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삼각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삼각지는 새로운 풍경으로 가득하다. 해장국집도 대구탕도 차돌박이도 그대로지만 하루가 다르게 개성 넘치는 공간이 들어선다. 발길을 꽁꽁 묶고도 남을 8곳의 가게를 찾았다.
애시드
청량한 민트색과 탐스러운 과일 포스터에 홀린 듯이 시선이 머무른다. 애시드는 제철 과일이 주인공인 칵테일 ‘프루츠 사워’를 선보이는 바다. 껍질까지 부드러운 경주산 체리, 그냥 두기만 해도 향이 뿜어져 나오는 제주산 블러드 오렌지 등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싱그러움을 한데 모았고, 그 싱그러움이 움튼 이야기까지도 한 잔에 담는다. 과육이 그대로 풍덩 빠진 프루츠 사워는 과일의 색과 결이 그대로 살아 있어 생기가 가득하다. 화이트럼, 진, 골드럼 등 과일에 따라 베이스를 다르게 사용하는데 샷을 추가하거나 빼는 것도 가능하다. 엔초비 라임 페퍼 파스타, 들기름 레몬 파스타 등 간단히 맛볼 수 있는 식사 메뉴 또한 매력적인 산미를 갖추어 프루츠 사워와 꼭 어울린다. 통창 가득 들어차는 볕 아래 레몬 사워를 한 모금 쪼록 들이켜면, 꿈속의 휴양지에 머무는 듯 충만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11-11 문의 070-8801-0219
PPS
성수의 TBD, 삼각지의 NM 등 내추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공간을 일찍이 선보였던 어바웃블랭크앤코의 공간으로 버거 레스토랑과 뮤직바를 겸한다. 어렸을 적 특별한 날 먹곤 했던 햄버거의 기억을 한층 더 특별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버거의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져올렸다. 으깨듯 짓눌러 구운 패티는 겉이 튀긴 듯 바삭하고 육즙은 농축된다. 녹진한 맛을 좋아한다면 채보다도 얇게 썬 감자를 실타래처럼 튀겨 넣고 마요소스로 맛을 낸 프리타스 버거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저녁이면 내추럴 와인바로 변신하며, 프렌치 디시와 스페셜 버거 메뉴를 제공한다. 낮과 밤의 메뉴가 바뀌어도 이곳을 채우는 음악과 음식은 언제나 근사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86-1 문의 02-6083-4949
에코 서울
‘애시드’에서 작은 회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음악은 ‘너무 좋다’는 감상을 뛰어넘고, 그런 음악을 듣는 것은 감상보다 체험에 가깝다. 귀가 아닌 곧바로 심장으로 음악이 닿는 것만 같은 신체적인 감상을 위해 에코 서울은 사운드 시스템에 큰 공을 들였다. 자메이칸 시스템 메이커 스즈키 마사토가 널따란 야외 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스피커를 공수했으니, 저 밑에서부터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의 묵직한 존재감은 비할 데 없다. 좋은 음악에 좋은 술이 빠질 수는 없다. 엄선한 위스키와 코냑, 주정강화 와인 등의 고도주부터 탄산수 디스펜서로 강력한 탄산을 주입한 진피즈까지, 합리적인 가격은 선물 같아서 한 잔 마실 것을 두 잔 마신다. 음악과 술에 취해 탄수화물이 고파질 때, 자연스럽게 1층 애시드를 오르내리며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11-11 2층 문의 @echo.seoul
쿼츠
시원한 코발트 블루로 가득 채워진 이곳은 여성 최초 국가대표 바리스타 유연주 대표가 설립한 커피 로스팅 컴퍼니에서 출발했다. 원두부터 남다르게 선별하고 공들여 로스팅했으니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 잔만 고른다면 농축우유가 들어간 시그니처 메뉴를 추천한다. 65℃의 저온에서 5시간 동안 진공으로 농축한 우유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단맛과 고소함이 넘쳐흘러 마치 치즈폼을 먹는 듯하다. 몽글몽글한 농축우유에 캐러멜을 더한 캐러멜마키아토는 쫀득함이 배가 되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디저트에 버금간다. 농축우유는 하루 한정으로 마련하기에 일찍 소진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245-5 문의 070-4187-4188
낙하산커피
명랑한 오렌지 컬러에 레트로풍의 타이포를 얹은 낙하산커피 인근은 아침부터 고소한 스콘 냄새가 가득하다. 매일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스콘의 식감은 독보적이다. 겉면은 비스킷처럼 빠작하고 속은 크루아상처럼 버터가 층층이 결을 이루고 있어 촉촉하다. 생크림과 클로티드 크림 사이 밀도의 헤비크림을 딸기잼 또는 캐러멜 소스와 곁들이면 산뜻한 브런치와 풍족한 디저트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낙하산라테는 사각사각한 우유얼음 입자가 살아 있는 밀크슬러시에 베리류의 산미가 느껴지는 에스프레소를 부었다. 신맛과 단맛, 쌉쌀함과 고소함이 균형을 이루어 그냥 마셔도 좋고, 따끈한 스콘에 곁들이기에도 제격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83-4 문의 0507-1389-7705
포카치아델라스트라다
‘거리의 포카치아’라는 뜻으로 포카치아와 샌드위치를 포함해 이탈리아 현지의 스트리트 푸드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오픈 초기부터 긴 웨이팅을 자랑했는데, 이제 막 구운 포카치아에 투명하리만큼 얇게 썰어낸 파스트라미를 얹은 샌드위치를 한입 맛본다면 그 인기가 곧바로 이해된다. 화려한 소스보다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순수하게 살린 것이 특징이다. 매장 내에서 먹는다면 잔 와인뿐 아니라 달콤한 오렌지향이 특징인 아페롤 스프리츠와 같은 칵테일을 곁들여 피크닉 기분을 낼 수도 있다.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하지만 갓 구워내 더욱 폭신하고 쫀득한 포카치아를 맛보고 싶다면 12시 이전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05-3 문의 070-4271-3377
꺼거
홍콩 영화 마니아라면 알겠지만 ‘꺼거’는 ‘큰형님’이라는 뜻이다. 인근의 효뜨와 남박을 차례로 성공시킨 남준영 셰프의 새로운 공간으로 1960년대의 추어탕집을 개조해 옛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남겼다. 홍콩을 완벽히 재현한 곳이라기보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홍콩에 가깝다. 여기저기의 부적, 장국영의 사진, <화양연화>의 스틸컷 등 환상적인가 하면 한 끗 비틀려 있기도 하니 구석구석 공간을 맛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메뉴 또한 특정 지역의 방식을 따르기보다 꺼거만의 색으로 홍콩식과 광동식을 해석했다. 광동식 바비큐 치킨과 감칠맛 도는 소스에 촉촉이 젖은 밥을 함께 먹는 치킨라이스, 화이트소스와 토마토소스를 반반 곁들인 원앙 볶음밥부터 맛보길.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00-3 문의 @wearegege
전술가
노포가 줄지은 골목 군데군데 수상하고 재미있는 공간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작은 나무문 뒤에는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별한 우리 술과 메뉴에 어울리는 페어링까지 추천받을 수 있는 다이닝 바가 숨어 있다. 탄산감과 산미, 빛깔이 가지각색인 막걸리는 물론 귀한 청주와 국내산 진까지 지금 화제를 모으는 우리 술을 총망라했다. 메뉴는 한국 보양식을 재해석했다. 능이와 표고, 잣을 넣어 만든 고소한 능이버섯 페스토에 수비드한 후 오븐에 구워낸 닭다리를 얹은 ‘능이닭’은 이번 여름에 새롭게 준비한 시즌 메뉴다. 채끝살과 꽈리고추, 갓김치로 구성된 삼합전도 꾸준한 인기 메뉴다. 기력이 부족한 날 이곳에서 한 잔 기울이며 삼각지의 풍류를 즐겨보길.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201 문의 070-8858-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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