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 드라마는 연애만 하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극 속에서 주인공은 추리를 하고, 복수를 하고, 좀비를 쫓고, 퇴마까지 하느라 시종일관 바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인공만큼이나 드라마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생겼으니, 바로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불리는 사이코패스다. 6월 4일 시즌3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SBS <펜트하우스>의 이전 시리즈에서는 악행을 저지르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주단태’는 자신의 계획이 뒤틀릴 때마다 폭행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으로 등장했다. 최근 종영한 tvN <빈센조>와 <마우스>에서도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서사를 전개시키는 열쇠와도 같았다. <빈센조>에서 바벨의 실질적인 오너인 ‘장준우’는 자신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없애버렸고, <마우스>는 아예 사이코패스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일반적인 악역보다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며 조성되는 극의 긴장감은 차원이 다르며 이는 흡입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장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장르극의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 반전을 위해 개연성을 고민하는 대신 단순하게 사이코패스로 설정하고 그친다는 점에서 장르극 전반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사이코패스를 전적으로 신격화하거나 매력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유의미한 변화다. “사람 생명 빼앗는 놈들한테 이해, 동기, 서사 같은 거 붙여주면 안 돼.” 작품성으로 두루 호평을 받았던 JTBC <괴물>의 대사로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등장했음에도 그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전체 인류의 2% 정도에 그친다는 사이코패스가 드라마 속에서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아이러니. 우리는 이제 더 다양한 장르극을 넘어, 더 다양한 악인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