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모 브러시 제작 과정을 아나요?

동물의 희생과 맞바꾼 천연모 브러시를 모두 정리하고 비건 브러시로 가득 채웠다.

내게는 9년째 함께 행복을 나누며 사람의 한마디 말보다 값진 위로를 건네는 반려견 모찌가 있다(어제도 카펫에 실수를 했지만, 아빠보다 코고는 소리가 크지만, 지구상에서 모찌보다 사랑스러운 존재는 없을 거다). 그래서일까?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완전히 배제한 비건 화장품을 찾는 모두의 움직임이 남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때문에 스킨케어는 최대한 비건 제품을 애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얼마 전 화장대를 정리하다가 메이크업 브러시가 눈에 들어왔다. 상대적으로 교체 주기가 길고 소홀히 하기 쉬운 뷰티 툴이라 간과하고 있었지만 동물의 희생을 강요하는 가장 잔혹한 도구가 바로 메이크업 브러시라는 사실. 메이크업 브러시에 사용되는 천연모는 족제비와 몽구스를 질식사시키거나 감전사, 익사 등 잔인한 방법을 통해 얻는 경우가 있다. 야생의 다람쥐와 청솔모를 잡으려 덫을 놓거나 사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생산 과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 하나, 최고급 모질을 위해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최근 윤리적 소비가 중요시되면서 동물의 털을 배제한 비건 브러시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 대체 가능한 제품이 있음에도 불필요한 희생을 택할 필요는 없으니 화장대에 자리한 천연모 브러시를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비건 브러시를 사용한 지 일주일째, 가장 걱정했던 인조모의 피부 자극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천연모보다 부드러운 편이나 문제는 발색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천연모는 표면에 가루를 머금고 있어 한 번의 터치로 선명한 발색을 내는 반면, 인조모는 매끄러운 표면 탓에 가루를 머금지 못해 색감을 발현하는 능력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두세 번 레이어링하면 해결되는 정도. ‘세척하면 망가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기우였다. 며칠 사용한 브러시를 세척했는데 비건 브러시의 건조 속도가 천연모에 비해 훨씬 빨라 놀랐다. 게다가 모의 탄성이 좋아 힘들이지 않고도 처음 모양과 형태로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세척 주기도 더 길어졌다! 천연모 브러시는 두세 번 사용하고 나면 모 자체에 파우더, 섀도 가루가 붙어 눅눅한 느낌이 들고, 육안으로 봐도 찝찝해서 반드시 세척해야 했다면(단백질로 구성된 동물 털의 특성상 박테리아가 번식해 부패하기 쉽다고 한다), 비건 브러시는 매끈한 모질 덕분에 일주일을 사용해도 발색력이 떨어지거나 모가 거칠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약한 발색력만 제외한다면 모든 면에서 비건 브러시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 나는 앞으로도 인조모의 아쉬운 발색력을 보완해가며 레이어링에 힘쓸 예정이다. 약간의 불편함 때문에 또 다른 생명을 아프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유혜수 |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질이 부드러워서 피부에 닿았을 때 편안하다. 윗부분이 동그란 돔 형태라 회전하듯 터치하면 파우더가 피부 사이사이에 밀착된다. 세척할수록 모질이 거칠어지는 브러시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내구성도 높은 편이다.”

디어달리아의 블루밍 에디션 프로 페탈 파우더 브러시
최고급 비건 모가 파우더 입자를 뭉침 없이 밀착시킨다. 2만4천원.
발색력 ★★★  밀착력 ★★★  저자극 ★★★★  사용감 ★★★★

란주 | 드니 메이크업 실장

“한 번의 터치로 진한 발색을 선사하나, 모에 텐션감이 있어서 약간의 가루날림이 느껴진다. 치크도 좋지만 파우더 용도로 더 제격일 듯하다. 그립감이 우수하고 튼튼해서 오래도록 애용하고 싶은 제품이다.”

샹테카이의 치크 브러쉬
부드러운 합성모를 사용했으며 핸들은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은 나무로 제작했다. 7만9천원.
발색력 ★★★★★  밀착력 ★★★  저자극 ★★★★  사용감 ★★★★

서수진 | 유어클리닉 원장

“천연모 브러시와 견주어도 특별히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 발색력, 밀착력이 뛰어나고 피부 자극도 적다.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나 모의 숱, 형태도 딱 알맞아서 얼굴 전체에 고르게 파우더 처리를 할 수 있다.”

러쉬의 피플 파우더
크고 둥근 모양의 인조모가 볼, 이마 등 넓은 부위에 파우더를 깔끔하게 고정한다. 9만5천원.
발색력 ★★★★★  밀착력 ★★★★★  저자극 ★★★★  사용감 ★★★★

황혜진 | <얼루어> 뷰티 에디터

“모의 끝부분이 섬세하고 피부에 레이어링해도 따갑지 않다. 너무 후들후들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적당한 탄성의 모를 가지고 있어 치크, 하이라이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좋다. 세척 후 건조가 빠른 편이다.”

투쿨포스쿨의 아트클래스 아티스트 비건 멀티 블렌더 브러쉬
인조모, 생분해 가능한 핸들 등 친환경 소재로만 만들었다. 1만4천원대.
발색력 ★★★★  밀착력 ★★★★★  저자극 ★★★★★  사용감 ★★★★

오가영 |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가 곡선 형태로 솟아 있어 거칠거나 아플까봐 걱정했는데 피부에 닿는 느낌이 가벼웠다. 얼굴 굴곡에 맞춰 자연스럽게 쓸어주기 편하고, 브러시 끝부분을 세우면 좁은 부위에 디테일한 터치가 가능하다.”

펜티 뷰티 by 세포라의 치크-허깅 하이라이트 브러쉬 120
윤곽을 감싸는 형태의 합성모가 정교한 터치를 돕는다. 4만9천원.
발색력 ★★★★  밀착력 ★★★  저자극 ★★★★  사용감 ★★★★

    에디터
    황혜진
    포토그래퍼
    JUNG WON YOUNG, JEONG JO 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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