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사용되는 hCG 호르몬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체내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다이어트 요법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hCG 호르몬이 뭐길래

여름이 다가올수록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복부, 엉덩이, 팔뚝 등 살 빼기 어려운 특정 부위를 날씬하게 만들 수 있다는 hCG 호르몬 다이어트. 과연 이 호르몬은 무엇이고, 어떠한 원리로 살을 빼는 걸까? 호르몬 주입은 안전한 걸까?
hCG 호르몬은 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의 약자로 임신 중 여성의 몸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임신 초기, 이 호르몬 수치로 임신 여부를 판단하며, 입덧이 심한 임산부가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엔 몸에 저장되어 있던 영양분을 분해해 태아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즉 호르몬 주입을 통해 뱃살, 엉덩이, 허벅지 등의 체지방을 태우도록 돕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1954년 영국의 내분비 의학자 앨버트 테오도르 윌리엄 시미언은 뇌하수체 병변으로 인한 비만 환자에 대해 연구하던 중 hCG 호르몬이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 하루 500kcal의 저열량 식단을 함께 시행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hCG 호르몬 다이어트의 모태가 된 것. hCG 호르몬 다이어트는 12시간마다 하루 두 번씩 인위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고 500kcal라는 초절식 식단을 유지한다.

하루 500kcal

hCG 호르몬 다이어트는 하루 섭취 칼로리를 500kcal로 제한해 체내 축적해놓은 지방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근육량은 잃지 않으면서 체지방만 태울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도 많다. 이들은 hCG 호르몬으로 인한 체중 감량, 체지방 분포 변화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초저칼로리 식단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편의점에서 식품의 뒷면을 살펴보면서 500kcal의 식단을 꾸려보라. 손에 쥘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루 500kcal 식단이란 사실상 단식이라 볼 수 있다. 1~2주 정도의 단기간에 체중 절감이 가능하지만 단식에 가까운 식단은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을 낮출 수 있어 개인에 따라 피부 질병, 탈모, 면역력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제한된 칼로리의 섭취가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부작용은 바로 근육량의 손실이다. 미국의 공인영양학자이자 <Plant Powered for Life>의 저자인 샤론 팔머는 “우리 몸은 체내 비축된 지방을 소모하고 나면 곧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라며 절식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hCG 호르몬 다이어트를 옹호하는 이들은 반대로 이 호르몬의 주입이 특별히 골격근량을 유지시키면서 체지방만 쏙 빼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진 과학적 근거는 없다. 흥미로운 점 한 가지는 시미언의 실험에서 칼로리를 제한하면서 고단백 식이만큼은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임상영양학회지(2012)에 따르면 고단백식을 유지한 절식이 체지방량을 줄이는 데 유리하며, 영양학저널(2015)과 영양학진보학술지(2017)의 발표에 따르면 고단백 섭취가 제지방(체중-체지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인위적인 호르몬 주입은 괜찮을까?

모든 의약품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다만 그 효능과 안정성이 확보되고 부작용의 빈도와 경중이 크지 않은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심사를 통해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을 받고 사용자도 어느 정도 안심하고 사용하게 된다. 현재 hCG 호르몬은 불임 치료제 등의 목적으로 FDA에서 허가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체지방량을 조절하기 위한 다이어트 목적으로는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FDA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해당 호르몬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까지 한다.
hCG 호르몬은 체내에 들어와 남성호르몬의 농도를 조절하는 등 호르몬계에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하수체, 정소 기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특히 호르몬 관련 악성종양의 진행을 야기할 수 있다고. 따라서 외부 hCG 호르몬을 주입하는 다이어트의 경우 전문의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전에 혈액 검사를 통해 헤모글로빈 수치와 여성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는 이유다. hCG 호르몬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다면 혹자라면 당장의 체중 감소보다는 프로그램의 내용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전한 방법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다이어트

여느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hCG 호르몬 다이어트에서도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있다. 2L 이상의 물 마시기, 충분한 수면 취하기다. 이는 절식으로 인한 탈수 증상과 피로감을 줄여주고 골격근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단기간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기에 hCG 호르몬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지만, 먼저는 몸을 무리하거나 부담감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몸은 정직하다. 그런 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덜 먹고 더 운동하는 다이어트의 정석을 따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골격근량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고, 기초 대사량을 높여 몸의 기본기를 다진다면 먹어도 살찌지 않는, 소위 말하는 ‘천상계 체질’로 올라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ROS & CONS

YES 호르몬 다이어트, 만족합니다
지인들 중 hCG 호르몬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례를 꽤 보았고, 혈압 관리와 체중 감량 이슈가 있어 결심하게 되었다. 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비타민 등 부족한 영양 성분을 추가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곤란한 상황도 있었다. 호르몬 주사를 시작한 초기 단계엔 식욕 억제가 잘되었지만, 2주 차에 접어들자 식욕이 돌아오면서 식단 유지가 어려웠던 것. 그래도 다이어트 초기 단계에 급격한 체중 감량을 경험한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총 8kg 감량! 식단 습관 교정은 물론, 몸이 가벼워지는 디톡스 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식단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병행 중이다. – (42세, 남) 

NO 호르몬 다이어트, 글쎄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 삭센다, 간헐적 다이어트 등 안 해본 게 거의 없을 정도다. hCG 호르몬 다이어트는 여타 다이어트에 비해 힘든 점은 별로 없었다. 배고픔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스스로 주사를 놓는 것도 할 만했다.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식단, 금주, 수면 시간 정도.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겨우 1kg 수준의 감량이었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별로 없거나 고도 비만의 체형에게 유리한 다이어트 요법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 (42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