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첫 플라스틱 칫솔은 지금도 썩지 않았다. 플라스틱 없는 욕실을 상상하니 변화가 시작됐다.

 

의식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신경 쓰던 사람조차 코로나19가 몰고 온 플라스틱의 해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일일 플라스틱 배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5% 이상 증가한, 무려 853톤이었다. 플라스틱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보다,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매일 쓰는 사소한 생필품부터 바꾸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어느 욕실에나 있을 칫솔부터 말이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칫솔 교체 주기는 평균 3개월 남짓이다. 이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약 230억 개의 칫솔이 버려지는데, 하필 크기가 작아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단단하기는 또 얼마나 대단한지, 결코 쉽게 썩지 않는 인간만의 생필품이다.

다행히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존재한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 사탕수수 추출물을 소재로 하는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그리고 대나무로 만든 칫솔대가 이미 출시되어 있다. 친환경 칫솔만을 사용하며 생활해본 결과부터 말하자면 효과 면에서는 보통의 칫솔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유는 칫솔모가 같기 때문이다. “칫솔의 핵심은 칫솔모의 모양과 탄성력입니다. 친환경칫솔이라고 하지만 아직 거의 다 나일론 칫솔모예요. 이 부분까지 극복되어야 진정한 친환경 칫솔이 탄생할 것입니다.” 아름드리치과의원 이현정 원장의 말이다. 현재 친환경 칫솔 시장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칫솔모를 개발 중이다. 대나무 칫솔은 헤드와 손잡이가 이어지는 ‘넥’ 부분이 두꺼운 편인데 헤드까지 큰 경우, 안쪽 어금니를 닦을 때 이물감이 생겨 불편했다. 또한 물기를 흡수하는 대나무의 특성 때문에 입안에 넣으면 헤드 부분이 쩍, 하고 점막에 살짝 붙었다 떨어지기도 한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고 살짝 물을 묻히면 해결되는 문제임을 깨달았다. 유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점이 있다면 보관 방법이다. 물이 고여 있거나 통풍이 되지 않는 홀더를 사용하면 쉽게 변색되고 심하게는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가능한 한 핸들 전체가 잘 건조될 수 있는 칫솔걸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PLA 칫솔은 형태나 사용감 측면에서 일반 플라스틱 제품과 거의 유사하다. 넥 부분도 얇고, 핸들 끝에 곰팡이가 필 걱정도 없다. 대나무에 비하면 생분해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대나무의 감촉이 영 어색하다면 제로 웨이스트를 시도하기에 좋은 시작이다. 더욱 ‘제로’에 가까운 칫솔을 기다리며, 어제보다 오늘 더 의식적으로 비우고 줄여보기로 한다.

 

임태형 | 르치과의원 원장

“헤드가 부피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곡선 형태의 칫솔모가 치아를 전체적으로 잘 감싸주어 치면의 세정력이 우수하다.”

수딩플레이스의 대안칫솔 오리지널
크루얼티프리와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생분해성 대나무 핸들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모소대나무로 제작했다. 3천5백원.
세정력 ★★★  사용감 ★★★  내구성 ★★★★

 

송승윤 | 르치과의원 원장

“헤드의 크기가 적당하고 칫솔모는 부드럽지만 탄력이 있다. 특히 치아가 시린 증상이 있거나 치주염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핸들의 그립감이 우수하며 가장 스탠더드한 형태에 가깝다.”

마이 아일랜드의 대나무 칫솔
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나일론6 소재의 미세모를 사용했다. 핸들은 최소한의 식물 오일로만 얇게 코팅했다. 4천5백원.
세정력 ★★★★  사용감 ★★★  내구성 ★★★

 

이현정 | 아름드리치과의원 원장

“나일론모와 친환경모가 섞여 있어 핸들뿐 아니라 칫솔모까지 친환경적이다. 다만 친환경모는 탄력이 부족하고 양치 중 칫솔모가 빠지는 현상도 있었다.”

니드포유의 안티0.5칫솔
참숯 섬유를 사용한 칫솔모로 항균 효과와 미백 효과를 더했다. 핸들 끝에 친환경 페인트를 칠해 곰팡이 방지를 돕는다. 4천5백원.
세정력 ★★★  사용감 ★★★  내구성 ★★★★

 

정지원 | <얼루어> 피처 에디터

“헤드가 작아 어금니 바깥 쪽을 닦을 때도 불편함이 없다. 칫솔모가 짧지만 그만큼 탄력 있고 촘촘해 치아 사이사이를 힘있게 닦아낼 수 있어 개운하다.”

더험블의 미세모 험블브러쉬
리뉴얼된 헤드 크기는 키즈용 칫솔모와 동일한 2cm로 상당히 작다. 깊은 어금니 부분까지 수월하게 닦을 수 있다. 핸들이 가볍고 얇아 벽에 걸어 보관하기 좋다. 5천9백원.
세정력 ★★★★★  사용감 ★★★★  내구성 ★★★★

 

송승윤 | 르치과의원 원장

“헤드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 한번에 많은 치아를 커버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굴곡이 있는 핸들은 전체적인 그립감이 안정적이지만 쥐는 자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켄트로얄의 프로 소프트
0.01mm보다 가느다란 7400개 이상의 칫솔모로 이루어져 치아 사이사이를 섬세하게 닦을 수 있다. 칫솔대는 옥수수 전분 추출원료 소재로 유해물질을 포함하지 않는다. 3천6백원.
세정력 ★★★★  사용감 ★★★  내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