도, 화제작도 아니었어요. 출연을 선택할 무렵에는 어떻게 생각했어요?
아직 제가 작품이 잘되고 안 되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잘될 것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게 나한테 재미있는 작품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이야기가 재밌다, 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라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것들이 저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편이에요. 제목이 ‘보쌈’인데 조선 시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풍습이고, 부제가 ‘운명을 훔치다’예요.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더라도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보여서,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블랙 톱은 MSGM 바이 육스(MSGM by Yoox). 블랙 시스루 스커트는 YCH. 골드 이어링은 케이트앤켈리 (Kate n Kelly).

시작한 후에는 매번 최대 시청률을 경신했죠. 짜릿했나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매번 저도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었어요. 이게 뭐지? 진짜?(웃음) 되게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죠.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고 정성을 들여서 잘 찍고 좋은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가 저의 영역이니까. 시청률이 나빴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였을 거예요.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 덕분에 뒤늦게 듣게 된 소녀시대 노래가 있어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도 새롭게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역주행하는 시대잖아요. 가려져 있거나 잊혀 있던 것들이 부활하고 다시 한번 빛을 볼 수 있는 시대다 보니까. 사실 저조차도 잊고 있었던 무대들이나 그 당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들도 다시 한번 사람들이 봐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노래를 들으세요?

‘Express 999’인데 아쉽게도 무대가 많지는 않더군요. 한동안 출근 송으로 애청했어요. 
와, 그 곡은 팬 중에서도 특별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열렬하게 좋아하는 노래예요. 어떤 분들에게는 취향 저격이라, 한 번 들으면 계속 듣는 노래인 거죠. 예정된 무대가 아니었는데, 팬분들이 요청해서 만든 무대이고요. 그런 거 보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사는 게. 예상 외의 일들이 생기고, 그걸 좋아해주는 분들도 나타나고요.

배우 권유리로 활동하는 중에도 어김없이 소녀시대가 따라붙기도 하고, 반대로 권유리를 다시 봤다는 사람도 있죠. 다른 이야기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당신에겐 어떻게 다가와요? 
둘 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신기하고요. “소시 유리였어?”라는 말도 제가 누구인지보다 캐릭터로 비춰진다는 거니까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내가 아는 유리는 예능감도 있고, 무대 위에선 춤으로는 당할 자가 없는 그런 느낌이었죠.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는 정말 옹주 같았어요. 어투나 발성에서 현실의 유리를 지우는 경험은 어땠어요?
권유리의 재발견이라고 말씀해주신 게 너무 반갑고 고마운 이유 중 하나인데, 저조차도 제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을요. 제가 이런 캐릭터를 맡게 될 줄 몰랐어요. 저한테도 도전이었는데 성공적인 모험이 된 것 같아요. 나에 대해서 발견한 지점이 <보쌈>이라는 작품이 된 거죠. 많은 사랑을 받는 와중에 나에 대해 반성도 많이 했어요.

모든 게 좋을 때도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군요. 어떤 반성을 했어요? 
너무 많이 했어요. 제가 잘한 건 한 장면을 위해서 도와주시고 애써주시는 많은 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작업하는 과정에서 따가운 느낌, 아프기도 한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성장하려면 아픔이 있고 그런 아픔이 있어야 성장을 하는 것 같아요.

성장을 통해 느낀 가장 강렬한 한 가지는 뭐였어요? 
새로운 도전을 완주해내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견디고 잘 보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서핑도 한 번의 파도를 타기 위해 열심히 헤엄쳐서 저기까지 가야 해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게 힘들었어요. 헤엄을 쳐서 죽어라 간 다음 아주 짧은 시간 재미있다는 점이 다음번에 저를 주춤거리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연기를 할 때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하고, 어렵지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더라고요. 이 작업이 나한테는 살아 있게 하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과정이고. 그런 의미에서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고 촬영장 가는 것도 좋았어요.

수경은 조선시대 인물이라는 걸 제외한다면 요즘 여성들이 바라는 인물이에요. 강인하고 지혜롭죠. 
그 똑똑함을 맡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쾌감이 정말 엄청나요!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되고 다양한 사람의 형태를 표현하게 되는데 이런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되고 싶은 여성상을 연기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우리가 TV 볼 때 답답한 상황 나오면 그러잖아요. 지금쯤 한 명이 나와서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런 상황에서 수경이 나타나요. 용감하고 단단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좋은 영향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여자를 연기하면서 느낀 점들이 앞으로도 제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이 있어요.

드라마 초반에 사회통념을 따라 평생 수절하는 삶을 선택한 수경도 결국에는 변화해요. 왕이 반대하지만 혼인을 청해요. 
도련님이 나타나서 고작 이렇게 살려는 거냐고 하잖아요. 근데 수경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이게 행복이라고 말하죠.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이죠.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지금 당신은 어떤가요? 생각대로 살고 있나요? 
다행히도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많이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의상, 온도 그리고 색깔까지 예전에는 남한테 물어봤던 것 같아요. 이제는 나에게 물어보고 내 안에서 찾으려 하는 노력을 많이 해요.

어떤 마음을 갖고 싶어요? 
저는 편안한 상태를 좋아해요. 모든 게 다 편안했음 좋겠어요. 편안한 상태에 이르러야지만 나오는 본질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찾기에 매우 좋은 상태인 것 같아요.

때로 당신 스스로의 변화를 알아차릴 때도 있나요? 10년 전과 비교해본다면 권유리는 뭐가 가장 변했나요? 
조금 더 초연해졌달까? 일희일비하지 않는 느낌이에요. 그걸 제가 원했어요.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한 일들에 과하게 기분 좋아하지 않고 슬프거나 아픈 일에서도 과하게 슬프거나 우울해하지 않아요.

재킷과 화이트 베스트, 쇼츠는 모두 더오픈프로덕트(The Open Product), 화이트 스트랩 슈즈는 스포트막스(Sportmax). 초커는 페페쥬, 실버 링은 모두 헤이(Hei).

중도를 찾고 있는 중이군요. 유리의 운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세 가지 단어로 말한다면 무엇이에요? 
정말 철학적인데요. 세 가지로 추려보려니 너무 어렵긴 한데 우선은 태어난 것?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네요.(웃음)
우스갯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난 것은 운명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나는 걸 선택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운명적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소녀시대가 된 것. 소녀시대는 고향 같은 곳이라고 늘 말하는데 정말로 저를 태어나게 만들었던 계기죠. 물론 그 전에 제가 데뷔는 했어요. 연기자라고 말하기엔 미비하지만요. 소녀시대는 정신적으로 어떤 그룹의 일원으로서 태어나게 해주었고, 그게 저의 1막을 열게 해준 계기고, 반짝반짝 빛나고 에너제틱했던 시간이었어요. 세 번째는 지루해 보일 수 있겠지만 <보쌈>이에요, 정말로. 되게 고민과 갈등이 많았던 시기였고 그때 운명처럼 이 작품으로 다시금 에너지를 얻게 되었어요. 그래서 운명적이란 생각을 해요. 사실 그때 저는 자신감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는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죠. 
고민이 많은 상태에서 저를 찾아왔기 때문에 처음엔 반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태였어요. 정말로 모험이었죠. 그 모험에 수고했다, 잘했다고 답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되게 남달랐던 한 해였어요. 새로운 장르나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는 것에 한 발짝 더 떼었다는 의미도 있는데, 안 해본 게 너무 많다 보니 가야 할 길이 멀어요.

아까 계속 개인 카메라로 촬영을 했는데, 자체 채널인 ‘유리한TV’를 위한 건가요? 어떤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작품으로 근황을 전해드리는 게 쉽지 않았을 때였어요.

배우를 좋아하면, 소식이 너무 없어서 말라 죽는다는 일설이 있죠. 아이돌과 달리요. 
소녀시대 할 땐 365일 중에 330일 정도가 인터넷에 다 나왔어요. 몇 월 며칠에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면 기사로 검색하면 다 나와요. 포털에 일기처럼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편할 때도 있어요. 장소도 그래요. 예를 들면 ‘내가 스페인에 뭐 하러 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면 ‘아, 스페인에 이런 일정으로 뭘 찍으러 갔었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노출을 안 하게 되니까, 약간 숨게 되는 거예요. 비춰지고 노출되지 않는 시간을 더 보내면 첨엔 편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두려워지는 때도 있더라고요. 뭘 하나 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유리한 채널을 하면 쉬는 시간에도 저를 편안하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큰 변화네요. 그 안에는 팬이 있고요. 아무래도 아이돌과 팬은, 가장 극적이고 가까운 관계니까요. 
유튜브를 하는 건 아무래도 팬들이 가장 큰 이유예요. 팬들이 정말로 무한한 사랑을 해주잖아요. 그런 팬들이 나를 지속해서 궁금해해주는 것에 보답할 수 있는 편안한 장이에요. 이제는 나아가서 그냥 나를 보고 싶은 사람, 나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채널이 준비된 거니까 이걸로 소통하기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잘 맞는 것 같아요? 
제 성향과는 너무 잘 맞는데. 반장 역할을 많이 해야 하더라고요. 처음에 직접 몇 번 하고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싶어 프로덕션을 붙였죠. 기자님처럼 전체를 프로듀싱하는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하하. 유튜브로 경험해본 거네요. 
네. 유리한 팀의 프로듀서를 담당했다가 지금은 그냥 주인장 정도로 있습니다.

음식, 운동 중 요즘 이삼십대 여성은 물론 모두의 관심사를 다루고 있어요. 뭘 보여주고 뭘 보여주면 안 되고도 직접 결정해야 되잖아요? 
뷰티 분야도 해보고 싶고 사실 해보고 싶은 거 너무 많은데 아직 마음을 그만큼 못 연 것 같아요. 이 공간만큼은 솔직하고 싶고, 저를 속속들이 궁금해하실 거란 걸 알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루틴이 어떤지. 하물며 ‘인마이백’ 같은 것도 하려면 좀 걱정이 되어요. 저도 궁금해서 사람들 것을 찾아보면서도 제가 사용하는 제품을 소개하는 건 망설여지거든요. 정말 성분이 좋은 건지 걱정부터 되니까 쉽게 뭘 못하는 거예요.

한때 ‘소시 운동법’ 등 운동과 뷰티 루틴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직접 홈트 제품을 만들 때도 고민이 많았겠네요? 
아기가 입에 넣어도 무해할 정도의 성분으로 만들었어요. 양면으로 쓸 수 있는 매트, 1kg짜리 덤벨과 강도가 두 가지 버전인 루프 밴드가 있어요. 강한 버전, 약한 버전이 있어서 상, 하체를 구분해서 쓸 수 있어요. 그리고 박스를 만들었어요. 제품 여기저기에 두잖아요. 그걸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보관함까지. 그 보관함의 퀄리티는 명품백을 살 때 포장해주는 상자의 퀄리티 정도예요.

눈이 반짝반짝하네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금 오늘 이 인터뷰와 화보는 어떤 상업적 의도가 없다는 걸 제가 언급해야겠어요.(웃음) 
처음 취지도 그랬어요. 어차피 내가 쓰면서 불편했던 점을 보완해서 마음 놓고 같이 썼으면 좋겠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요가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웨이트도 하니까. 이 3가지 용도로 다 쓸 수 있는 정도의 매트였으면 좋겠는 거예요. 요가 매트는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지탱할 수 있는 단단함이 없고요. 너무 얇으면 무릎이 너무 아파요. 때가 좀 덜 탔으면 좋겠고, 때가 안 묻어났으면 좋겠고. 쓰다 보면 앞면만 쓰면 지루하니까 뒷면은 미끄럼 방지를 위해서 앞면과는 좀 다르게 만들고…고민을 엄청 했어요. 결국 만들어내서 쓰고 자부심도 있는데 그걸로 제가 받은 사랑을 다시 보답하고 싶어서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어요.

권유리가 더 행복하려면 뭐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편한 걸 찾는 길밖엔 없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머리도 안 감고 페디큐어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슬리퍼도 막 신고요. 냉장고 바지 같은 것 입고 정말 내 몸을 조이지 않는 물리적인 것도 다 벗은 채 편안한 자연인처럼 살아보고 싶어요. 그런 걸 한 적이 없어요. 아직 다 못 내려놓았네요.(웃음)

니트 톱은 겐조(Kenzo). 화이트 트레이닝 팬츠는 이로우리(Irouori), 드롭 이어링은 페르테(Xte).

연예인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중심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그것 같아요. 드레스업하고 예쁘게 꾸며진 상태를 완전히 포기한다고 해서 행복이 오는 건 아닐 거예요. 결국엔 중심을 잡고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게 더 편안한지를 아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한 거겠죠. 대중이 사랑하는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고, 온전히 나였을 때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중간의 밸런스를 잘 지키는 게 저라는 사람의 중심을 지키는 방법 같아요.

그럼에도 어떨 때 흔들려요? 
사람들의 코멘트나 피드백은 늘 빨라요. 그래서 내가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기 전에 피드백을 받곤 해요. 이 옷이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 몰랐는데 너무 예쁘다고 칭찬할 때. 순서가 바뀐 거죠. 반대로 내가 편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이건 너한테 너무 안 어울린다, 이건 예쁘지가 않대, 이것보다 더 예쁜 모습은 지난번에 내가 생각지 못했던 그 모습이래… 이런 반응들이 굉장히 빠르게 느껴지는 직업군에 있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 와중에도 건강한 코멘트들이나 말들을 잘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게 날 성장시킬 수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죠. 나를 성장시키느냐에 대한 판단은 제가 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스스로는 어떻게 깨달아요? 
너무 간단해요. 잠을 잘 잔다. 잘 먹는다. 내 몸이 뭘 먹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것이죠. 어제도 마라탕도 먹고 피자도 먹었어요. 오늘 옆에 구멍 난 옷을 입는 걸 알았으면 좀 더 관리를 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 조금 들긴 해요.(웃음) 하지만 난 어제 먹고 싶었고 즐겁고 행복했어! 덕분에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기분 좋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많은 연예인이 사진 찍었을 때의 만족감 때문에 굉장히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분들도 계시고 여러 타입이 있겠죠. 저는 그것도 존중해요. 단지 제게는 저의 스타일이 더 맞는 것 같고, 그게 훨씬 지속 가능하게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길 같아요.

지금 유리의 가장 큰 자신감은 뭔가요? 
맨얼굴도 예쁘다 어때요? 자신감이잖아요.(웃음)

하하! 예뻐요, 맨얼굴. 
사람이 혈색을 숨길 수 없잖아요. 저 사람 되게 행복해 보인다, 반짝반짝 빛난다 같은 건 메이크업으로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유혹은 저도 많아요. 조금만 더 하면 예뻐질 것 같죠. 하지만 태어난 나의 색깔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그 색깔의 명암과 채도를 만들어내는 게 결국 저의 아름다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을 좋아해요. 오늘 느낌대로요.

* 전체 화보는 <얼루어코리아>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