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는 지금
새로운 SNS의 출현. 모든 것이 오디오로 이루어지는 ‘클럽하우스’가 나타났다. 초대를 받았다면 지금 입장하세요.
화제의 SNS인 클럽하우스에 가입할 때 나는 만전을 기했다. 이미 먼저 가입한 사람들의 비명은 내 귀에도 들렸다. 원수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사연, 전남편이 뜬 사연, 전남친과 같은 룸(클럽하우스 내 보이스 챗이 가능한 방)에서 만난 사연은 연락처를 기반한 SNS가 시작될 때마다 벌어지는 참사다. 에디터로 십수 년 일하며 내 연락처함에도 친한 사람보다 안 친한 사람이 백 배다.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도 쌓여 있었기에 나는 연락처를 연동하지 않는 드문 선택을 했다. 초대한 사람이 프로필에 영원히 ‘박제’되는 점을 고려해 초대장도 믿을 만한 지인에게 받았다. 그렇게 나도 ‘클럽’에 입장했다.
클럽의 규칙
클럽하우스는 구글 출신 로엔 세스와 폴 데이비슨이 작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거물 투자자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벤처캐피털 ‘a16z’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조명받기 시작해, 최근 한 달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당시 ‘a16z’가 평가한 클럽하우스의 회사 가치는 1억 달러(약 1100억원)였다.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첫 번째, 오디오, 즉 음성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점. 두 번째 인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초대장을 받거나 가입 승인 대기 끝에 누군가의 승인을 득한 후에야 비로소 클럽하우스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가입하면 생성되는 두 개의 초대장(적극적으로 활동하면 5장으로 늘어난다)은 많다고 할 수 없고, 프로필에 추천인으로 남기에 아무나 추천할 수도 없다. 여기에 누군가를 팔로우하면 그가 활동하는 룸이 우선적으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방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듣고 있는지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에게 실시간 노출되는 것. 초보자들에게 클럽하우스 사용법을 안내하는 ‘클럽하우스 신입생 환영회’의 모더레이터는 이 방식을 ‘술자리’에 비유했다. “친구가 많으면 갈 수 있는 술자리가 많겠죠? 바로 그 방식입니다.” 만약 당신이 클럽하우스를 열었는데 룸이 적다면, 팔로잉이 적어서일 까닭이 크다. 팔로잉을 늘리면 순식간에 방이 늘어나며, 팔로우가 많은 유명인은 상시 리스너를 몰고 다닌다.
미국에서 인기를 끈 클럽하우스는 현재 한국에서도 신규 가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테크 스타트업에서 사업 개발을 맡고 있는 박광성(@gwangsungee)에게 초기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1월 25일 미국 교포인 지인의 초대를 통해 가입했다는 그는 “그때만 해도 한국인 유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혹은 투자업계에서 유명한 외국인들을 팔로우하게 되었고, 제 피드에도 모두 외국 세션들만 떴죠. 점점 한국인 얼리어답터분들이 들어오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한다는 글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 클럽하우스는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무드와 재택 근무 환경에 적합했다. “기존 오디오 플랫폼이라 하면 라디오, 팟캐스트가 떠오릅니다만 일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입니다. 비디오 플랫폼의 출현으로 오디오 플랫폼은 쇠락할 거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비디오 플랫폼만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는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해요. 그럼에도 오디오 플랫폼이 성장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아직 우리 업무 환경이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근무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오디오를 들으면서 일하게 되었어요. 네이버 등 테크 자이언트들의 투자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졌습니다.” 박광성의 말이다.
클럽하우스의 등장으로 오디오 소통에 주목하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 내에 새로운 음성 기반 SNS ‘Spaces’를 출시 준비 중이며,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제품 개발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3일 동안의 모더레이터
클럽하우스의 지금에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초기 시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세계적 기업인, 유명인,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글과 사진을 보며 댓글, 좋아요 등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게 짜릿했던 것처럼 현재 클럽하우스에는 신문물에 입성한 사람들의 즐거움과 흥분이 느껴진다. 나는 더 거슬러 올라가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이 있던 PC 통신 시절을 떠올렸다. 일과 흥미, 재미에 따른 관심사로 방을 열고, 그 방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방식이 과거 ‘채팅방’을 꼭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더레이터로 세 개의 방을 운영해보았는데 우연히 방에서 만난 틴더 코리아 직원분과 친구들이 함께 연 ‘틴더 이야기’, 후배와 함께한 ‘한겨울에 북유럽을 여행하는 법’, 함께 오디오클립을 운영하고 있는 시인 서효인과 한 ‘배우, 에디터, 시인이 오디오 클립 하는 이야기’였다. 이 세션은 각각 배움과 교훈을 주었다. ‘틴더’ 방은 스피커 신청이 넘쳐나서 모더레이터를 5명까지 늘렸음에도 물 마실 틈도 없었다. ‘북유럽 여행’ 방은 실제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유일하게 보여지는 이미지인 프로필 사진을 계속 교체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는 있다). 세 번째는 가장 순조로웠다.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의 진행자 이승용(@seungyong)이 스피커로 합류해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가 팟캐스트의 자리를 위협할까?’에 대한 논의까지 흘렀다.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하나, 모더레이터의 역할은 중요하다. 둘, 스피커의 역할은 중요하다. 즉, 주제도 주제지만 다양한 스피커의 의미 있고 즐거운 발언과 모더레이터의 능수능란한 진행이 합쳐져야만 성공적인 콘텐츠가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토대가 되는 전문성은 물론, 진행을 위한 집중력과 순발력이 요구되며 사람들이 지켜보는 사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담력 또한 필요하다. 에너지를 크게 소모하며 한 세션을 끝낼 때마다 모더레이터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회사에서 실컷 일을 하고 왔는데 왜 또 힘들게 수고를 하고 있는 것인가?
마음 편하게 클럽하우스를 즐길 수 있는 건 역시 ‘리스너(오디언스)’ 입장이다. 눈길을 끄는 방에 들어가 가만히 들으며 샤워, 청소, 운전 등 할 일을 하다가 참견하고 싶을 때, 질문하고 싶을 때, 경험을 나누고 싶을 때만 손바닥 사인을 켜고 스피커 신청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재미를 주는 여러 유쾌한 방도 많다. 성대모사방, 사투리방에 이어 두 명의 여성 진행자가 신청을 받아 남성 가입자의 프로필 사진을 평가해주는 방은 수천 명이 들어올 정도로 흥하고 있다. 이들이 평가한 사이먼 도미닉의 프로필 사진 평가는 이랬다. “누구한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전문 분야에 대한 현재와 전망을 진단하는 방도 인기가 있다. 클럽하우스의 흥행을 이끈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주식 거래 중개앱 로빈후드의 블라디미르 테베브 최고경영자가 ‘공매도’를 주제로 토론한 방은 최대 인원인 5000명을 넘어서 중계방까지 만들어졌다. 이처럼 한국어 방에도 여러 기업인, 스타트업 대표 등이 앞다투어 등장했고 이들의 방은 마치 세미나를 방불케 한다. 어쩌면 가장 저렴하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세미나인 것. 이 역시 클럽하우스의 인기를 견인하는 요소 중 하나다.
클럽하우스의 미래
알 만한 기업인, 신문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얼리어답터, 업무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브랜드 매니저, 마케터, 홍보인,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 뮤지션 등 문화예술인 등이 지금 클럽하우스에서 자신만의 세션을 열고 있다. 그저 재미있는 마음으로 즐기는 가입자도 있지만, 자신에게 어떤 부분이 이득이 될지를 빠르게 계산해보는 사람도 있다. 제각기 다른 이들의 공통적인 궁금증은 그래서 ‘클럽하우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일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모두를 위한 SNS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가장 큰 단점은 ‘폐쇄성’이다. 현재 iOS 환경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 오디오로만 이루어지기에 청각 장애 및 언어 장애가 있다면 참여하기 어려운 점, 가입이 초대 또는 승인으로만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당근마켓에서 초대장이 거래되는 것을 보라!). 셀러브리티인 딘딘이 자신의 라디오 ‘딘딘의 뮤직하이’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확장된 소통. 나쁜 의미로는, 끼리끼리 더 권력화된 소통”이라고 한 말도 클럽하우스의 측면의 담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콘텐츠는 유형의 형태로 남지 않고 사라진다. 때문에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일기일회(一期一會)’였다. 사진과 영상을 저장할 수 있고 ‘피드’를 만들 수 있는 SNS와 달리 클럽하우스는 그 순간, 같은 룸에 있는 사람들만이 들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녹음과 배포는 엄격하게 금지되기에 ― 녹음을 한다면 그 사실을 밝히고 스피커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모든 것은 1회에 그친다. 실제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경험은 특별하다. 하지만 반대로 믿을 만하지 못한 화자에게 권위를 부여하기 쉽고, 정제된 콘텐츠가 아니며, 같은 양의 정보를 소화할 때 읽기보다 듣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은 클럽하우스가 태생적으로 가진 단점이다. 콘텐츠를 보는 시간 또한 한정된 자원임을 고려할 때, 당신은 정제된 콘텐츠와 비정제된 콘텐츠 중 어떤 것을 선호하게 될까?
활발히 활동 중인 아나운서 임현주(@root_hyunju)는 클럽하우스의 장점에 더 주목한다.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이전에 없던 소통 방식에 끌린 게 아닐까 해요. 스피커들이 동등한 발화자가 되는 것, 동시에 상호 소통이 가능한 것이 그렇죠. 또한 이곳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에, 네트워크가 놀라울 만큼 빠르게 게 확장되는 것을 느낍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준다고도 말을 이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해본 적이 있는데 영상을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무척 많이 들었습니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아주 간편해요. 오프라인 만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쉽게 나누고 싶은 주제를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 대면, 전화, 채팅 각각의 장점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클럽하우스에서는 경제 문제, 국제 정세, 여러 산업의 사업성부터 단순히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등 다채로운 방이 매일 열린다. 이들 유저의 선택이 클럽하우스의 방향을 이끌 것이다. 당분간은 이 흥미진진한 흐름을 지켜보려고 한다. 클럽하우스 엿새째.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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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 일러스트
- Heo Jeong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