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세상을 구할 수 있나요?
멀버리가 질문을 던진다.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해야 하는 질문이다.
이것은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모두가 귀 기울이고 생각하고 또 실천해야 할 우리 현실 이야기다. 여전히 전 세계 탄소배출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패션계. 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는 어느덧 브랜드 스토리에 유행처럼 번져있다. 대다수의 패션 브랜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가죽 제품을 선보이는 한 이 같은 환경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 그래서일까 가죽 제품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멀버리는 다시 한번 의문을 품었다. 모두가 말하는 이 지속가능성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답은 이렇다.
전 세계 가장 적은 탄소배출량의 가죽, 0%를 향한 도전
가장 먼저 멀버리는 가방을 만드는 가죽 생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죽이야기에는 어마어마한 탄소배출량이 뒤따르기 마련.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탄소배출의 가장 큰 주범인 가죽을 생산하기 위한 가축 사육에는 세계 삼림 벌채의 36%가 사용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기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희망은 있다. 재생 및 순환식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은 토양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여기에서 비롯한 건강한 토양은 대기 중의 탄소를 끌어들이고 저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 단순히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아닌 사육하는 방식에 있다는 얘기다. 또한 유기농 및 재생 농업 연구의 선구자인 로데일 연구소는 “모든 농업 관행에서 목초지를 이용하는 축산업은 탄소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멀버리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탄소 줄이기에 돌입했다. 진보적인 농민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쌓으며 협력하고 있는 것. 브랜드의 제품 절반 이상을 탄소 중립적인 서머셋 공장에서 제조하는 것은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준수하고 있다. 그렇게 멀버리는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탄소배출량을 자랑하는 가죽으로 현지 로컬 농장에서 제조한 가방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컬렉션은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멀버리의 약속을 대변하는 모델이다. 그런가 하면 재활용 나일론과 재생 유기농 면을 제품에 사용하거나 제품 패키지까지 친환경으로 만드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줄여갈 예정이라고.
오래된 가방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이 있다면?
잘 만든 가방 어떻게 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담아 던진 두 번째 화두는 순환에 대한 이야기다. 유행이 지나면 어딘가에서 수명을 다하는 가방. 여기에 멀버리는 50년 전의 가방도, 오늘 만든 가방도 50년 후에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하여 멀버리 서머셋 공장 중 하나인 루커리(Rookery) 수선팀을 통해 연간 1만 개 이상의 가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가방을 수리해서 다시 아름답게 만들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우리와 모두에게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전한 멀버리 리페어팀은 35년이 넘은 가죽과 부품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을 만큼 차별화된 수선 서비스에 자부심을 드러낸다. 또한 멀버리는 영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Mulberry Exchange’를 만들어 말끔하게 복원한 정품 가방의 세컨드핸드 제품을 선보이거나 최근에는 중고명품 온라인 숍 배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와 파트너십을 맺고 재판매하는 등 브랜드의 오래된 가방의 순환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수선, 복원, 용도 변경을 통해 멀버리 브랜드 제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수명을 연장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범한 멀버리의 약속
이처럼 스스로에게 불편할지라도 도전할 수 있는 질문을 잇달아 던지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약속하겠다고 밝힌 멀버리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Made to Last 공약’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이행할 약속 6가지를 발표했다.
1 제작에서 완제품까지 투명하게 운영되는 공급망 모델 개척
2 환경친화적인 농장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가죽 개발
3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Net Zero) 달성
4 수선 작업과 복원을 통해 멀버리 제품의 수명 연장
5 멀버리 가방의 바이백(buy-back), 재판매나 용도 변경(현재는 UK에서만 진행)
6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급업체들과 협력함으로써 생활 임금고용주가 되겠다는 약속 보장
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기 위해선 패션산업 전반적인 변화와 고객들 사이의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제조 방식은 물론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
이에 이번 멀버리 ‘Made to Last’ 캠페인에 함께 참여한 스타일리스트 겸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아플릭스(Applixy)의 대표 구동현은 “많은 사람이 무심코 지나쳐왔던 현실을 이젠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권과 권리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 제품에 손이 가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주력해야 한다”라고 뜻을 함께했다.
이처럼 진정한 변화는 자신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의미 있는 답을 지속해서 찾고자 하는 의지에서 생기는 게 아닐까. 멀버리가 탄생한 1971년, 전설적인 뮤지션 마빈 게이 <Marvin Gaye)는 예언처럼 이렇게 노래했다. “이 혼잡한 땅은 어떤가요. 지구가 사람들의 오염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요.” 그의 노래에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50년 뒤에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50년 뒤에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에디터
- 이하얀
- 이미지
- With the courtesy of Mulb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