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의 애슬레저
코로나19 시국, 새로운 컬렉션으로 2막을 알리는 애슬레저 브랜드의 달라진 행보에 대하여.
동생에게 새 취미가 생겼다. 바로 골프다. 운동을 좋아하는 탓에 이것저것 해보는 ‘취미 부자’인 건 알았지만, 골프까지 시작할 줄이야. 수영과 스키를 즐기던 동생은 팬데믹 이후 제약이 많은 운동 대신 4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찾게 되었다고. 더구나 올해는 여행도 맘 편히 갈 수 없을 테니 그동안 쌓아놨던 스트레스와 위축되었던 소비 심리를 골프 장비로 풀겠다는 푸념과 쇼핑 의지를 함께 쏟아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주변에서도 골프 얘기가 심심찮게 오갔다. #골린이(골프+어린이)를 자처하며 SNS에 필드 사진을 올리는 지인이 많아졌고, 골프복에 대한 정보를 물어오는 친구도 늘어났다. 2030세대 즉 MZ세대의 골프 문화가 시작된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찍이 코로나19가 창궐하자 MZ세대가 대거 산으로 모여 수많은 등린이(등산+어린이)와 산린이(산+어린이)들이 생겨났고, 골프와 등산을 넘어 사이클까지 야외로 향하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갔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애슬레저 트렌드의 방향까지 바꿔버렸다.
GOLF
필드에 나타난 MZ세대들
MZ세대들의 골프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패션 브랜드들이 하나 둘 골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MZ세대의 골프 인구는 약 85만 명이 새롭게 유입되었으며, 그로 인해 백화점 골프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적게는 85%에서 많게는 155%까지 상승했다는 뉴스가 연이어 들려온다. 실용적이고 패셔너블한 골프 룩을 찾는 요즘 골퍼들에게 딱 필요한 시점.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애슬레저 분야를 현명하게 헤쳐가는 방법으로 골프 룩을 선택한 것이다. 먼저 스타일의 경계를 허문 ‘요즘 골프 룩’을 위해 나선 브랜드는 아메리칸 클래식 캐주얼 브랜드 타미 힐피거다. 이들은 2021 봄/여름 시즌을 시작으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캐주얼한 골프라인을 론칭했다. 타미 힐피거 특유의 경쾌한 프레피 감성의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골프 웨어다. 소녀감성 가득한 룩으로 사랑받고 있는 SJYP도 골프라인을 소개해 주목받고 있다. 귀여운 시그니처 공룡 캐릭터를 이용한 젊은 감성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반면 프리미엄 패딩으로 유명한 듀베티카는 2021 봄/여름 시즌부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신을 꾀했는데, 듀베티카의 바람막이 재킷이나 경량 패딩 등이 골프 웨어와 테니스 룩 등으로 자주 활용되면서 자연스럽게 핫한 골프 라운딩 룩으로 관심받고 있는 케이스다. 패션 브랜드가 골프 웨어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예. 그런가 하면 MZ세대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무신사는 골프 웨어 카테고리를 신설해 보다 쉽고 빠르게 골프 룩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들은 20~30대는 물론 40대 이상까지 겨냥한 다채로운 신규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이 같은 변화를 비롯한 골프 시장의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패션 컨설팅 스튜디오 바이 에딧과 헙업한 대중소의 골프 가방.
데일리 룩으로도 좋은 SJYP의 골프라인 캡슐컬렉션.
데일리 룩으로도 좋은 SJYP의 골프라인 캡슐컬렉션.
CYCLE
스타일과 전문성을 다 잡은 사이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자전거 매출이 83% 늘었다는 한 자전거 업체의 소식을 들었다. 건강을 위한 운동기구이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도 하기에 그 수가 급등한 데 이견은 없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자전거를 타기에 전문적인 의류와 액세서리가 필요한 수요층은 점점 늘어날 터. 여기에 자전거 전문 브랜드는 물론 패션 디자이너, 기존의 스포츠 애슬레저 브랜드까지 사이클 분야를 확대했다. 먼저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젯은 자전거 전문 의류 브랜드 NSR과 협업해 자전거 의류 컬렉션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자전거 의류 전문 브랜드와 패션 디자이너가 협업한 최초의 컬렉션이라 관심이 크다. 디자이너 고태용의 아이덴티티가 엿보이는 이번 컬렉션은 의류, 모자, 양말, 장갑 등 사이클에 필요한 모든 제품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 스포티한 룩이 아닌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춘 자전거 전문 의류를 패셔너블하게 입을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또한 스포츠 아이웨어로 잘 알려진 오클리는 본격적인 라이딩 시즌을 맞아 2021 시즌 바이크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이번 컬렉션을 통해 아이웨어를 넘어 의류와 헬멧까지 컬렉션을 확장했다. 초보자부터 프로 선수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사이클링과 바이크를 즐길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한 점이 특징. 예측할 수 없는 지형에서도 최적의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기능에 충실한 소재를 적용했다. 그런가 하면 캐주얼 웨어, 퍼포먼스 웨어, 언더웨어, 골프 웨어 등 다양한 라인으로 사랑받는 휠라의 사이클화 론칭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올해로 110주년을 맞아 퍼포먼스 강화를 다짐했던 휠라가 본격적인 사이클 시장에 뛰어든 것. 사이클화 ‘시냅스 시리즈’를 공식 론칭하며 국내 사이클 문화를 향유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비욘드 클로젯과 협업한 사이클 전문 브랜드 NSR.
MOUNTAIN CLIMBING
달라진 아웃도어의 얼굴들
사실 코로나19 초기부터 레저 문화에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건 ‘산’이다. MZ세대들은 장소와 인원 제약 때문에 미루던 실내운동 대신 중년층이 주를 이루던 산으로 이동했다. 그래서일까 급격히 늘어난 수요 덕분에 천편일률적이던 아웃도어 룩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기능성을 강조하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세련되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그래서 입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이들은 아웃도어 룩과 데일리 룩을 아우르며 MZ세대가 원하는 아웃도어 스타일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의 등산행에 발맞추기 위해 신선한 얼굴을 내세운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뮤지션 카이와 아이유를 선두로 삼은 블랙 야크, 떠오르는 배우 고민시를 모델로 한 네파, MZ세대의 워너비 얼굴로 손꼽히는 배우 한소희가 선두에 선 아이더, 류준열과 공효진에 이어 래퍼 넉살을 모델로 내세운 코오롱스포츠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젊고 신선한 브랜드 모델을 내세워 산린이(산+어린이)들을 꾸준히 등반시키고 있다. 덕분에 ‘아이유 운동화’, ‘수지 등산화’ 등은 연일 품절 소식을 알리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수지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K2의 등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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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BLACK YAK, DAEJOONGSO, DUVETICA, EIDER, FILA, K2, TOMMY HILFIGER, NSR, OAKLEY, SJ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