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수집을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

새롭기보다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모으는 이들이 있다. 빈티지를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 전하는, 빈티지숍 운영자들의 말.

위아래 모두 점등되는 1970년대 독일 파일앤푸츨러(Peil&Putzler)사의 램프. (시계방향으로) 견고한 크리스털 셰이드와 황동 소재 받침대의 1970년대 슬로베니아 램프. 영롱하고 투명하게 빛을 투과시키는 이탈리아 무라노의 버섯 오브제. 진한 흑설탕의 색을 닮은 1950년대 독일 빈티지 글라스잔. 물결치는 커튼의 끝자락을 형상화한 듯한 1970년대 유고슬라비아 아트 글라스. 보글거리는 거품을 가득 품은 형태의 빈티지 버블램프.

빅슬립 | 김민정 대표

빈티지가 빛나는 것은 고유의 오리지널리티와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한 알코브는 예전과 같고 또 다르게 미드 센추리 디자인 가구와 그 배경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미드 센추리 모던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디자인 가구를 수집하고 전시하며 판매하고 있다. 누구나 쓰는 책상, 장식장, 커피 테이블 등 다양한 생활가구도 이런 다정함과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다.

천사 장식의 빈티지 글라스잔과 바다색을 띤 빈티지 샷잔.

1970년대 슬로베니아 빈티지 램프.

빅슬립에서 다루는 빈티지 빈티지
램프를 중심으로 이와 분위기가 어울리는 화병, 글라스 제품, 오브제 등을 다룬다. 물론 용도를 알 수 없는 그저 아름다운 것도 많다. 온라인숍에서 시작했지만 단순히 물건을 파는 숍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전시를 기획하거나, 최랄라 작가 전시, Gentle FENDI Cafe 등에 조명 설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약 1년 전 연희동에 새로운 쇼룸을 오픈 후 일주일에 2~3일 영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빈티지 수집의 계기
일단 타고난 맥시멀리스트다. 빈티지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과 공간, 이미지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모았다가 현재는 이탈리아의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독일,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의 셀러들과 거래한다.

빈티지의 매력
빈티지를 수집하다 보면 종종 짜릿한 순간을 경험한다. 어떤 물건은 세계 곳곳에 숨어 오직 내가 발견해줄 순간만을 기다리며 몇십 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었던 것만 같다. 3년 전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구석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무라노 머슈룸 오브제를 발견했다. 이전에도 몇 번 구매를 시도했던 ‘Giant Pink Murano Mushroom’ 제품으로, 소중히 안고 돌아와 현재 쇼룸 한켠을 빛내고 있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손길과 시간을 통해 비로소 아름다움이 완성된다는 빈티지의 스토리 또한 더없이 아름답다.

동글동글한 버블 캔들홀더.

1970년대 이탈리아 무라노의 유리 화병.

선택의 기준
그저 아름다울 것. 존재하는 것만으로 고마운 것들이 많기에 제품 자체의 컨디션이나 작동 여부는 그렇게 큰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 디자이너 피스보다 언노운 피스를 좋아한다. 오히려 어느 시대인지 어느 나라인지 가늠되지 않는 ‘One and Only’일수록 눈길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갈 때마다 시모키타자와 쪽의 크고 작은 빈티지숍을 항상 들른다. 키치한 무드의 소품들을 발견할 수 있는 보물창고다.

빈티지 시장의 변화
예전에 비해 빈티지의 영역이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빈티지를 판매하는 업체도 놀랄 만큼 늘었고, 빈티지의 카테고리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컬러풀한 멤피스 스타일, 스페이스 에이지 무드만 다루는 곳이 있는가 하면 민트, 핑크 등의 파스텔 컬러감을 바탕으로 한 1980년대 미국 스타일의 빈티지만 다루는 곳도 있다. 구매자들의 연령도 다양해졌다. 종종 꽤 어린 친구들이 조명을 사 가곤 해서 놀랄 때가 있다.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쯤은 모두 하나씩 갖고 있잖아? 라는 분위기가 생겼달까?

2299b1의 트레이와 포도를 형상화한 트레이만의 빈티지 오브제.

1970년대 유고슬라비아 빈티지 램프.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쇼핑법
빈티지에도 유행하는 아이템들이 분명히 있다. 최근은 이탈리아 구찌니(Guzzini), 메블로(Meblo)를 많이 찾고, 멤피스 무드의 제품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유행에 휩쓸려 뭔가에 쫓기듯 구매하기보다는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또한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DM 등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건이 된다면 오프라인에서 실제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실물을 보고 컨디션과 작동 여부 등을 꼼꼼히 살피기를 추천한다.

빈티지 램프 관리법
빅슬립에서는 기본적으로 바로 사용 가능한 램프를 들여오고 있기에 전압이나 전구 규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고장에 대해 A/S 문의가 있긴 하다. 램프의 구조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서 원리를 안다면 웬만한 수리는 어렵지 않다. 다만 아예 부서지거나 부속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은 빈티지 특성상 고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사용하며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관리법이다. 안정적인 전구로 교체한다면 사용시간은 컨디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무의 결이 아름답게 살아 있는 1970년대 우드 파티션, 거대함과 포근함이 말 그대로 아빠곰의 품과 닮은, 1950년대 한스 웨그너의 파파베어 체어. 티크와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의 1970년대 매거진 렉.

알코브 | 오미나 대표

빈티지가 빛나는 것은 고유의 오리지널리티와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한 알코브는 예전과 같고 또 다르게 미드 센추리 디자인 가구와 그 배경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미드 센추리 모던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디자인 가구를 수집하고 전시하며 판매하고 있다. 누구나 쓰는 책상, 장식장, 커피 테이블 등 다양한 생활가구도 이런 다정함과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다.

1950년대 알도 투라의 리큐르 캐비닛.

1950년대 아르네보더의 화장대.

알코브에서 다루는 빈티지
디자인 가구가 소유한 각각의 매력이 있겠지만, 특히 20세기 디자인을 특별하다고 하는 이유는 모던한 디자인과 장인정신이 결합된 높은 수준의 제품이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많은 수요층을 자극한 디자인의 황금시대이기 때문이다. 2018년 첫 쇼룸을 오픈하고 최근에는 빈티지 가구를 좀 더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신축 이전했다.

빈티지 수집의 계기
디자인을 전공하고 아르코 미술관을 거쳐 대림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핀 율(Finn Juhl)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감을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핀 율 컬렉터인 오다 노리츠구는 월급을 모아 디자이너 의자를 수집하는 것을 시작으로 슈퍼 컬렉터가 되었다. 그의 의자에 대한 애정과 사심 없는 열정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컬렉터가 대부호만의 취미라는 편견을 깨니 어쩌면 나도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1980년대 티토 아니올리의 시스티나체어.

1940년대 덴마크 빈티지 소파.

빈티지의 매력
역설적이게도 ‘새로움’이다.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속도의 시대이지만 오히려 소비를 할수록 가난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산 물건이 내일은 유행에 뒤처진 중고가 되기도 하니까. 오히려 빈티지의 느리고 따뜻한 정서는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정과 만족을 준다. 진부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클래스’라는 말이 있지 않나. 거장들의 손길을 거친 빈티지에는 존재 가치만으로 빛나는 디자인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선택의 기준
오리지널리티, 심미성, 수집 가치 등을 고려한다. 흔히 수집 가치가 높은 가구는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빈티지 가구의 가치는 디자인과 역사에 대한 대중의 공감으로부터 형성된다. 대량생산 디자인이 줄 수 없는 심리적 만족감을 안겨주는 가구를 선택하고 그 가구에 담긴 이야기까지 함께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1950년대 케스 바락만의 다이닝세트. TB35테이블과 SB11체어.

1960년대 앙드레 소르네의 스카이블루 서랍장.

빈티지 시장의 변화
최근에는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리빙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빈티지에 대한 관심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빈티지 가구점이 동네에 여러 집이 있을 정도로 이미 빈티지 문화가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또한 지금의 트렌드가 이어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쇼핑법
처음이라면 의자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나의 의자’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실질적으로 구매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하는 가구가 의자이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놓은 좋은 책도 많다.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과 같은 책을 통해, 의자에 얽힌 이야기, 디자인 배경 등을 공부하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의자를 찾아보는 재미도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일단은 빈티지숍을 다니면서 직접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알코브에서는 에메랄드 그린 가죽이 아름다운 ‘시스티나 체어’를 소개하고 있다.

빈티지 가구 관리법
어떤 재료로 만든 가구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나무의 경우 오일이나 왁스 등 재료의 특성 유지를 돕는 제품이 다양하고 가죽 또한 마찬가지다. 제품마다 컨디션의 차이도 있기에, 가장 좋은 것은 구매한 숍에서 안내받은 관리법을 따르는 것이다. 시간의 흔적과 어우러지는 의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도 빈티지의 매력이기에 큰 파손을 주의하는 정도여도 충분하다.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COURTESY OF ALK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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