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비누가 말했다. “망설이지 마세요. 저는 지구의 미래이기도 하거든요.”

 

비누로 머리를 감아봤다? YES!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빗질조차 어려운 뻣뻣한 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시대가 변했지만 나는 비누라고 하면 여전히 대중 목욕탕에 비치돼 있던 오이색 비누를 떠올렸다. 다채로운 고체 비누의 등장에도, 그들은 내게 그냥 예쁜 ‘비누류’로 여겨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샴푸바를 선물받았는데 패키지가 따로 없어 보관하기 어려웠기에 일단 꺼내 쓰기 시작했다. ‘별로면 말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제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의 샴푸를 바 형태로 제작한 것이라 세정력이 우수했고, 식물 유래 오일 성분이 모발에 보드라운 보습막을 씌워줬다. 트리트먼트가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손에 굴려 거품을 내는 비누 제품과 달리 샴푸바는 두피와 모발을 빨래판 삼아 네다섯 번 문지르면 된다. 처음엔 이 부분이 조금 어색했는데, 익숙해지니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게다가 샴푸 용기의 펌핑기는 사용을 편리하게 도울지는 몰라도 플라스틱 OTHER로 분류돼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고체 샴푸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이쯤 되니 비누라는 장르에 호기심이 생겼다. 달마다 출시되는 비누 영역을 눈여겨보니 확실히 전과는 달리 비누를 선보이는 브랜드가 늘어났다. 저마다의 품질, 디자인 등 경쟁력을 내세우며 말이다. 또 샴푸, 보디워시 등 카테고리가 다양해져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는 과대포장을 줄인 고체 비누를 대안으로 삼은 그린 컨슈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로서 이런 행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욕실을 둘러봤다. 곧 쓰레기가 될 플라스틱에 담긴 화장품이 가득했다. 죄책감이 컸다. 사실 액상 타입의 샴푸, 보디클렌저는 70~80%가 물이다. 그만큼 큰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하고 운반 과정에서도 탄소배출이 생긴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가능한 한 모든 제품을 바 타입으로 교체했다. 제품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다. 샴푸바 사용 후에 약간의 뻣뻣함은 트리트먼트바를 이용해 충분히 잡아줄 수 있었다. 트리트먼트바는 샴푸바처럼 직접 헤어에 발라주고, 빗어주면서 헹구어낸다. 클렌징바는 촉촉함과 비누 사용 후에 남는 뽀송함이 동시에 느껴져 기존에 쓰던 일반 클렌징 제품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메이크업 잔여물까지 지워준다는 점에서 2차 세안을 생략할 수 있어 편리하기까지! 바 형태의 여성청결제는 약간 생소했는데, 젤 제형 혹은 거품 타입의 제품들보다 pH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물을 사용하지 않는 고체 제품은 미생물 증식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에 방부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데, 이것이 피부에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누 보관도 우려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았다. 트레이 위에 올려두거나, 습기에 약한 제품은 거품망에 넣어 보관하면 된다. 아예 벽에 매달아둘 수 있는 편리한 고리형 비누도 시중에 출시되어 있다.
누구도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선택에 따라 쓰레기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약간의 불편함을 안고서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느냐 혹은 현재에 머물러 있느냐다. 우리가 불편할수록 지구는 되살아난다. 오늘은 다 쓰고 버린 주방세제 자리에 살포시 비누를 놓았다.

 

오가영 |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적은 양으로도 촘촘하고 풍성한 거품을 낸다. 자극 없이 부드러운 클렌징이 가능하지만 세정 후에는 다소 뻑뻑함이 느껴질 수 있다. 습기를 머금으면 쉽게 물러지니 사용하기 편한 사이즈로 잘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솝의 바디 클렌징 슬랩
무향, 무색의 대용량 비누. 식물 유래 성분을 담아 보디 피부를 촉촉하게 관리한다. 310g 2만7천원.
세정력 ★★★  편리성 ★★★★  단단함 ★★  저자극 ★★

 

수현 | 드니 헤어 실장

“자극 없이 순한 사용감과 세정력이 놀랍다. 민감한 두피에도 사용하기 적합하다. 쉽게 무르지 않아 깔끔하게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다만 샴푸보다 거품 생성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아로마티카의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바
로즈메리와 살리실산 성분이 두피와 모발을 청결하게 가꾼다. 150g 1만5천원.
세정력 ★★★★  편리성 ★★★  단단함 ★★★★  저자극 ★★★★★

 

서수진 | 유어클리닉 원장

“조밀한 거품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사용감을 자랑한다. 기존의 젤 제형 여성청결제보다 pH 밸런스가 잘 유지되는 느낌이다. 거품망에 걸어 함께 보관하면 편리하다.”

솝퓨리의 오오케어 클렌징바
Y존을 건강하게 관리한다. 화학계면활성제, 실리콘, 파라벤 등 유해한 성분을 배제했다. 80g 2만4천원.
세정력 ★★★  편리성 ★★★★  단단함 ★★★★  저자극 ★★★★★

 

유혜수 |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비누계의 겉보속촉 제품. 한두 번 문지르면 금세 맑고 풍성한 거품이 생긴다. 덕분에 마찰로 인한 피부 자극이 거의 없고, 메이크업 잔여물까지 꼼꼼하게 씻어낸다. 솝 형태 제품으로 세안하니 가볍고 보송하게 마무리된다.”

끌레드뽀 보떼의 시나끄티프 사본
얼굴 전체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풍부한 보습감을 채우는 페이셜 솝. 100g 14만5천원대.
세정력 ★★★★  편리성 ★★★★  단단함 ★★★  저자극 ★★★★★

 

김민지 | <얼루어> 뷰티 에디터

“수분감과 영양감이 느껴지는 고체 트리트먼트는 샴푸바와 달리 거품이 나지 않는다. 두피를 제외한 모발 전체에 바르고 헹구어내면 푸석한 손상모도 물미역처럼 부들부들해진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매력적이다.”

스킨그래머의 스윗 앤 젠틀 트리트먼트바
자연 유래 오일 성분을 함유해 모발에 탄력과 윤기를 선사하고 부드럽게 가꾼다. 90g 1만9천원.
영양감 ★★★★★  편리성 ★★★  단단함 ★★★  저자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