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를 순식간에 여신 머리로, 비루한 숱을 단번에 풍성하게! 여름맞이 헤어 변신을 꿈꾼 에디터 4인의 붙임머리 시술기.

 

단발병 후유증 극복

배우 한소희가 전염시킨 단발병의 위력은 강력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로 살아오던 내가 그 귀한 것을 턱 끝까지 잘라냈으니 말이다. 물론 작년에 3~4번의 탈색을 경험하면서 머리카락이 빗자루만큼 너덜너덜해진 것도 결심을 부추겼다. 그렇게 나는 10년 만에 단발머리가 됐고, 대폭 줄어든 샴푸 시간과 뒷덜미를 간지럽히는 바람이 마냥 좋았다. 제멋대로 뻗치는 마의 구간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시간이 지나 애매한 길이가 되자 단발병 후유증을 앓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주워 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붙임머리 시술 전문 ‘에드비 살롱’을 찾았다. 짧고 층이 없는 똑단발이라 자칫 그 옛날 샤기 커트 혹은 울프 커트처럼 뚜껑만 풍성한 긴 머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짧은 머리일수록 사전 커트가 중요해요. 무거운 일자 단발의 경우, 붙임머리와 연결했을 때 경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술 전 숱을 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하죠. 머리가 뻗치거나 컬이 있다면 먼저 매직 스트레이트를 권하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김현우 원장의 설명에 따라 숱을 정리한 뒤, 여러 컬러의 인모 피스를 머리에 대어 비교했다. 내 머리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컬러감이 중요한 만큼 자연갈색, 고동색, 검은색 등 컬러가 미세하게 차이 나는 피스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이제 두상, 두피 상태, 숱, 모질 등을 체크할 차례. “가르마는 어느 쪽으로 타세요? 머리를 귀에 꽂는 편인가요?” 가르마에 따라 왼쪽, 오른쪽 머리에 붙이는 피스의 양이 달라지며 귀 뒤로 넘겼을 때의 불편함까지 고려한다고 했다. 이후 내 머리를 소량씩 잡고 인모 피스와 함께 고무줄로 돌돌 말아 땋기 시작! 약 1시간 30분 후 거짓말처럼 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가 완성됐다. 이 정도로 머리를 기르려면 최소 3년은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여신이 된 기분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원래 내 머리가 어디까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것에도 놀랐다. 붙임머리 생활을 한 지 2주가 지난 지금, 큰 불편함 없이 긴 머리를 즐기고 있다. 충동적으로 자른 머리를 후회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샴푸 후 바짝 말리지 않으면 붙임머리를 연결한 고무줄이 부풀면서 끊어진다는 말에 드라이 시간이 늘었지만 덕분에 비듬 걱정도 덜었다. 간혹 느껴지는 두피 자극은 두피 진정 세럼으로 해결하고 있다. 두 달 후 머리가 자라면 매듭이 튀어나올 수 있어 제거하거나 리터칭해야 하는데, 아마 난 또다시 이 여신머리를 유지할 것 같다. 그땐 미디 길이로 레이어드 커트도 해볼까나?
– 황혜진(<얼루어> 뷰티 에디터)

 

탈색 없이 발레아주

여름이 다가오자 미처 버리지 못한 발레아주에 대한 미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청담동에 위치한 ‘프리티살롱’의 김보미 원장에게 시술을 요청했다(이왕이면 블핑이와 트둥이들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원장님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었다). 멋대로 뻗치고 마는 애매한 모발 길이 때문에 붙임머리가 인위적이게 보일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머리 끝부분은 연장 전에 가볍게 정리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부한 느낌이 들 수 있거든요.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위해서는 여러 색의 헤어 피스를 이용할 거고요.” 김보미 원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헤어 피스는 본래의 모발 컬러에 맞추어 사용할 베이스 컬러와 하이라이트를 넣기 위해 사용하는 컬러로 나뉜다. 에디터의 시술에 사용된 컬러는 무려 7가지! 밝은 브라운부터 다크 브라운까지 서너 개의 베이스 컬러를 사용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모발 사이사이에 스며들 수 있도록 했고, 하이라이트 부분은 두 가지 컬러를 믹스한 피스를 이용해 땋았다. “한 가지 컬러만으로 포인트를 주면 자칫 튀어 보일 수 있어요. 컬러를 섞어 은은하게 그러데이션되는 느낌의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죠”. 시술 내내 탄성이 흘러나왔다. 완성되어가는 헤어스타일을 보며 어찌나 만족스럽던지! 이미 원하는 색상의 인모를 골라둔 터라 염색처럼 컬러 연출에 실패할까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은 이후에 등장했다. 단 한 번도 머리를 허리춤까지 길러본 적이 없는 사람이 긴 머리를 관리하는 건 꽤나 고역이었다. 벽에 기댈 때마다 머리카락이 끼이거나 잘 때 두피를 자극하기도 했다. 또 두 배나 길어진 머리카락과 숱은 샴푸 & 드라이 시간을 무려 1시간 이상으로 늘리기도. 떼어버릴까 싶다가도 거울 속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과정의 고난과 어려움은 언제 있었냐는 듯 싹 사라진다. 그동안 이 스타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하는 걸로!.
– 김민지(<얼루어> 뷰티 에디터)

 

풍성할수록 어려질 테니

탈모가 심하면 두피에 잔디를 심듯 모발 이식도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모발 이식은 피부과에서 보톡스를 맞듯 가벼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시술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헤어 증모술’은 무척 구미가 당기는 시술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금세 풀어버리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시술 가격도 15~20만원 선으로 부담스럽지 않았다(탈모 관련 시술 가격은 이와 비할 바가 아니다). 꽤 많은 숍 중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연출을 우선시한다는 압구정동의 ‘오쁘’에서 시술을 받아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일단 한집에 같이 사는 남편도 에디터가 증모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감쪽같다. 잠잘 때 붙인 부분이 눌려서 좀 불편할 수 있다는 서현 원장의 말과는 달리 이물감도 없다. 물론 머리를 감을 때나 빗을 때 이음새 부분이 손끝에 걸리는 점은 있다. 이 때문인지 두피에 뾰루지가 올라오기도 했는데, 샴푸 브러시를 이용해 두피까지 꼼꼼하게 감자 그 현상이 많이 해소되었다. 드라이 시간 역시 충분하게 갖고 두피까지 바싹 말리는 일을 잊지 않았다. 머리를 빗을 때는 머리 윗부분을 잡고 끝쪽부터 살살 피스 전용 브러시로 빗어야 좋다. 붙인 헤어 피스에는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트리트먼트 케어 등으로 잘 관리해야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본연의 모발도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머리숱이 많아진 것이 확연히 느껴져 만족감이 아주 높다. 머리를 묶을 때, 올림머리를 할 때도 볼륨감이 있으니 더 예쁘다. 한발 더 나아가 평소 잘 연출할 수 없었던 헤어스타일에도 욕심이 생겼다. 20대 이후 너무 ‘빈약해’ 보일까 시도를 못했던 단발 스타일을 결심하게 된 것. “실제로 단발머리인 고객들이 증모술을 많이 받으러 와요. 단발이야말로 머리숱이 많아야 예쁜 디자인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현 원장의 말에 따르면 헤어 피스를 붙이고 나서도 헤어 커트는 물론, 펌까지 무리 없이 가능하다고. 에디터 역시 단발로 자르고 나면 더욱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붙이기 위해 숍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질 것 같다.
– 서혜원(<얼루어> 뷰티&콘텐츠 디렉터)

 

우리 집은 털이 귀해요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도 내 여동생도 겨드랑이에 털이 안 난다는 거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면, 바로 집안 대대로 털이 귀한 집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빠도 남동생도 다리가 맨들하고 턱 주변이 늘 깨끗했다. 물론 아빠랑 남동생은 겨드랑이 털은 있다. 겨드랑이 털이 안 나는데 머리털이라고 수북할까? 남들이 반묶음하는 머리핀으로 나는 머리 전체를 묶고도 흘러내릴 정도로 숱이 없는데, 헤어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숱이 없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이 정말 가늘어서 그래요.” 그렇다. 가늘고 팔랑팔랑한 머리카락을 가진 탓에, 가끔은 부러움과 칭찬도 받는다. 파리지엔 느낌처럼 나폴나폴한 분위기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나는 항상 불만이었다. 머리숱이 없으면 사람이 힘이 없어 보인다. 거기다 나이가 들수록 탈모가 생길 텐데, 머리숱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런 걱정도 없을 게 아닌가. 가끔 여권용 증명 사진을 찍을 때면 어깨 위가 허전해서, 꼼꼼한 사진가들은 머리숱을 늘려준다. 머리숱을 자연스럽게 보강할 수 있다니, 솔깃했던 이유다. 주야장천 연예인 화보 촬영을 하는 나는 사실 많은 연예인이 ‘헤어피스’로 숱을 보강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1회용이다. 몇 달씩 생활도 할 수 있다니 호기심이 들 수밖에. 그렇게 해서 나는 붙임머리의 명가라는 ‘크레이지 드레드’ 명동점의 미용 의자에 앉아 있게 됐다. “맞아요. 고객님은 머리숱이 없으신 게 아니라 머리카락이 가는 거예요.” 때문에 나의 숱 보강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원래 자연모발이 갈색에 가깝고, 느슨한 웨이브펌 상태인데, 숱 보강용 인모 역시 살짝 웨이브 상태다. “모발에 맞춰서 가장 가는 걸로 시술할 거예요.” 몇 시간쯤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 40분 만에 시술이 끝났다. 모발 근처에 인모를 덧대 고무줄로 묶는 방식. 머릿속을 만져보는 나만 알지, 겉으로는 정말 감쪽 같다. 내가 주위에 재미있는 시술을 받았다고 보여주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다시 말해, 나만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모르는 변화다. 하나하나 이은 덕분에 머리를 쏟아 거꾸로 샴푸도 할 수 있고, 어느 쪽으로 돌아누워도 이물감이 없다. 평생 풍성한 숱으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
– 허윤선(<얼루어> 피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