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S NEW YEAR FOOD

서울에서 일하는 각국의 셰프들이 만든 새해 음식이 도착했다. 외롭지만 안전하게, 조금 먼 거리에서 전하는 안녕이다.

머랭 위에 과일을 잔뜩 올린 파블로바.

이시윤 | 파크 하얏트 서울 파티시에

서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어렸을 적부터 쭉 호주에서 자랐다. 한국에 와 있는 가족들 곁에서 생활하고 싶어 작년 9월부터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무슨 일을 하나?
파크 하얏트 서울의 페이스트리 팀의 주방장으로 호텔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디저트를 디자인하는 동시에 만들고 있다. 이곳의 컬리너리 팀은 지역 고유의 문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전통적인 식재료와 서양 조리법의 이색적인 만남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이곳의 식재료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즐겁다. 최근 디너 세트 후식 메뉴 중 막걸리와 크림치즈를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였는데, 이질감 없이 한국적인 색을 녹여냈다는 고객의 평가를 받아 뿌듯했다.

좋아하는 한국 식재료가 있다면?
찹쌀 특유의 쫀득한 식감은 서양 식재료에서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호텔 디저트에도 찹쌀을 활용해보고 싶어 여러 가지 레시피를 연구하는 중이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다양성과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역동적인 도시다.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도 많기에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은 매 순간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실험적인 디저트를 선보일 때면 SNS 계정을 통해 고객들이 남긴 사진과 후기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드디어 까다로운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그럼에도 고향이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
호주에서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과 연락할 때면 평범했던 그곳의 일상과 자주 지나다니던 거리가 그리워진다.

고향은 어떤 곳인가?
호주 내에서도 자주 이사를 다니고, 많은 도시를 경험했는데 그중에서도 마음속 고향은 멜버른이다. 오랜 기간 일했고, 생활하던 집도 아직 남아 있다. 연중 끊임없는 스포츠 행사로 활력이 넘치며, 청정 자연의 맛을 담은 식재료가 많아 셰프인 내게 큰 영감을 주는 곳이었다.

새해에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 기간에 호주 사람들은 머랭에 싱싱한 베리나 망고를 가득 올린 ‘파블로바’를 먹는다. 새해에 한국은 겨울인 반면 호주는 여름이다. 여름철 베리와 과일을 한가득 올린 파블로바는 입안에서 싱그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국민 디저트다.

고향에 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한적한 펍에서 과일향이 가득한 와인과 파마지아노 치즈를 듬뿍 올린 치킨을 먹고 싶다.

서울에선 새해에 뭘 먹을 건가?
한국 사람들과 같이 이번 새해에는 꼭 떡국을 먹을 것이다.

조리장의 특제 소스를 곁들인 ‘몽골리안 통 소갈비’

진계도 |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중식당 금룡 조리장

서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지난해 하반기에 왔다. 이전에는 상하이, 광동, 싱가포르를 거치며 다양한 요리법을 익혔다.

현재 무슨 일을 하나?
그랜드 워커힐의 중식당 ‘금룡’에서 광동 요리를 선보이며, 그중에서도 통구이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육류의 풍미와 식감을 살리면서, 직접 개발한 소스를 곁들여 고유의 맛을 재창조하고자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다양한 기법을 접목한 중국 각 지방의 음식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을 때 개인으로서도, 셰프로서도 가장 보람차다. 특히 광동 요리는 중국의 다른 지방보다 특색 있는 한편,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기에 더 즐겁게 일하고 있다.

좋아하는 한국 식재료가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식재료는 한우다. 한우의 경우,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특유의 풍미가 살아 있는 육류이기에 몹시 흥미로운 식재료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며 식문화적으로도 다채롭고 매력 있는 도시다. 한식에 대해서도 차차 배워가며, ‘금룡’의 요리에도 접목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한강 경치를 아주 좋아한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곳곳에 자리한 산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고향이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
연말과 명절에 고향인 광동이 특히 그립다. 한국의 추석, 설날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도 중추절과 춘절 명절을 쇤다. 중국에서도 가족 모두가 모여서 안부를 물으며 정을 나눈다. 혼자 보내는 설 명절은 올해가 처음이라 벌써부터 가족이 그립다.

고향은 어떤 곳인가?
광동은 바다와 가까워서 해산물이 풍부하고,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 역사를 가지고 있어 식문화가 발달했다. 실제로 광동 요리는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미식으로 여겨진다. 그 덕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 기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새해에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
온 가족이 함께 통 소갈비를 먹으며 새해 덕담을 주고받고 안녕을 기원한다. 소고기의 육즙에 소스가 더해져 남녀노소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를 활용해 금룡에서도 ‘몽골리안식 통 소갈비’를 선보이고 있다.

고향에 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가족이 다 함께 모일 때 훠궈를 즐겨 먹고는 했다. 광동 지역의 풍부한 해산물을 넣어서, 냄비를 둘러싸고 앉아 함께 먹던 음식이라 생각이 많이 난다.

서울에선 새해에 뭘 먹을 건가?
한우 갈비와 떡국을 먹으려고 한다. 떡국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다. 맛있는 요리를 즐기는 것은 물론 한식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부와 건강을 상징하는 렌틸콩과 소시지를 얹은 코테키노.

스테파노 디 살보 | 보르고한남 오너셰프

서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파크 하얏트 서울의 총주방장으로 임명돼 2007년에 처음 서울로 왔다.

현재 무슨 일을 하나?
30년쯤 호텔에서 일하다 지금은 레스토랑 ’보르고한남’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했을 때 내주고 싶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나만의 스타일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구성한 만찬으로 전반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즐거움은?
이제는 서울이 제2의 집으로 느껴질 만큼 편안하다.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고 계절에 따른 식재료가 다양해 요리에 많은 영감을 준다. 그래서 더욱 재료에 초점을 맞춰, 재료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요리법을 선보이기에 좋은 곳이다.

좋아하는 한국 식재료가 있다면?
딸기와 산딸기, 다래, 금귤을 좋아한다. 요즘은 호박으로 뇨끼나 빵을 만들기도 한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커다란 메트로폴리탄이다. 특히 다이닝 신의 확장이 인상적이다. 2007년 처음 서울에 왔을 때만 해도 인상적인 레스토랑을 찾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쉐린 가이드가 론칭되기도 했으며, 재료와 프레젠테이션에 신경 쓴 훌륭한 레스토랑이 많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럼에도 고향이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 먹기 힘든 음식이 있을 때 고향이 떠오른다.

고향은 어떤 곳인가?
이탈리아 북부의 토리노에서 10살까지 살았고 이후는 제노바에서 자랐다. 제노바는 북부의 항구도시로 지중해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16살부터는 일을 하며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다녀 고향에서 보낸 시기가 길지는 않지만, 호텔학교를 다닐 때의 기억이 소중하게 남아 있다. 특히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들로부터 일에 대한 열정, 음식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새해에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
전통적으로는 렌틸콩을 가득 깔고 소시지를 얹은 코테키노를 먹는다. 렌틸콩의 모습이 로마 코인과 비슷해 부와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어 생겨난 풍습이다. 부와 건강,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며 새해로 넘어가는 자정에 먹는다.

고향에 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무조건 포카치아다. 제노바의 포카치아는 아주 얇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 덕분에 간단히 양파만 썰어서 얹어 먹어도 환상적인 맛을 낸다.

서울에선 새해에 뭘 먹을 건가?
평소에는 떡국을 먹곤 했다. 올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안전한 곳에서 코테키노나 친구가 해주는 요리를 먹을 계획이다.

굴과 새우, 바비큐, 연어 스테이크, 딸기로 한상 가득 차린 새해 만찬.

하미쉬 닐 | 안다즈 서울 강남 총주방장

서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나?
2019년 7월, 안다즈 서울 강남 개관 소식을 듣고 서울행을 결정했다.

현재 무슨 일을 하나?
오픈부터 현재까지 안다즈 서울 강남의 총주방장으로서 호텔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아시안 그릴 요리, 참숯 향을 입힌 각국의 오븐 요리 등 계절별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서울의 새로운 식재료를 접하고, 다양한 맛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익숙했던 재료도 새로운 레시피를 더하면 고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좋아하는 한국 식재료나 음식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한국식 치킨, 한국식 문어요리, LA 갈비, 미역국을 좋아한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서울은 변화무쌍한 도시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 이 도시만의 음식과 문화를 재창조했다. 또한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모던 건축 양식 또한 흥미롭다.

그럼에도 고향이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
언제나 그립다. 고향은 맑은 공기, 아름다운 해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와 문화적 다양성이 녹아든 매력적인 도시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가족, 친구들과 그곳에서 가졌던 시간을 그리워하곤 한다.

고향은 어떤 곳인가?
호주 골드 코스트의 퀸즐랜드에서 자랐다. 1930년대부터 브리즈번 지역의 사람들이 즐겨 찾던 해변 휴양지 중 하나였는데 좋은 날씨와 해변으로 관광도시로 빠르게 성장했다. 퀸즐랜드는 공원과 관광지가 많다. 그곳에서 서핑과 비치볼을 즐기며 유년기를 보냈다.

새해에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
칠링한 해산물, 바비큐 등의 요리를 준비해 해변가나 국립 공원에서 야외 피크닉을 즐긴다. 새해 전야에는 굴과 샴페인, 새우와 소비뇽 블랑 와인, 바비큐와 맥주 등 간단한 요리와 주류를 곁들이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한다.

고향에 갈 수 있다면 가장 처음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해변에 누워 즐기는 피시&칩스, 부모님 댁에서 즐기는 선데이 로스트 양고기, 바비큐 스테이크, 로컬 카페에서 즐기는 베이컨과 계란을 곁들인 아침 식사가 생각난다.

서울에선 새해에 뭘 먹을 건가?
이태원에서 터키 양고기 케밥을 먹고 싶다.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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