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여름을 상징하는 패턴이 돌아왔다. 자유에 대한 여전한 갈망에 희망을 더해 미래로 가는 타이다이.

 

타이다이 패턴은 홀치기 염색이라고도 부른다. 원단의 일부를 실로 감아 침염법으로 염색한 뒤 실을 풀어 염색되지 않은 부분이 무늬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것이다. 실을 여러 군데 묶은 뒤 다양한 색상을 물들이면 자연 어디에선가 봤을 법한 신비하고 오묘한 무늬가 완성된다.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1960년대 히피 문화와 맥을 같이하는 이 패턴은 그 옛날부터 여름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1960년대 성행했던 록 페스티벌의 무대 안팎을 장악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피티를 하는 무리들, 캠핑을 떠난 사람들, 또 스케이트보드나 요트 위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과거에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때 선택했던 타이다이는 오늘날 역시 자유를 간절히 바라는 많은 패션 러버들의 간택을 받는다. 그리고 2021 봄/여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변주한 모습의 타이다이 패턴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런웨이 대신 자연을 택한 디자이너가 많은 덕에 타이다이 패턴이 더욱 빛나는 때다.

먼저, 스트리트 문화가 물씬 느껴지는 컬렉션을 만나보자. 콜리나 스트라다, 스타우드, 엘더 스테이츠먼 등 뉴욕과 LA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콜리나 스트라다의 힐러리 타이무어는 지속가능한 소재와 기법에 대한 고민을 천연 염색 기법의 타이다이를 통해 풀었다. 스웨트 셔츠와 조거 팬츠를 캔버스 삼아 타이다이 패턴에 그래피티 아트를 더해 전에 볼 수 없었던 아주 새로운 프린트를 완성했다. 빈티지한 캘리포니아 무드의 스타우드는 스카프를 둘러 입은 듯한 홀터넥 타이다이 톱을 소개했다. 당장 해변으로 뛰어들어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휴양 룩의 정석이다. 역시 LA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감성을 의상에 담는 엘더 스테이츠먼은 본래 다양한 프린트가 장기다. 깅엄 체크, 스트라이프, 플라워 패턴에 이어 등장한 타이다이 패턴은 카디건, 톱, 쇼츠, 스카프에 이어 양말에 이르기까지. 타이다이 기법의 특징답게, 어느 하나 똑같은 제품 없이 다채로운 색과 무늬를 보여준다. 여기서 보다 자유롭고 화려하게 업그레이드한 타이다이 룩을 소개한다면, 톰 포드와 오스만 유세프자다, 가브리엘라 허스트, 드리스 반 노튼 등이 있겠다. 온몸을 크게 두르고도 남을 만한 오버사이즈의 숄 드레스를 소개한 톰 포드에게선 그 누구보다 큰 자유에 대한 갈망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팬데믹 시대를 살며 모두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톰 포드. 색색의 여유로운 타이다이 숄을 걸치면 당장 크게 한 번 웃을 수 있는 마법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오스만 유세프자다는 금속의 헤드기어, 볼륨 있는 목걸이와 귀고리 등 원시 부족의 패션과 타이다이를 연결지었고,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지속가능성에 장인정신의 키워드를 더해 타이다이를 표현했으며, 드리스 반 노튼은 극강의 화려한 패턴과 소재의 결합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을 그려냈다. 그 밖에 타이다이를 한층 세련되게 해석한 스포트 막스와 토즈, 산드로의 룩도 눈여겨보자. 올여름 비록 발이 자유롭지는 못할지언정 패션만큼은 마음 가는 대로 즐겨보길. 자유와 여름, 희망의 상징인 타이다이 패턴과 함께.

거즈 소재의 타이다이 패턴으로 완성한 드레스는 5백만원대, 가브리엘라 허스트 바이 매치스패션 (Gabriela Hearst by Matchesfashion)

 

타이다이 패턴의 스트레이트 팬츠는 30만원대, 나누쉬카 바이 육스(Nanushka by Yoox).

 

레터링과 패턴이 어우러진 티셔츠는 29만9천원, 이자벨 마랑 에뚜왈(Isabel Marant Eto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