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채소를 잘 다루는 레스토랑 6

페스코부터 오보, 락토, 그리고 비건까지. 고기가 없는 한 끼는 허전함을 느끼기엔 이미 다채롭고 풍성하다. 특히나 채소를 잘 다루는 이 여섯 곳의 레스토랑이라면 더더욱.

로컬릿 | 채소 테린(비건)

남양주에서 옥수동으로 이전한 지 일년 남짓, 로컬릿은 비건 레스토랑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성지’가 되었다. 채소를 주재료로 삼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남정석 셰프는 다양한 지역의 농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제철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공수한다. 채소 테린은 그 계절의 채소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종합선물과도 같다. 백태콩 후무스 사이사이 파프리카, 호박, 브로콜리, 버섯, 가지를 층층이 쌓아 무지개를 닮은 테린은 고소하면서도 달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오만 식감이 순차적으로 느껴진다. 곁들이는 가니시는 보다 싱그러움을 더했다. 이 계절에는 금귤과 대저토마토, 콜리플라워의 단맛이 좋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페스토에 약간의 유제품이 첨가될 때가 있는데 미리 요청하면 비건으로 대체 가능하다.
가격 1만5천원 주소 서울 성동구 한림말길 33 2층 문의 0507-1354-3399

베이스이즈나이스 | 단호박칩과 채소파테를 올린 밥(오보)

채소 친화적인 식문화 공간으로 원하는 채소밥을 고르면 그날의 채소 요리 세 가지와 장국이 함께 차려진다. 버섯, 콩대, 양상추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채소임에도 계속 입맛을 다시게 될 정도로 생생한 맛을 낸다. 채소의 단맛이 균형적으로 어우러지는 식사를 만들고 싶었다는 장진아 대표의 말이 고스란히 이해되는 순간이다. “채소반찬은 흔히 무언가를 뒷받침하는 조연으로 여겨지곤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 채소는 저마다 아주 다른 단맛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제 맛을 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날의 채소밥은 찹쌀과 블랙 렌틸콩, 발효귀리를 혼합한 밥으로 사이사이 귤피로 향을 더했다. 김과 피칸으로 맛을 낸 채소파테를 얹어 고소한 감칠맛을 더하고, 살짝 그을린 단호박칩의 달콤한 향미로 마무리하니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가격 1만7천원 주소 서울 마포구 도화2길 20 문의 @baseisnice_seoul

몽크스부처 | 흑임자 두부 메밀소바(비건)

이미 비건 커뮤니티에서는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비건 레스토랑답게 코코넛커리, 시그니처 버거, 라구 파스타, 미나리 크림 파스타 등 모두 비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메뉴의 폭이 넓다. 최근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특별메뉴인 흑임자 두부 메밀소바는 그 인기가 높아 한동안 고정메뉴로 진행할 예정이다. 볶은 흑임자와 들기름으로 만든 소스는 냄새만 맡아도 두 눈이 지그시 감기는, 감동적인 고소함을 자아낸다. 아삭한 연근과 쫄깃한 버섯, 언리미트의 비프 크럼블을 얹어 식감의 재미를 주고 허브를 첨가한 치미추리 소스로 향을 더했다. 비건과 논비건의 경계를 허물고, 한번 맛본 사람이라면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파인 다이닝의 맛은 이런 게 아닐까?
가격 2만4천원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28-1 2층 문의 02-790-1108

푸드더즈매터 | 새송이스테이크와 구운 양배추(비건)

스테이크가 꼭 고기요리여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서래마을에 자리 잡은 올데이 레스토랑으로 전 메뉴가 비건인 푸드더즈매터의 스테이크는 고기에 가려졌던 채소의 진가를 톡톡히 드러낸다. 두 쪽으로 두툼하게 갈라 미소마요네즈를 듬뿍 얹어 구운 새송이 스테이크는 한입만 먹어도 입안에 채즙이 가득 차오른다. 촉촉하고 향긋한 채즙과 함께 뽀드득한 버섯의 결 또한 살아 있어 마치 버섯을 난생처음 먹는 것 같은 새로운 미식 경험을 하게 된다. 가니시로는 부드럽게 구워 단맛을 극대화한 양배추에 상큼한 깻잎 비네그레트를 드레싱으로 얹었다. 쿰쿰한 듯 입맛을 돋우는 내추럴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미소마요네즈의 묵직한 고소함을 더욱 음미할 수 있다. “비건이 특별식이 아닌, 양식과 한식처럼 하나의 음식 장르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박태권 셰프의 바람처럼 푸드더즈매터는 비건도, 논비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격 2만5천원 주소 서울 서초구 서래로1길 10 문의 02-593-3322

팩피 | 오징어 리가토니(페스코)

‘Freaking Awesome Good Pasta’의 앞 글자를 딴 팩피는 말 그대로 근사한 파스타를 연이어 선보이며 올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됐다. 시즌에 따라 메뉴가 변동적이며, 비건 파스타를 진행한 적도 있는데 현재는 육류를 배제한 오징어 리가토니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의 파스타는 채소 맛을 똑똑하게 살려, 간결한 듯 보이지만 보이는 것보다도 풍성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브라운 버터의 감칠맛 위에 오징어와 로메인이 스며들 듯 조화를 이룬다. 튜브형의 리가토니 면은 소스뿐 아니라 견과류 알맹이를 군데군데 머금어 맛이 겉돌 틈이 없다. 살짝 그을린 향을 테마로 한 파스타인 만큼 탄 향을 입힌 레몬을 흠뻑 뿌려 먹을 때 제 색깔이 완성된다. 곁들이기 좋은 사이드 샐러드는 비건으로, 아삭하고 청량한 배와 향긋한 딜의 만남이 경쾌하다.
가격 2만2천원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136 문의 02-6052-7595

차르 | 김제 토마토 모차렐라 샐러드(락토)

라이즈호텔 4층의 우드파이어 퀴진 차르에서는 원초적인 불맛뿐 아니라 제철재료 본연의 맛을 만날 수 있다. 빛깔부터 고운 김제 토마토를 3일 동안 절여 새콤달콤함을 한껏 끌어올렸으니 맛보기 전부터 침이 고인다. 기분 좋은 신선함이 느껴지는 모차렐라 치즈를 결대로 주욱 찢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채소인 아루굴라까지 한입에 먹으면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탱글탱글한 구슬 형태로 흩뿌려진 알갱이는 발사믹 진주로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드레싱 역할을 하니 꼭 함께 먹어야 한다. 유제품을 먹지 못할 경우 치즈를 제외하는 비건 옵션 주문이 가능한데, 이미 토마토만으로도 무기력이 싹 가실 정도로 생기 가득한 맛이다.
가격 1만8천원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 130 4층 문의 02-330-7800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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