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은 이야기 속에서 산다. <빈센조>의 여운은 여전히 은은한 빛을 드리우지만, 다시 헤어질 준비를 한다. 다음 이야기가 곧 시작될 것이기에.

 

아이보리 니트는 폴로 랄프 로렌 (Polo Ralph Lauren). 이너로 연출한 그레이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여빈을 만난다고 하니, 인터뷰가 재미있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인터뷰를 좋아하고 즐긴다고 이미 소문이 난 걸까요?
하하. 제가 ‘투머치 토커’라서 그럴지도요. 저는 인터뷰를 두세 시간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인터뷰를 즐긴다고 봐도 되겠어요.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어요. 제 생각은 계속 변할 수 있는데 글자로 남는다는 게 말이죠. 긍정적인 소문이라면 다행이네요. 사실 부정적인 거라도 상관은 없어요.(웃음)

마음에 남는 인터뷰가 있어요? 아니면 정정하고 싶거나. 
후회되는 몇 개는 있지만 그게 뭔지는 말 안 할래요.(웃음)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는 사람이죠? 조금 전부터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인터뷰를 대화하듯 하는 사람이 있어요. 많지는 않지만요. 
그런 것 같아요. 기자님들 만나면 해드리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아요. 이건 이래서 그랬고, 저건 그랬고… 여러 사람의 입장이 있으니까 조심스러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그나저나 머리가 훌쩍 짧아졌어요. 촬영하는 내내 새로웠어요. 지난주까지 드라마에서는 긴 머리였으니까요. 
원래 짧은 머리 하는 걸 좋아하긴 해요. <죄 많은 소녀> 이후로는 계속 기르다가 이번에 잘랐어요. <빈센조>를 촬영하면서도 틈틈이 다듬긴 했었어요. 길이가 일정해야 하니까요. 화보 촬영을 좋아하는데, 가끔은 제 모습이 정형화된 이미지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거든요. 오늘은 낯설고 새로워서 좋았어요.

볼캡은 베루툼(Verutum). 로고 티셔츠는 셀린느(Celine). 벨트와 팬츠, 허리에 레이어드한 니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라크 체인 네크리스는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그렇죠. 이미지도, 인터뷰도 생각보다 오래 남아요. 
박제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답답할 때가 있어요, 가끔은요.

8개월간 매달린 <빈센조>가 끝이 났어요. 1년의 4분의 3을 한 작품에 매달린 거죠. <빈센조>는 할 말이 막 생기는 그런 작품인가요?
길어도 6개월 정도 생각했는데 촬영이 길어졌네요. 아직 할 말이 없는 작품은 없었어요. 가끔은 얘기하는 게 아까워요. 제가 얘기하면 시청자분들은 그 때문에 해석할 여지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빈센조>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지만 아끼고 싶어요. 너무 행복했고 촬영 끝난 지 2주 정도 됐는데 아직도 너무 보고 싶어요.

아까 마침 윗층 스튜디오에서 화보 촬영 중이던 곽동연 배우가 잠깐 들러 인사하고 갔잖아요? 서로 너무 반가워해서 잠시 <빈센조> 촬영장을 경험해본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동연이는 저랑 많이 만나지도 않았어요.(웃음) 그만큼 <빈센조> 팀이 서로간의 애정이 깊어져서 그래요.

어떤 현장이었어요? 여러 현장을 경험한 당신에게도 남달랐나요? 
<빈센조> 현장은 정말 많은 걸 배운 현장이었어요. (송)중기 오빠한테도 많이 배웠고 김희원 감독님도 멋있는 분이라 배운 게 많고요. 한 세계를 창조해내는 시선과 그걸 만드신 박재범 작가님께도 너무 많이 감탄했어요. 너무 굉장해요. 모든 사람이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순간을 내놓고 달리는 게 느껴지고, 저도 그 속에서 함께 달릴 수 있는 게 기쁘더라고요. 모두가 서로를 믿고 정말 신나게 달렸던 것 같아요.

<빈센조>의 시놉시스는 처음에는 무리수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한국에 마피아라니! 당신은 어땠나요? 금세 그 이야기에 몰입했나요? 
저는 그냥 악인 잡는 악인이라고 생각했어요.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큰 악인을 무찌르기 위해 큰 악인이 필요했고 그걸 위해서 또 다른 세계의 장치를 가져온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미 대본을 읽으면서 이 세계관에 동의를 한 상태였어요. ‘마피아’라는 명사는 그냥 또 다른 빌런이 왔고 국적만 다를 뿐이라고요.

데님 재킷은 우영미(Wooyoungmi). 화이트 톱은 더오픈 프로덕트(TheOpen Product). 실버 이어링과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티히어로를 내세워 끝까지 가져간 뚝심 있는 작품이기도 했죠. 
더 이상 선만으로는 악인들의 마음을 회유시키거나 그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수 없으니 끝장을 내겠다는 작가님의 불 같은 마음이 느껴지는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환멸의 끝에서 나온 답 같아요.

<빈센조>는 희극과 정극이 반복되곤 해요. 배우로서도 감정의 전환을 빠르게 해야 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은 어땠어요? 
인생도 살다 보면 갑자기 슬픈 일이 다가온다고 해서 거기에 계속 젖어 있는 것도 아니듯이, 슬픈 일이 있어도 걸어가다 하늘이 너무 예쁘면 찰나의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또 어떤 날은 기분 좋게 나왔는데 맑고 화창한 날씨에 공연히 마음이 슬퍼질 수도 있는 거고요. 마음이 오가는 게 너무 찰나의 순간이라 작품 속에서 감정을 오가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냥 대본을 따라 간 건가요? 홍차영 내면이 바뀌면서 캐릭터도 조금씩 변해요.
그렇죠. 표현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일단 차영이는 똘기와 독기를 뿌리 삼고 있는 친구예요. 초반엔 이 친구의 전투력이 통통 튀는 탱탱볼 같았다면, 아버지 홍유천 변호사의 죽음 이후 빈센조와 공조하면서 약자들의 입장과 가진 자들의 횡포를 실감하게 돼요. 그러면서 전혀 다른 전투력이 생기죠. 인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액션이 변해가는, 그냥 흐름을 탔어요. 인지에 따라 다른 결로 표현이 된 거죠.

시청자로서 박장대소하며 웃기도 했죠. 보는 사람도 이렇게 웃긴데, 연기를 하며 참을 수 없이 웃긴 순간은 언제였어요?
맞아요. 언제 그렇게 웃으셨어요?

빈센조가 감전을 당한 걸 보고 회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장면, 홍차영이 접신을 연기하는 장면 등이죠. 슬랩스틱의 웃음 또한 주는 작품이었어요. 
하하. 촬영할 때도 자주 웃겨서 곤란했어요. 웃음을 참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차영의 접신 장면은, 사실 저랑 빈센조보다는 주성이(윤병희) 너무 웃겨서 안 웃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블랙 재킷은 잉크(Eenk). 조던 에센셜 저지 톱은 나이키(Nike). 데님 쇼츠는 구찌(Gucci). 트위스트 골드 이어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그런 재미가 다 녹아 있었나요? 배우가 시나리오 전체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배우도 믿음을 가져야 하는 것 같거든요. 
출연을 결정한 시점에는 4부까지 본 상태였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까지 본 시나리오 중에 제일 재미있었어요. 망설임이 아예 없었어요. 이미 미팅을 나눈 김희원 감독님에게도 반한 상태였고요.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빈센조>를 어떻게 보셨어요?

훌륭한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죠. 연출, 극본, 연기 3요소가 모두 좋았고요. 인물이 다 살아 있는 게 좋았어요. 금가 프라자 사람들처럼 여러 사람과 연대해서 악을 물리치는 것도 좋았고요. 결국은 공동체, 같이 사는 이야기니까요. 
맞아요. 저도 <빈센조>가 특이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시청률을 많이 못 가져갈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어둡고 한 장르 안에서 널뛰기가 많고요. 재미있는 요소가 분명히 많지만, 어두워서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로 받아들이실 수도 있어요.

결과적으로는 유쾌함과 어두움이 적절히 버무려졌어요. 
차영은 우상에서는 엘리트였는데 거길 나온 다음에 이 친구는 힘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빈센조 안의 부패 사회는 더 이상 법으로 악당을 처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차영은 차악을 따른 거라고 말해요. 선을 권하는 이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대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피아라는 존재, 빈센조가 필요했고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요. 그야말로 빈센조가 차영이와 금가 사람들의 콘실리에리가 돼준 거죠.

홍차영에 대한 생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나요? 아니면 바뀌었나요? 
저는 똑같았어요. 일단 차영이가 되고 싶은 마음에 감독님과 이야기도 먼저 나누고 이 사람은 어떻게 성장해나갈 것인지, 어떤 이유가 있는 사람인지 이미 얘기를 다 나누고 들어갔거든요. 4부까지 읽고 들어갔지만 20부까지 차영이는 제가 감독님께 들었던 예상 안의 차영이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은 다 방향이 있었던 거죠.

마지막회에서 빈센조와 차영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둘 다 각자의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아요. 그 둘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했지만 빈센조는 몰타로 갔고, 저는 한국에서 지푸라기를 운영하고 있어요. 차영이가 마냥 정의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겠죠. 그걸 두고 과연 빈센조에게 갈 수 있을까? 그건 여전히 제게도 물음표이긴 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를 혼자 둘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완전 열린 결말인 것 같아요.(웃음)

블루 볼캡은 이미스(Emis). 볼레로 형태의 스웨트셔츠는 유즈(Yuse). 크롭트 톱은 레하(Leha). 블랙 팬츠와 진주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펌프스는 지니킴(Jinnykim).

그런 여러 뉘앙스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지도 고민했어요? 
방송 전에 중기 오빠랑 편집실을 찾아갔을 때 감독님과도 얘기한 건데요.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에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차영은 지푸라기 자리를 지키고 싶으면서도 외로울 빈센조를 만나러 갈 것 같긴 해요. 완전히 가진 않아도 잠깐 보러 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송중기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당신에 대한 칭찬 일색이에요. 
중기 오빠는 모두를 너무 잘 챙기는 사람이에요. 정말 최고의 파트너예요. 너무 많은 걸 가르쳐주었어요. 그냥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많을 걸 느끼게 돼요. 많은 책임을 감당하고 있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자기가 맡은 것 이상을 하는 사람이라 행동 자체가 귀감이 돼요. 그런 좋은 선배가 곁에 있다는 게 행복했어요. 촬영장 분위기를 만든 것도 유쾌한 감독님 몫도 컸지만, 오빠의 몫도 컸어요. 지금도 쉴 새 없이 저희 단톡방이 울리거든요.

하하. 어떤 단톡방인가요? 
배우 스물세 명이 있는 방이에요. 오빠랑 감독님이 모두가 가족이 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줬거든요. 누구 하나 차별하거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다 같이 자기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요. 또 모든 스태프를 챙기기도 했고요. 너무 좋은 말만 늘어놔서 와 닿지 않으실 수 있겠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에요.(웃음)

어려울 수도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홍차영도 전여빈을 만났으니 운이 좋았어요. 
모두가 그럴 수 있게끔 도와주셨어요. 작품 안에서 주연, 조연 상관없이 모든 배우는 호흡을 느껴요. 앙상블을 느끼고요. 그 작품이라는 삶 속에서 그리고 서로가 맡은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사는 거거든요. 단 한순간도 허투루 하지 않아요. 모든 계획과 대사 안에서 자기의 역량대로 사는 거니까, 저는 그냥 홍차영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요. 제가 현장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거든요. 말도 안 되게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하지? 그래, 그럼 나는 쓰러지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홍차영으로 살아야겠다. 작품 하는 동안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보내주자’ 생각했어요.

그만큼 당신도 사랑을 많이 주었을 것 같아요. 말했듯이 연기도 작품도 호흡이니까요. 그래서, 미련으로 남은 건 없나요? 
그래도 미련이 남아요.(웃음) 아무리 그래도 미련이 남더라고요.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인물을 연기할 때가 많아죠. 거기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나요? 
최근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부분이 배우로 부담스럽기도 해요. 제가 어느 때에는 주체적이지 않아 보이는 역할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자기 인생을 주도하든 하지 않든 그 사연이 다 궁금해요. 그 이유가 궁금하고요. 그래서 어떤 캐릭터든 배우로서는 마음이 열려 있어요.

베스트와 팬츠는 렉토(Recto). 화이트 티셔츠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네크리스와 블랙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답 같은 말이에요. 세상엔 다양한 삶이 있죠. 그걸 바라보는 전여빈의 시선이 있고요. 
저는 사람은 순간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다른 것 같거든요. 어떤 순간에는 자기가 주도적으로 되기도 하고, 어떤 순간엔 또 수동적으로 되기도 하고 물결이 왔다 갔다 하는 거죠. 또 능동적으로 보인다든가 수동적으로 보인다든가는, 어찌 보면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요.

또 어떤 캐릭터를 찾고 있어요? 
그냥 궁금해지는 캐릭터. 그런 캐릭터를 만나면 하고 싶은 것 같아요. 굉장히 단순해요. 글을 읽었을 때 그 사람이 궁금하고 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어지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인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촬영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는 어떤 면이 당신의 흥미를 끌어당겼어요? 
진한새 작가님의 전작인 <인간수업>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노덕 감독님의 <연애의 온도>의 팬이기도 했고요. 그 두 분이 만나신다고 하니 참 흥미로운 조합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글인데, 글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 역할은 홍지효라는 친구인데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어요. 둘이 결혼을 앞두고 동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헤어지고 남자친구가 사라지게 돼요. 그런데 지효는 어렸을 때 UFO에 호기심이 있던 친구라 정황상 남자친구가 UFO에 납치됐다고 믿고 UFO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서 행적을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예요. 그 과정이 다소 현실적이지 않으면서 그 모험이 기대되더라고요.

지난주에 강릉에 갔어요. 고향이 강릉이죠? 많은 사람이 강릉을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험은 어땠어요? 
오, 강릉에서 뭐 하셨어요?

커피를 마시고, 조상님인 허난설헌 생가를 방문했어요, 조상님이 발명했다는 초당 두부도 먹고요. 
진짜요? 그곳은 제가 어린시절 사생대회를 하면 항상 가던 곳이에요. 추억이 많은 곳. 저는 거기서 나고 자랐으니까 다른 점을 딱히 느끼진 못했어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바다는 늘 가까이 있었으니까 그게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못했고요. 서울에서 와서 느낀 건, 기분을 내고 싶어서 커피를 마실 때면 바닷가 근처에서 마셨는데 서울은 그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서울 사람들이 한강에 가나 봐요. 바다가 없어서. 
한강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서울에서도 평화로움을 느끼지만 처음 올라왔을 땐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이젠 빌딩 숲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익숙해졌나 봐요.

<낙원의 밤>은 제주에서 찍었죠? 같은 바닷가 도시라도 강릉과 다를 것 같아요.
제주는 다른 세계 같았어요. 제주도가 주는 단절감이 <낙원의 밤>의 재연으로 젖어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주도를 떠올리면 풍광도 풍광이지만 제주의 소리가 기억이 나요. 비 내리던 소리, 나무 흔들리는 소리, 바람 소리 그런 소리가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그래픽 티셔츠는 렉토. 조거 팬츠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허리에 레이어드한 스웨트셔츠는 이자벨 마랑 에뚜왈(Isabel Marant Etoile). 트위스트 골드 이어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 진주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간이 지나면 <빈센조>는 어떤 소리로 기억될 것 같아요? 
금가 사람들의 소리.(웃음) 저희가 진짜 수다스러운 식구들이어서 웃고 떠들던 소리가 기억나요. 아 그리고 감독님의 웃음소리가 기억나요. 감독님이 정말 기분 좋게 웃어주시거든요. 저희에게 용기를 주시려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존중의 웃음을 많이 주셨어요.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갑자기 마음이 짠하다….

<빈센조> 이야기를 하면 어김없이 행복한 표정이 되네요. 그렇게 행복한 작품을 갖는 건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어떤 의미인가요? 
기적이죠. 그런 환경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모든 우연과 때가 맞아서 우리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다 같이 공명해서 생겨난 순간이잖아요. 그야말로 기적이고 선물인 것 같아요.

이제 일주일이 지나면 새로운 작품이 시작됩니다. 남은 일주일은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남은 일주일은 홍차영을 보내고 홍지효를 만날 준비를 하려고 해요. 또 잘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