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지켜라, 녹색연합 박은정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 생명, 동물권…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환경단체들의 그 프로젝트를 들어봤다.

올해로 30주년이 된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시대, 개발 중심의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지키며, 소외되는 생명의 편에서 활동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가장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는다는 정신으로 일한다. <얼루어 코리아>는 10여년간 ‘얼루어그린캠페인’의 수익금을 녹색연합에 기부해왔다.

박은정 | 녹색연합 녹색생명팀 팀장

녹색연합의 지난 사업 중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700km가 넘는 백두대간을 전수 조사해 훼손의 실태를 알리고, 우리나라의 주요 생태축 백두대간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었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만들어 자연, 지역주민, 관광객이 공존하는 생태탐방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된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를 폭로하며 SOFA에 환경조항을 신설했다. 2018년에는 시민들과 함께 웅담채취용 사육곰을 구출해냈다. 반이, 달이, 곰이, 들이라는 이름의 4마리 반달가슴곰은 지금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에서 보호받으며 살고 있다.

<얼루어 코리아>는 지난 10여년간 ‘얼루어 그린 캠페인’의 수익금을 기부해왔다. 이러한 민간의 기부가 필요한 이유는?
녹색연합은 정부의 지원금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게 활동을 펼쳐나간다. 녹색연합이 녹색연합다운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루어 코리아>와 같은 민간의 기부는 활동의 폭을 넓히고, 그동안 환경단체와 접점이 없던 사람들이 연결되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얼루어 코리아>와 그동안 멸종 위기종인 토종 산양 보호 활동을 함께 해왔다. 우리 오디언스들에게 산양 소식을 전해달라.
울진삼척 산양 서식지를 모니터링하고, 단절된 산양 서식지를 연결하기 위해 힘써왔다. 오랜 노력 덕분에 정부는 올해 울진삼척 지역의 산양 서식지 전수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방치되어온 이 지역 산양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종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만드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사육곰 종식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03년에 시작한 긴 사업이다. 한국에서 웅담을 빼내기 위해 곰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을 때 녹색연합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또 사육곰을 구출해내기까지 18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종식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직 곰이 사육되고 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곰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곰 사육을 시작한 지 40년이 지났다. 1400마리까지 늘었던 곰이 이제 400여 마리까지 줄었다. 이제는 동물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늘고, 보신문화에 대한 신화도 많이 사라졌다. 웅담 자체 수요도 줄었다. 다만 사육곰이 줄어들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더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남아 있는 사육곰들은 점점 더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간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400여 마리나 사육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웅담 시장이 크단 이야기인가? 그것은 또한 불법이 아닌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407마리의 사육곰이 남아 있다. 시민들의 동물 보호 인식이 높아지면서 곰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웅담 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기르는 것이 합법이라는 사실이다. 10살이 넘은 사육곰은 인간의 욕심을 위해 죽을 운명에 처한다. 이러한 잔인한 사육곰 산업이 합법인 나라는 전 세계 단 두 곳인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도 정책의 허점 아래 중성화 수술을 피한 곰들로 불법 증식을 한다는 것이다. 사육 환경도 굉장히 열악하다. 5년간 7마리의 곰이 죽었다.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이 곰들은 다시 불법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활동 중 가장 큰 성과는 뭐였나?
사육곰 증식 금지 사업과 구출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모든 사육곰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이제 더 이상 철창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웅담 채취용 사육곰은 없다. 2018년 3600여 명의 시민들의 모금으로 사육곰 3마리, 그리고 2019년 또다시 1마리의 곰을 농장 밖으로 구해냈다. 네 마리 곰 반이, 달이, 곰이, 들이는 웅담 때문에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한 보호 아래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으로는 뭐가 있었나?
곰 사육 정책 폐지에 뜻을 함께하는 가수들과 그린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소녀시대가 곰 보호 캠페인 노래인 ‘I can’t Bear Anymore’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곰의 날’을 지정해 사육곰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 사업을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나. 그 이유는?
사육곰 구출을 통해 죽음의 위기에서 생명을 구해낸 직접적인 성과도 있지만 이 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사육곰 문제를 알렸다는 점에서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육곰 구출을 계기로 이 문제를 접하고, 해결에 적극적으로 함께해주시는 시민들이 늘고 있어 큰 힘이 된다.

시민들의 피드백이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다양한 피드백이 있다. 왜 동물원으로 구출하냐는 반응도 많았다. 올해 드디어 곰 보호시설 설립 계획이 세워지고 있지만, 2018년에는 곰을 구출해도 보호할 시설이 없었다. 그때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이 나섰다.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육곰들이 평생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분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민들을 설득했다. 동물원을 방문해 곰들을 만나고 좋아진 곰들의 상태를 보고서야 안심하는 분들도 있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MZ 세대가 중요하게 떠올랐다. 그들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점 아닐까? 혼자서도 재밌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 활동들이 곳곳에 영향력을 미치고,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기후위기 운동에서도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직접 행동하고 있다.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지만 환경문제도 시민의 힘, 시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여러 단체가 SNS 마케팅을 주목한다. 어떤 성과가 있나?
SNS를 이용한 홍보와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공략할 선택지가 늘어났다.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진 만큼 활동의 폭도 넓어지고 기회도 더 많아졌다. 녹색연합은 백패커들과 함께 고산침엽수 고사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죽어가는 침엽수를 참가자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기록하도록 했다. 시민들이 직접 기록하면서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참가자의 SNS 친구들에게도 알릴 수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또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가?
유리창 충돌로 죽어가는 새를 살리기 위한 새친구 활동이다. 시민들과 함께 서산 649번 지방도 방음벽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해왔다. 작은 스티커를 붙여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올해는 더 많은 지역에서 함께 유리창 조류 충돌을 모니터링하고 방지 활동을 함께 할 새로운 새친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녹색연합에 관심을 갖고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녹색연합에 후원을 할 수도 있고,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주변에 녹색연합 활동을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도 새친구, 그린백패커, 기후행동학교 등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관심 있는 활동에 함께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녹색연합의 올해 계획은? 주요 프로젝트와 계획은?
녹색연합의 올해 활동 키워드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이다. 고산침엽수의 죽음, 제주 바다의 변화 등 기후위기의 증거를 기록한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와 조류 충돌 방지에 힘쓴다. 또 성장 중심의 사회와 삶을 돌아보며 자원순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KIM MYUNG SUNG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