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야 빠지는 나잇살
젊었을 때는 과잉으로 살이 쪘지만, 나이가 들면 부족함 때문에 살이 찐다는 사실. 그래서 35세 이상 여성들의 다이어트는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새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뜻이다. 숫자보다도 몸이 먼저 나이를 알아챈다. 언젠가부터 소화가 안 되고 아무리 안 먹어도 배가 납작해지질 않는 것. 몸무게가 특별히 늘지 않았는데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와 이전에 입던 옷도 잘 안 맞는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걸 거다. 이게 바로 나잇살이다.
<살이 찌기만 하고 빠지지 않을 때 읽는 책>의 저자 기무라 요코는 대부분 여성들이 35세를 기점으로 체질이 바뀐다고 말한다. 이는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다. 35세부터(프리 갱년기)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되며 40대 후반(갱년기 전기)이 되면 거의 생성되지 않는 시기로 접어든다. 그리고 50세 이후(갱년기 후기)엔 폐경을 맞이하게 되는 것.
즉 젊은 시절의 비만 원인이 생활 습관이었다면, 갱년기는 신체 생리의 변화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젊은 시절에는 늘 넘쳐서 문제였는데, 나이가 들면 모자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땐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살이 찌죠. 그래서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면 금방 살이 빠져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하면 몸만 망가집니다. 부족한 부분이 더 부족해지기 때문이죠.” 서울 ND의원의 박민수 박사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 <박민수 박사의 건강나라>에서 갱년기의 다이어트에는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나잇살을 빼기 위해서 더해야 하는 3가지
1 근육량을 늘리자
다이어트라고 하면 누구나 먼저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을 떠올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35세의 다이어트는 그렇게 만만치 않다. 20대에는 몇 끼 굶는 것만으로도 2~3kg이 훌쩍 빠졌던 것과 달리, 40대 이후가 되면 굶는 것만으로는 체중계 눈금이 꿈쩍도 안 한다. 특히 여자의 경우에는 20대에 20% 정도에 지나지 않던 체지방률이 30대를 넘으면서 30%까지 증가하고, 기초대사량도 10년을 기준으로 10%씩 떨어진다고 한다. 기초대사량이 줄면 체내 에너지 소모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열량을 섭취해도 체내에서 덜 소비되고 지방으로 쌓인다. 그래서 35세 이후에는 다이어트가 더욱 어렵다. 먹는 양을 줄이면 총에너지가 줄어 지방이 소비되고 체중도 빠진다. 하지만 동시에 근육도 빠져나간다. 박민수 박사는 나잇살을 빼기 위해서는 몸무게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체중이 주는데 체지방률이 증가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다이어트를 중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근육이 준다는 뜻이거든요. 근육량이 줄면 요요는 물론, 골절 및 골다공증 등의 위험에도 노출되기 쉽습니다.” 일주일에 3회 이상은 유산소 운동 외에도 지방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힘도 강한 큰 근육 부위 위주의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동시에 질 좋은 단백질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한다. 하루 70~80g 정도가 적당한데, 운동 직후에 당질이 함유된 스포츠음료 등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단백질 음식이 소화가 잘 안 된다면, 일시적으로는 소화 효소제를 처방받아 같이 섭취하거나 단백질 보충제로 부족한 양을 채우는 것도 방법이다.
2 호르몬를 채우자
앞에서 언급했듯, 갱년기의 가장 큰 변화는 호르몬의 감소다. 그래서 부족한 호르몬을 채워야 근본적인 케어가 가능하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감소되면 안면홍조나 체온의 변화, 식은땀, 우울감, 불규칙한 월경, 폐경 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성호르몬 유사 물질인 엘라그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석류나 콩, 양배추, 자두, 호박씨, 칡, 달걀, 닭가슴살 등과 같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주치의와 상의 후 여성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멜라토닌 역시 노화를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수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폐경기 여성의 대부분이 불면증을 겪으며 멜라토닌 부족 현상을 겪기 쉽다. 멜라토닌은 지방 연소 및 식욕 억제에 도움을 주는데, 멜라토닌이 부족하면 생체 리듬이 깨지고 식욕 호르몬 분비를 유발해 식욕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멜라토닌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 낮에는 햇볕을 많이 쬐고, 밤에는 소음과 빛이 없는 장소에서 숙면을 취하도록 한다. 취침 시간을 1시간 당겨 수면 시간을 더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스트레스 관리 및 비타민B, C 영양제 역시 잊지 말고 섭취하도록.
3소화 기능을 높이자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는 말이 있듯 젊었을 때는 소화 기능이 왕성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위의 작용이 약해져 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지고 신물이 올라오거나 쉽게 붓기도 한다.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면 영양 불균형이 생기기 쉽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장으로 들어가면서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깨져 비만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하는 것이다. 소화가 안 되면 위나 장 쪽으로 피가 몰려 혈액 순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러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비만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소화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세 끼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음식의 양을 줄이던 젊은 시절의 다이어트와는 달라야 하는 것이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채소는 데치거나 쪄서 먹고 파인애플이나 망고, 바나나, 키위, 김치 등과 같은 소화 효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 필요시에는 소화제를 처방받아 일시적으로 떨어진 소화 기능을 올릴 필요도 있다. 장내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산균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 35세 이후에 살을 빼려면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나잇살은 미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우울감 같은 정신 건강, 그리고 신체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유 없이 살이 찌고 이전과는 확연히 몸의 상태가 다르다고 느낀다면, 이제는 빼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할 때다.