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빛깔의 삶

사람들의 인생을 제각기 들여다본다면 수많은 색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에서 소피아는 검은 옷을 선택한다. 마치 그 옷이 방패라도 되듯이, 절망의 다름이라도 되듯이. 소설은 언뜻 소피아의 이야기를 따르는 듯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이것이 소피아, 그리고 소피아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소피아가 태어난 순간을 지켜본 간호사, 해적놀이를 즐기던 어린 시절의 친구, 정치 상황을 피해 다른 나라로 향한 고모… 1970년대를 관통하는 책 속에서 각자는 각 장마다 주인공이 된다. 우리가 우리 생의 주인공이듯이. 모든 인물에게 정교하고 꼼꼼하게 인생의 장면 장면을 부여한 작가는 <여덟 개의 산>의 파올로 코녜티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문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게 된다. 출간 이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인생을 다시 살고 싶은 상상을 꿈처럼 펼쳐놓는다. 죽기로 결심한 노라가 당도한 곳은 죽기 전에 열리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장 가득한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노라가 살 수도 있었던 인생이었다. 노라에겐 다시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나? 여러 번의 생을 살 것 같은 도서관에서 어떤 생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해야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평범한 질문을 빛나는 이야기로 바꾼 건 역시 작가의 글솜씨다. 덕분에 즐거움도, 치유의 힘도 있는 소설이,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티셔츠 자랑

표지를 가득 채운 티셔츠가 알리듯, 무라카미 하루키의 제2의 피부가 아닐까 싶은 티셔츠에 대한 에세이다. 수집한 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모여’ 한 무더기가 된 티셔츠는 우리 집에도 있지만, 느긋하면서 정감 어린 에세이는 하루키의 그것이다. 마치 티셔츠의 계절을 마중하는 듯한 책.

 

멋있어

지난해 카카오페이지로 연재된 황선우 작가의 <멋있으면 다 언니>는 흥미로운 인터뷰였다. 별칭이 ‘스압 인터뷰’였듯이 지면의 제한이 없는 인터뷰는 마치 ‘시간 제한이 없는 승부의 묘미’와도 같았다. 지면에 맞춰 억지로 늘이거나 내내 아까워하며 줄이지 않아도 되는 인터뷰는,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맨발로 추는 춤처럼 자유로웠다. 그렇게 만난 김유라, 김보라, 손열음, 전주연, 재재, 이수정 등 9명의 여성 이야기가 다시 책으로 묶였다. 오늘을 뜨겁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