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유명했던 가즈오 이시구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유명해졌다. 유명세를 겪고 난 작가의 다음 작품에 관심이 모였던 것이 사실이다. 2021년 3월 3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출간된 <클라라와 태양>이 그 신작이다.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발전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계급이 나뉜 미국이 배경인 이 책의 화자는 로봇인 클라라이다. 미래와 과학기술을 다루는 점에서 복제인간을 다룬 <나를 보내지 마>를 떠올리게 하는데 작가 스스로는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족 사회의 멸망을 보여주는 <남아 있는 나날>과 미래사회를 묘사한 <나를 보내지 마>의 공통점은 아마도 일본계 영국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정체성에서 오는 이방인의 정서가 아닐까. 그로 인해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은 빛날 때조차 한 조각의 쓸쓸함이 남아 있다. 동화를 닮은 이 작품에서도 그렇다. 로봇의 세상에 온기를 부여함은 결국 사랑이고,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라는 것이다.

신작의 여운이 남았다면 가즈오 이시구로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2017년 12월 10일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을 한다. “이야기는 재미있을 수도 있고, 뭔가를 가르치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느낌을 나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야기가 국경과 여러 차이를 넘어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에 호소한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남은 이야기는 쏜살문고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에 담겨 있다.

 

매일처럼, 영원처럼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가 등장했다. 시리즈 이름은 ‘매일과 영원’이다. 매일 같은 글을 쓰고, 그것이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와 강지혜 시인의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문보영 시인은 지금 글쓰기의 근간이 되었을 일기를 떠올리고, 강지혜 시인은 제주라는 섬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또 멋진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식물 가족

출판인 강맑실이 쓴 <막내의 뜰>은 따스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이지만 나는 어쩐지 꽃과 나무에 더 눈이 갔다.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함께한 감나무며, 과꽃이며, 새가 그랬다. 그러므로 일곱 집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었다. 아파트의 시대이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점점 더 식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식물 스튜디오 오이타를 운영하는 최문정의 책 <식물하는 삶>에도 식물을 벗하는 일상과 식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나의 식물에게도 물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